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참사 이틀째인 지난 2014년 4월 17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상에 구조당국이 출동해 있다. (자료사진/윤성호기자)
세월호참사 당시부터 수색과정이 고스란히 담긴 해경의 TRS(Trunked Radio System, 주파수공용통신) 무전교신 기록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TRS 교신기록은 사고 직후 수색과정에서 선내에 공기를 주입하고 수중로봇을 투입했다던 정부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점을 드러낸 핵심 증거다.
(관련 기사 : 세월호 공기주입·수중로봇·잠수기록 다 거짓말 "靑 보고용")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진상규명의 '비밀의 문'이 될 이 기록을 해경이 의도적으로 감추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본색 드러낸 해경…"자료 공개 의무 없다"
8일 특조위와 해경 측의 입장을 종합하면, 특조위가 당시 인천 송도에 있던 해경 본청에서 TRS 교신기록을 발견한 건 지난 5월 말.
기록이 저장된 3대의 하드디스크를 분석한 결과 2014년 4월 15일부터 12월 말까지 100만개가 넘는 파일이 담겨 있었다. 이중 TRS 기록 파일은 4만7000건에 해당한다고 해경은 밝혔다.
특조위는 기록의 훼손을 막기 위해 6월 초 해당 하드디스크 자체를 밀봉하고서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전체 파일에 대한 실지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경은 보안문제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들어 일단 2014년 4월 15일부터 5월 2일까지 2주일 분량에 해당하는 파일 7000여건만 제공했다.
특조위는 받아낸 파일을 분석해 참사당시 해경이 식당에 공기주입을 했다거나 수중로봇 투입에 성공했다는 등의 발표가 거짓이었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후 특조위 측은 나머지 8개월 치에 해당하는 나머지 TRS 파일중 외교·작전상 비밀사항을 제외한 기록을 추가 요구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인천의 해경 본청을 직접 찾아가겠다고 통보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경은 "서버 담당 직원이 을지훈련을 끝내고 세종청사에서 돌아온 뒤 26일쯤 오라"더니 사흘 만에 별안간 "허가하지 않겠다"고 말을 바꿨다고 특조위는 전했다.
해경을 관할하는 국민안전처 측은 이에 대해 "특조위 활동 종료에 따라 7월 이후에는 보안사항 관련 파일을 분류하는 작업을 멈춘 것"이라며 "특별법이 개정된다면 남은 파일도 분류해 제공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이석태 세월호 특조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4.16 세월호 참사 특조위 제3차 청문회’ 개회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황진환기자
◇ 해경 청사 이전…베일에 싸인 TRSTRS 파일 제출을 차일피일 미루던 해경은 지난달 말 인천에서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했다.
특조위는 해경이 이 과정에서 파일을 훼손하거나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해경이 이사하면서 연락을 끊어 이제는 밀봉된 하드디스크가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하드디스크 내의 TRS 기록들은 이미 훼손됐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박종운 안전사회소위원장은 청문회에서 "해경은 TRS를 통해 참사의 진실에 접근하는 '비밀의 문'이 열리는 걸 두려워한다"며 "해경은 100만개의 파일이 묻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경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TRS는 현재 세종청사 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보안구역에 있다"며 "훼손하면 형법상 처벌받게 되는데 그럴 수가 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특조위는 TRS 교신기록과 선체 조사를 포함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 개정을 요구하며 8일로 42일차 릴레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