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 깰만한 것 들고 모여들어
- 대롱대롱 매달린 아이들, 손주 떠올라
- 119 와서, 할 일 다했으니 갔죠
- 나 아니어도 누구나 했을 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호신 (곰내터널 사고 당시 구조자)
며칠 전 부산 곰내터널 안에서 유치원 버스 전복 사고가 있었습니다. 큰 사고였는데도 불구하고 다행히 아이들 21명 전원은 무사히 구조가 됐는데요. 알고 보니까 터널을 지나던 시민들이 공동으로 구조 작업을 한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분들 구조가 완료되자마자 홀연히 다 사라져서 칭찬을 해 드리고 싶어도 할 수가 없었는데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김호신 씨 직접 만나보죠. 김호신 씨 안녕하세요?
◆ 김호신>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구조하다가 어디 다치신 건 아니고요?
◆ 김호신> 아, 네. 그런건 없었습니다.
◇ 김현정> 지난 금요일, 원래 어디를 가시던 길이었어요?
◆ 김호신> 부산에서 울산으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 김현정> 어떤 차를 타고?
◆ 김호신> 화물차, 저희가 자재 사러 가던 길이었는데요. 곰내 터널 진입하기 전에 유치원버스가 진입하려고 하길래 제가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줬거든요. 그랬더니 진입을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가다가 오른쪽으로 탕, 왼쪽으로 탕 엎어지더라고요.
◇ 김현정> 완전 전도가 되어 버린 거죠. 얼마나 놀라셨어요?
◆ 김호신> 말도 못하죠. '어어어어...' 그랬죠. 이건 안 되겠더라고요. 딱 차 세워놓고 앞쪽으로 뛰었죠, 전복된 차 쪽으로. 가서 보니까 애들이 안전벨트 매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더라고요. 그걸 보고는 출구를 찾으려고 하는데 출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애들 탔으니까, 주변에 '구조해 주세요, 구조해 주세요.' 손짓하면서 불렀죠, 사람들을.
◇ 김현정> 혼자는 구조가 안 되는 상황이었네요. 왜냐하면 출구가 막혀 있으니까. 출구 쪽으로 차가 고꾸라졌거든요.
◆ 김호신> 그렇죠.
◇ 김현정>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 김호신> 이거 안 되겠다 하는데 미니버스 뒤에 유리창이 있지 않습니까, 길게. 그걸 발로 차보니까 안 깨지더라고요, 이게.
◇ 김현정> 안 깨지죠, 발로는.
◆ 김호신> 그래서 제 차가 작업 차량이기 때문에 뒤에 망치가 있어요. 망치가 생각나더라고요. 그래서 망치를 갖고, 위 쪽을 깨면 혹시 그 안에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다칠까 봐서, 밑을 깨서 확인을 했더니 보니까 아이들이 안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막 두드려 깼죠, 그냥.
◇ 김현정> 그러니까 뒤에 있는 유리를 망치로 두드려서 깨신거네요?
◆ 김호신> 네. 그렇게 하니까,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어요, 그때. 조금 이따 보니까 펜치 가지고 온 사람, 골프채 갖고 온 사람. 다 유리창 깨려고 생각했던 모양이예요.
◇ 김현정> 아, 자기 차에 있는 뭔가 깰 수 있는 건 다 하나씩 가지고 몰려들었네요.
◆ 김호신> 네, 네. 유리창을 깨도 잘 못 나오지 않습니까? 아이들 사고 날 까봐. 들어가서 구조를 하는데 머슴아 있었거든요, 머슴아.
◇ 김현정> 네. 남자 아이.
◆ 김호신> 안에서 안아다가 피신을 시키고, 그다음에 여자아이 드러내고 그러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이 하나씩 데리고 나오더라고요.
◇ 김현정> 주변에 몇 명쯤 그렇게 모이신 거예요, 자기 차 내팽개치고?
◆ 김호신> 그때 보면 대충 7명, 8명? 아마 더 넘었을 거예요. 그렇게 애들을 싹 구조해 놓고 보니까 21명이더라고요, 21명.
◇ 김현정> 맞아요. 아니, 그러면 선생님. 사실은 119나 112에 신고를 하면 그 신고한 것만으로도 나는 할 일 다 했다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또 위험한 터널 안이니까요. 그런데 신고하고 그 차가 기다리지 않고 내가 아이들을 꺼내야겠다는 생각을 어떻게 하셨어요? 맨손으로 그것도. 뭐 무슨 장비를 제대로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 김호신> 아 그거야 본능적이지 않습니까? 나도 손자가 저만한 나이 아이가 있거든요. 어떤 부모가 어떤 사람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구조라는 것이 초기에 빨리 해야만하지 않습니까?
(사진=부산경찰청 제공 영상 캡처)
◇ 김현정> 그렇죠. 거기 혹시라도 다친 아이라도 하나 있으면 빨리 꺼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 김호신> 그렇죠. 꺼내서 다친 애들 있으면 바로 옆에 차들 해서 후송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있었거든요.
◇ 김현정> 인공호흡이라도 빨리 해야 될 아이가 있을지 모른다, 빨리 오기 전에 119 오기 전에 뭔가 해야지, 이런 생각?
◆ 김호신> 네. 그래서 아이들 꺼내놓고 보니까 처음에는 애들이 안 울더라고요. 그래서 보니까, 다친 애들 보니까 무릎 상처 나고 이마 쪽에 조금 상처 나고 긁혔더라고요, 보니까.
◇ 김현정> 그만하기를 얼마나 다행입니까?
◆ 김호신> 진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감사한지요.
◆ 김호신> 아이고, 진짜 가슴이 쿵 했어요.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젊었을 때 혹시 무슨 구조 경험이라도 있으셨어요?
◆ 김호신> 그런 거 없어요. (웃음)
◇ 김현정> 그런데 어쩜 이렇게 체계적으로 당황하지도 않고 착착 잘하셨어요?
◆ 김호신> 그건 나도 모르겠네요. (웃음) 사람들 웃더라고요. 그렇게 했다고 하니까 웃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그 아이들의 부모님들이 구조자 시민분들, 용감한 시민분들한테 얼마나 감사해하고 있을까요?
◆ 김호신> 그러게요. 나는 걱정이 애들이 큰 충격 아니었겠습니까? 처음엔 꺼내놓으니 안 울더라고요. 놀래가지고. 좀 이따 보니까 안정이 되니까 그때부터 우는 거예요.
◇ 김현정> 오히려 다 구조해가지고 오히려 안전한 곳에 앉고 나니까 그때부터 울어요?
◆ 김호신> 네, 크게 울더라고요. 한 애가 우니까 따라서 울고... 유치원 선생님이 막 달래주고, 사람들도 안아주고 달랬어요.
◇ 김현정> 선생님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 김호신> 저요? 육십 셋인가 넷인가 모르겠네요.
◇ 김현정> (웃음) 손주 생각이 나셨던 거군요, 아이들 보면서.
◆ 김호신> 그럼요.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119에 이제 아이들 넘기자마자 그 용감한 시민분들이 그냥 다 뿔뿔히 흩어지셔서 제 갈 길 가신 거예요?
◆ 김호신> 네, 그렇죠. 119 도착하더라고요. 와서 현장 사진 찍고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우리도 일 다 끝났다.다 가자.' 해서 구조대에 맡겨놓고 갔죠.
◇ 김현정> 현장 블랙박스 동영상이 공개돼 잔잔한 감동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면서 부산경찰청에서 대대적으로 '곰내 터널의 영웅들을 찾습니다, 찾습니다.' 이거 여기저기다가 소문 내고 다녔던 거 알고 계셨어요?
◆ 김호신> 몰랐어요.
◇ 김현정> 모르셨어요?
◆ 김호신> 어저께 누가 지인이 그러더라고요. '야, 너 TV에 나왔다.' 그러길래 뭔 텔레비전이냐고 했더니 '너 터널 안에서 뭐 했다며?' '응, 그래.' 그랬죠.
◇ 김현정> 그러면 경찰청에서 어떻게 찾아서 연락이 왔어요?
◆ 김호신> 제가 며느리한테 이 얘기를 한번 했었거든요. '며늘아, 나 이런 일 있었다.' 자랑 한번 했죠, 제가. (웃음) 그래서 며느리가 연락을 해서 통화가 됐습니다.
◇ 김현정> 며느리한테 슬쩍 자랑했는데 며느리가 소식 알고 경찰청과 연락이 됐던 거군요. 아이고, 참. 실은 요즘에 타고 가던 택시의 기사가 쓰러져도 신고 안 하고 사라집니다. 아이가 맨발로 공원을 헤매고 다녀도 누구 하나 신경 안 써서 사고가 나고 이랬는데, 이렇게 위험한 터널 안에서 그 사고의 순간에도 용기 내주신 분들이 계시다니까 참 제가 얼마나 마음이 놓이고 좋은지 모르겠습니다. 조금 이따가 경찰청에 상 받으러 가시죠?
◆ 김호신> 네. 뭐 별 것도 아닌데 요란스럽네요. 아니, 내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다 했을거 아닙니까. 그거는.
◇ 김현정> 아닙니다, 아닙니다. 너무 잘하셨고. 어쨌든 상 받는 소감 어떠십니까?
◆ 김호신> 아이 그냥 쑥스럽네요. (웃음)
◇ 김현정> (웃음) 복 많이 받으실 겁니다. 오늘 상 잘 받고 오시고요. 제가 감사인사 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김호신>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곰내터널의 의인입니다. 김호신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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