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묶여있던 남편 강간한 아내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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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국내에서 처음으로 남편을 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성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이재석 부장판사)는 강간 혐의로 기소된 A(41)씨에게 "상대방 의사에 반하는 성관계를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남편을 감금해 다치게 하고(감금치상), 이혼 소송에 유리한 진술을 강요한 혐의(강요)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지난 2001년 결혼한 부부는 지난해 4월부터 별거를 하는 등 순탄치 않은 혼인생활을 이어나갔다. 남편은 이혼을 원했지만, A씨는 줄곧 이혼을 반대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5월 A씨의 집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A씨는 지인 B(42)씨의 도움을 받아 남편을 넘어뜨린 뒤 청테이프 등으로 몸을 결박해 약 29시간 동안 감금했다. 남편은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A씨는 또 남편과의 이혼 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다른 여성과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이혼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진술을 남편에게 강요했다.

다음날 새벽 A씨는 남편의 바지를 벗기고 성관계를 했다. 이후 남편은 A씨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112에 신고를 했고, 현장에 경찰이 출동하면서 상황은 종료됐다.

검찰은 A씨에게 감금치상과 강간, 강요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A씨의 사건은 '부부 강간죄'가 인정된 후 여성이 재판에 넘겨진 첫 사례여서 관심이 집중됐다.

재판부는 "비록 남편이 묶여 있었지만, 팔꿈치 아래 팔 부분을 움직일 수 있었고, A씨의 도움으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식탁에서 빵을 먹는 등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성관계 직전 두 사람의 행동이나 대화 내용을 보면, A씨로서는 남편이 동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히 있다"면서 "남편도 성관계 전후 분위기가 호전됐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가 남편을 감금하는 데 도움을 준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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