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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K스포츠-미르재단 의혹…'최순실 게이트'로 번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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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법인 미르 출범식'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논 모습 (사진=자료사진)

 

갑자기 생겨난 문화재단과 체육재단 두 곳을 둘러싸고 여기 저기에서 수상한 냄새가 새어 나오고 있다.

재단 설립 과정과 인사 등 운영 전반에 일명 '비선(秘線) 실세'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설립 인허가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특혜의혹이 불거졌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도한 대기업들의 수백억원대 '묻지마 기부금'을 두고는 청와대 배후설이 제기됐다.

야당은 이번에 불거진 스캔들을 권력형 비리로 규정하고 철저한 진상규명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전혀 사실무근의 정치공세라고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언론이 '비선 실세' 스캔들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만큼 박근혜 정권 말기 레임덕으로 이어지는 메가톤급 지진을 불러올 전조(前兆)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제가 된 두 재단은 창조문화 기여와 창조기업 육성을 취지로 올해 1월과 지난해 10월에 각각 출범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재단이다.

그런데 이 두 재단의 출범에 깊이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주인공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불리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다.

최씨는 1970년대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웠던 故 최태민 목사의 친딸이자, 2014년 청와대 문건파동 당사자인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다.

실제로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선임된 인물은 최 씨가 다니는 스포츠마사지센터 원장으로 밝혀졌다.

또 K스포츠재단의 올해 1월 총회 회의록과 정관이 모두 허위인 것으로 판명났는데도 문체부는 통상 1주일에서 한달 정도 걸리는 재단 설립을 신청 바로 다음날 인가했다.

그런가 하면 미르재단은 출범 뒤 첫 사업으로 프랑스요리학교와 식당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는데, 장소가 우리의 전통문화 홍보를 위해 설립된 '한국의 집'이어서 황당할 따름이다.

당초 한국문화재재단은 이 사업에 대해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가 깃든 장소와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의견을 냈다가 어찌된 일인지 결국 미르재단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으로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두 재단은 출범 이후 이례적으로 올해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3개국, 프랑스, 이란 순방에 동행해 현지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더 이상한 점은 두 재단의 설립을 위해 대기업들이 막대한 기부금을 냈다는 사실이다.

기부금 모금을 주도한 전경련 측은 '자발적인 모금'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800억원을 자발적으로 냈다는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표=스마트뉴스팀)

 

미르재단은 삼성, 현대, SK, LG, 롯데 등 27개 그룹의 34개 기업에서 486억원, K스포츠재단은 14개 그룹의 22개 기업에서 288억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짧은 기간동안 대기업들로부터 기부금 몰아주기 특혜를 받게 된 데는 청와대 핵심인사의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야당은 기업의 강제모금을 통해 대통령 퇴임 이후를 준비했던 과거 5공 당시 '일해재단의 재현'이라며 이번 스캔들을 '제2의 일해재단' 사태로 규정하고 권력형 비리 의혹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다짐하고 나섰다.

'5공 비리'의 대표적 사례였던 일해재단은 당시 장세동 청와대 경호실장 주도로 기업인 등으로부터 600억원 가까운 기금을 출연받아 출범했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폭발사건의 희생자 유족에 대한 지원과 장학사업을 목적으로 발족됐지만 실상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위한 비자금 조성 차원이었다.

특히 야당이 이번 스캔들을 '제2의 일해재단' 사태로 규정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준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이와 관련해 미르재단의 '미르'는 옛말 '밀(물)'에서 비롯된 말로 용(龍)이나 왕, 대통령을 뜻하는데, 박 대통령이 1952년생 용띠라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일해재단의 '日海'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호이며,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저 330억원을 출연해 만는 청계재단의 '淸溪'는 이 전 대통령의 아호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보수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대한 수상한 자금 지원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전경련이 또다시 연루된 점을 지적하면서 "전경련이 청와대와 권력실세의 모금기구로 전락했다"고 질타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항간에서는 우병우 민정수석이 건재한 진짜 이유가 두 재단의 탄생 내막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정권 말기 권력형 비리를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야당의 정치공세일뿐"이라면서 관련자들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자는 야당측 제안을 거부했다. 주무부처인 문체부는 "법인 취소 판단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고, K스포츠재단 관계자는 "(언론 보도내용이) 모두 틀린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는 한발 더 나아가 '전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거듭 분명히 하고 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21일 기자들의 여러 질문에 "일고의 언급할 가치도 없다"는 답변을 7차례나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번 스캔들은 단순히 언론의 의혹제기와 야당의 정치공세로 끝날 것 같지 않다.

대기업으로부터 8백억원대 기부금을 모은 민간재단이 일사천리로 설립됐고, 그 과정에 대통령의 비선 실세가 개입된 정황이 드러난 만큼 청와대의 책임있는 해명이 있어야 한다.

만일 이번 스캔들이 곪은 상처가 때가 돼 터진 것이라면 무작정 덮는다고 덮어질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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