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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는 왜 유죄에서 무죄가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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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 진술,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 아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사진=자료사진)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이완구(66) 전 국무총리가 2심에서 무죄를 받고 '기사회생'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유죄의 결정적 증거였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진술이었다.

서울고법 형사2부(이상주 부장판사)는 27일 성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3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총리에 대한 항소심에서 "성 전 회장의 진술은 증거 능력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은 성 전 회장의 진술은 경향신문과의 생전 마지막 인터뷰 녹취록과 '성완종 리스트' 등 크게 두 가지였다.

앞서 자원외교 비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은 지난해 4월 9일 경향신문 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이 전 총리 등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폭로했다.

다음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 전 회장의 주머니에서는 '김기춘·허태열·홍준표·홍문종·이병기·부산시장·이완구·유정복' 등 여권 최고 실세 8명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발견돼 파문이 일었다.

검찰 수사 결과 이 전 총리는 충남 부여 재보궐선거를 앞둔 2013년 4월 4일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성 전 회장으로부터 현금 3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녹취록과 리스트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우선, 인터뷰 녹취록의 신빙성에 대한 두 재판부의 해석이 달랐다. 1심은 "성 전 회장이 기자에게 먼저 녹음을 요청했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명예를 중시한 성 전 회장이 일부러 거짓말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2심은 "성 전 회장은 인터뷰에서 수사의 배후가 피고인이라고 생각하고 강한 배신과 분노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며 성 전 회장이 이 전 총리에게 일부러 불리한 진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했다.

금품 액수와 관련해서도 1심은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의 실명과 액수를 거론하고 있어 수사를 통해 진위가 밝혀질 수 있음을 예상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성과 신빙성을 갖췄다고 봤다.

2심은 그러나 "성 전 회장은 이 전 총리에게 준 금액에 대해 '한, 한, 한 3000만원'이라고만 말했는데 단순한 언어습관으로 돌리기 어렵고 금액을 특정한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리스트에 대한 법리 판단도 엇갈렸다. 1심은 "녹취록에 담긴 금품 공여 진술이 메모에도 그대로 적혀 있음이 확인됐다"며 "이 전 총리에 대한 금액이 기재돼 있지 않더라도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2심은 "메모지에 언급된 6명의 경우에는 이름과 함께 금액이 기재돼 있었지만, 이 전 총리의 경우에는 이름만 기재돼 있어 그 자체로는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법정에서의 진술만 증거로 인정되지만, 당사자가 사망한 경우라도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 입증되면 증거로 채택된다.

이 때문에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 전 총리와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재판은 초반부터 '망자와의 진실게임'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법조계 관계자는 "망인의 진술을 유죄의 증거로 삼으려면 형사소송법에 따라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의 진술이라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데, 1심과 달리 항소심은 여러 정황상 신빙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대해 검찰은 "법리 판단이 달라 상고심에서 다툴 필요가 있다"며 상고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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