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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모른 척 했다…그리고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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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검증에 나서는 계모(왼쪽)과 친부(오른쪽).

 

2013년 5월.

아빠는 엄마 곁에서 어린 남매를 떼어냈다.

이혼소송 끝에 친권과 양육권을 받은 아빠는 남매에게 새엄마를 소개했다.

그런데 같이 살게 된 새엄마는 틈만 나면 남매를 때렸다. 주로 회초리였다. 2년 동안 아이들 몸엔 붉고 푸르스름한 회초리 자국이 문신처럼 새겨져 있었다.

남매에게 베란다는 감옥이었다. 가로 153cm, 세로 117cm. 이곳에서 남매는 밥을 먹었고 대소변은 요강으로 해결했다.

아빠는 모른 척 했다.

새엄마는 남매를 제대로 먹이지도, 씻기기도, 입히지도 않았다. 남매는 늘 배가 고팠고, 한겨울에도 얇은 옷으로 버텼다.

2015년 4월.

남매 중 누나는 친할머니집으로 가게 됐다. 아빠와 할머니는 서로 왕래하지도 않았다.

이제 동생 원영이만 혼자 남게 됐다.

새엄마는 원영이를 더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빠는 모른 척 했다.

2015년 11월.

베란다에서 나온 원영이는 이내 화장실에 갇혔다.

원영이는 가로 174cm, 세로 189cm인 화장실에서 나올 수 없었다. 밖으로 나오려고 하면 또 다시 매질이 시작됐다. 화장실 청소용 도구는 회초리 대용이었다. 원영이에게는 오직 매트 한 장이 주어졌다.

아빠나 새엄마가 화장실을 사용할 때면 원영이는 벽을 바라봐야만 했다.

이마에 심한 상처가 있었지만 새엄마는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아빠는 모른 척 했다.

2016년 1월.

원영이가 초등학교에 갈 나이가 됐지만 아빠는 예비소집일에 원영이를 데려가지 않았다.

2016년 1월 30일.

새엄마가 화장실에 들어왔다. 아빠와 싸워서 화가 난 상태였다. 새엄마는 원영이를 무릎 꿇리고 락스 1리터를 머리에 부었다. 다음날에도 락스 1리터가 뿌려졌다.

문제의 그 날, 2016년 2월 1일.

오후 1시 새엄마는 원영이의 옷을 벗겨 찬물을 뿌렸다. 락스 때문에 원영이의 몸은 이미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영하 8도의 날씨에 트레이닝복 상의와 팬티만 입은 아이에게 찬물은 고통을 가중시켰다.

아빠가 퇴근했지만 원영이를 찾지 않았다.

새엄마는 또다시 원영이의 몸에 찬물을 뿌렸고, 원영이의 몸은 찬물보다 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의식이 희미해졌지만 아이는 '엄마'라는 단어를 되뇌었다.

아빠는 모른 척 했다.

대신 아빠와 새엄마는 족발을 시켜 소주 2병을 나눠 마셨다. 새엄마는 핸드폰 게임을 했다.

다음날 아침.

원영이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쇄골과 갈비뼈는 부러져 있었고 특히 머리 부위 상처가 심했다.

그런데도 아빠와 새엄마는 담담했다. 둘은 원영이를 이불에 둘둘 말아 베란다에 두었다. 그리고 아빠와 새엄마는 믿을 수 없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원영이 잘 있지?"
"네. 나는 비빔밥 먹고 원영이는 칼국수 먹었어요. 밥 잘 먹고 양치질도 했어요"

둘은 책가방과 신발주머니, 학용품도 샀다. 경찰 조사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시신 썩는 냄새가 심해지기 시작했다. 더는 집에 둘 수 없었다. 아빠와 새엄마는 원영이를 친할아버지 묘소 인근에 암매장했다.

차량 블랙박스에는 두 사람의 대화가 담겼다.

"원영이 잘 있겠지? 오줌 안 싸는지 모르겠다. 이사 가면 데리고 잘 살자"
"내비(차량 내비게이션)에 남이섬이라고 찍어봐"

아빠와 새엄마는 살아있는 원영이를 다른 곳에 맡기고 오는 듯 연기를 했다.

3월이 됐다. 원영이가 입학하지 않자 학교에서 원영이를 찾아달라고 신고를 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미 원영이가 죽었음에도 아빠와 새엄마는 "아이가 사라졌다"며 끊임없이 거짓말을 했다.

둘의 거짓말에 속은 사람들은 제발 원영이가 살아있기를 기원했다.

 


하지만 원영이는 돌아올 수 없었다.

검찰은 결국 아빠와 새엄마를 살인, 사체유기, 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대한민국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엄벌을 요구하는 탄원서가 매일같이 법원으로 날아왔다.

첫 공판을 앞두고 아빠의 변호인도 사임했다.

검찰은 새엄마에게는 무기징역을, 아빠에게는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새엄마에게 징역 20년을, 아빠에게는 징역 15년을 선고했다(8월 10일).

방청석에서는 짙은 탄식이 흘러나오는가 싶더니 이내 눈물 범벅의 절규가 이어졌다.

"항소. 항소!"
"판사님 너무하십니다"

낮은 형량에 당황한 검찰은 항소를 검토했다. 그런데 뜻밖에 항소는 새엄마가 먼저 했다(8월 11일). 형이 너무 과하다는 것이었다.

아빠는 모른 척 했다.

그러던 아빠가 최근 침묵을 깨고 항소를 했다(8월 17일). 역시 형이 과하다는 이유였다.

아빠가 남긴 말은 "아이가 죽을 줄은 몰랐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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