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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정] 4억 굿값 무속인 "사기" vs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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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억원 무속행위는 사기" vs "자발적이면 사기 아냐"

<노영회 변호사="" :="" 사기다="">
- 재산 많은 가족에 불안감 조장
- 해결 능력 없이 거액 편취한 것
- 마음의 위안이 댓가? 그렇지 않아

<손수호 변호사="" :="" 사기="" 아니다="">
- 무속인은 자신도 그렇게 믿고 한 것
- 속이려고 마음 먹고 속인 증거 없어
- 마음의 위안 있었기에 6년간 계속…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노영희(변호사),손수호(변호사)

 

뉴스쇼가 수요일에 마련하는 코너입니다. 라디오 재판정! 논란이 되고 있는 이슈나 인물을 저희가 스튜디오 재판정 위에 올려놓으면 우리 여러분께서 들으시면서 배심원 자격으로 평결을 내려주시면 됩니다. 오늘도 두 분의 변호인 나오셨어요. 노영희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노영희>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히 내리네요.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오늘 시적으로 인사를. 손수호 변호사님, 어서 오십시오.

◆ 손수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리가 지난번에 '군대에서 축구하다가 다친 경우 국가유공자에 해당되느냐? 안 하느냐?' 이 주제 갖고서 한번 재판정에 올린 적 있었잖아요. 그런데 한 청취자께서 이걸 들으시고 '군대 축구, 전투축구 너무 위험하다, 폐지하자'라는 의견을 국방부에다가 건의를 하셨대요. 그러자 국방부에서 '폐지는 좀 어렵습니다' 이런 답변이 왔다라고 저희한테 그 문건까지 보내주셨어요. 그래서 저는 '폐지가 옳느냐, 그르냐' 그 문제가 아니라 '야, 우리 청취자들이 정말 재판정을 열심히 듣고 열심히 치열하게 고민하시는구나?'하고 놀랐습니다.

◆ 노영희> 진짜 감동입니다.

◆ 손수호> 더욱더 큰 부담을 느끼게 되네요.

◇ 김현정> 재판정 잘 치러야 합니다. 오늘 우리가 재판정에 올릴 이슈는 시사 프로에서 별로 다룰 일이 없는 주제인데 제 PD 인생에서 처음 다뤄보는 주제 같아요. (웃음) 바로 무속행위와 관련된 겁니다. 저는 평생 이런 거 근처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인데 요즘 주변에 보면 가는 분들이 더러 계시죠?

◆ 노영희> 주변에 많아요.

◇ 김현정> 그렇죠. 요즘 좀 세상이 팍팍해지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면 더 성행하잖아요.

◆ 손수호> 특히나 젊은층 사이에서 이게 정말 믿는 건지, 호기심인지, 그냥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건지, 유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곳에 조금 조금씩 빠지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 김현정>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러 가지 사건 사고도 많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그 사건들 중에 하나를 좀 재판정 위에 올려놓고 따져보면서 이런 무속행위가 끼치는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따져보고자 합니다. 어떤 내용이냐면 얼마 전에 판결이 나오면서 뜨거운 논란이 됐던 사안이 하나 있어요.

'굿을 해 주는 값으로 수억 원을 받은 무속인. 사기인가? 아닌가? 굿 값으로 수억 원을 받은 무속인 사기인가? 아닌가?' 바로 이 주제입니다. 먼저 두 변호사님 입장부터 간단히 확인을 하죠. 노 변호사님, 어느 쪽이세요?

◆ 노영희> 저는 사기가 맞다고 봅니다.

◇ 김현정> 손 변호사님은 그럼 사기가 아니다?

◆ 손수호> 사기죄로 처벌하지 못했다는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 김현정> 여러분, 생각을 하면서 어느 쪽을 지지할까 생각하면서 들어보세요. 이 사건은 대략 이렇습니다. 한 무속인이 어느 날 어느 집에 놀러갑니다. 그랬다가 그 집 가족사진을 쭉 보더니 이렇게 말합니다.'이 집에 둘째아들이 단명할 것 같다. 아이를 힘들게 하는 조상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라고요.

이 말을 전해들은 아이의 엄마는 불안했어요. 그런데 그후 1년 뒤에 하필 그 아이가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굿 값과 제사비용, 무슨 기도비 등 명목을 해서 6년 동안 148회에 걸쳐서 자그마치 4억 6000만 원을 이 무속인에게 건넵니다. 그러던 아이의 엄마와 가족은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겠죠. 그러면서 무속인을 고소를 합니다. 그래서 무속인은 구속기소가 됐는데요.

정작 법원에서는 '이 무속인은 사기가 아니다'라며 이런 무죄 판결을 내린 겁니다. 법원의 판결은 나왔어요. 사기가 아니라고요. 그러면서 과연 이게 어떻게 사기가 아니냐. 여러 가지 논란들이 일고 있는 그런 사건인데요. 의견 주십시오. 노 변호사님, 사기라고 보세요?

◆ 노영희> 저는 사기라고 봅니다.

◇ 김현정> 어떤 이유입니까?

◆ 노영희> 지금 법원에서 이 무속인에 대해 무죄를 인정한 것은 '굿을 하면서 마음의 위안을 얻었기 때문이고 그 사람이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면 소기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다, 거짓말은 아니다' 이런 얘기거든요. 그런데 마음의 위안을 얻는 것도 정도가 있는 것이고 그 금액 정도에서도 어느 정도 도를 넘으면 안 된다라고 하는 것인데요.

지금 이번 하급심 판결에서는 이 무속인에 대해서 무죄라고 했지만 또 다른 대법원 판례에서는 굿 값만 챙긴 무속인에게 실형을 확정해서 2년 6개월 동안 징역을 살게 한 게 있었어요. 왜냐면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불안해질 수 없지 않습니까? 자기 자식이 죽는다거나 남편이 죽는다거나 이렇게 말을 하면요. 그러면 근거가 뭔지도 사실 모르면서도 저 사람이 그런 말을 했으니까 듣는 순간부터 매우 불안한 상태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 김현정> 무속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아니, 무슨 원한이 씌었다, 아이가 죽는다’ 이러면 겁 안 날 사람 없잖아요.

◆ 노영희> 그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서 과도하게 금전적 이익을 챙기려고 했다는 점에 저는 주목을 해야 된다라고 보고요. 또 하나는 피해를 당했다고 스스로 고소를 했다는 겁니다, 이 굿을 했던 분들이요. 그러니까 그분들은 처음에는 이 무당이나 무속 하는 사람들의 말을 믿었겠지만 그로 인해서 말하고 행동하고 달래주면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건 내가 원했던 혹은 당신이 나에게 말했던 결과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하면서 사기죄로 고소해서 이 사건이 여러 번 벌어지는 거거든요.

그렇다면 피해를 입은 사람 자체가 '이건 내가 사기 당했다'고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서 과도하게 피해자를 양산하고 정말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는 거대한 금액, 우리가 4억이나 7억 이런 돈이 옆집 애 이름이 아니거든요. 그런 돈을 쓰게 만든 것 자체가 나쁜 것이고요. 그리고 그분들이 어떤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매우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고 법적으로도 옳지 않다라는 겁니다.

◇ 김현정> 불안한 심리를 조장해서 돈을 받아낸 거라면, 그리고 그걸 당한 사람이 돈을 낸 사람이 사기라고 느낀다면 상식선에서 생각해 달라는 말씀이군요. 손 변호사님?

◆ 손수호> 지금 이 무속인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가리는 게 아니고요. 또 착한 사람인지 부도덕한 사람인지 가르는 것도 없습니다. '법적으로 과연 그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되어서 형사처벌이 가능하냐?'를 따지는 자리인데요. 그렇다면 그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판사가 유죄에 확신을 가져야만 형벌을 가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거기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 김현정> 잠깐만요. 그럼 여기서 법적으로 이게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사기 요건은 뭐예요?

◆ 손수호> 사기죄의 요건은 기만행위예요. 속이는 행위가 있어야 해요.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돈을 받았고 굿 값을 받았지만 굿을 안 했을 경우가 사기죄가 됩니다. 아까 노 변호사님이 말씀하신 경우는 이거죠, 돈 받고 안 한 경우는 당연히 사기죄입니다.

◇ 김현정> 해 준다고 하고 안 한 경우요?

◆ 손수호> 하지만 이 경우는 돈을 받고 굿을 했습니다. 그렇다면 '자기 자신도 굿을 해야 액운을 피할 수 있다고 믿은 게 아니다. 나도 이거 굿해 봤자 효과 없는 거 알지만 돈을 받기 위해서 마치 굿만 하면 액운을 피할 수 있는 것처럼 속였다'고 해서 거기에 속은 의뢰인이 돈을 지급하는 처분행위를 하고 그러한 처분행위를 통해서 손해를 입어야 사기가 되는 거죠.

◇ 김현정> 그러니까 이 무속인도 '아이고, 이거 해 봤자 아무 소용이 없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소용 있습니다, 굿을 해야 애가 삽니다' 이러면서 속여야 사기라는 말씀이군요?

◆ 손수호> 그래야 형법상 사기죄가 된다는 얘기죠.

◇ 김현정> 그런데 무속인이 '저도 효과를 믿었거든요. 저는 꼭 될 줄 알았거든요' 이러면?

◆ 손수호> 사기에 고의가 없는 거죠.

◆ 노영희> 하나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사기가 되냐, 안 되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있는데요. 지금 손 변호사님 말씀하신 거는 구성요건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변제의사와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가 바로 그 사람이 사기를 치려는 마음이 있었냐 없었냐를 가름하는 기준이에요.

본인이 그냥 '나는 이거 믿었다'고 말한다고 해서 사기의 고의가 없다 이렇게 보는 게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 사람이 예를 들면 '둘째가 단명하는데 굿하면 무조건 이 사람은 산다'고 말을 했어요. 그러면 그 둘째가 살게끔 할 의사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능력이 있었냐는 거예요.

그 둘째가 단명하는지 안 하는지도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서 무슨 우환이 있었다고 칩시다. '굿을 하면 살아납니다'라고 얘기를 해서 너무너무 그것을 믿고 그 사람이 돈 달라는 대로 비싼 돈을 다 주는 거예요. 여기저기서 막 끌어다가요. 그러면 그렇게 해서 굿을 했을 때 그 상대방인 무속인이 이 아픈 사람을 혹은 단명할 사람의 운명을 바꿔놓을 능력이 있냐는 거예요. 능력이 있다고 어떻게 확신합니까? 능력이 없습니다.

◇ 김현정> 손 변호사님은 그러니까 그 사람은 자기가 능력 있다고 믿었다는 거예요?

◆ 손수호> 그 사람 행위가 믿었다면 사기가 되지 않고 변제 의사와 변제 능력은 돈을 빌리는 경우에 사기죄가 성립되느냐를 말씀하시는 것 같고요.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돈 빌린 것과 별개로 무속행위 자체를 논하는 거잖아요. 그렇다면 이 무속인이 본인이 그런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면 죄가 안 되고, 본인도 믿지 않았다는 점은 검사가 증명해야 되는 건데 검사가 증명 못했으니까 무죄 나온 겁니다.

◆ 노영희> 그렇지 않아요. 수많은 사기죄는 어떤 경우는 유죄가 되고 어떤 경우는 무죄가 돼요. 여기서 말하는 변제의사라고 하는 건 무조건 돈만 주고 받고하는 변제의사가 아니고 '채무를 이행할 의사와 능력이 있느냐?'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채무라고 하는 것은 '당신이 나에게 이렇게 몇 억원을 갖다 주면 내가 굿이라고 하는 행위를 통해서 접신 혹은 외부적인 제3의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존재와 연결을 지어서 그로 하여금 당신이 원하는 소망을 이루어주게끔 하겠다'고 하는 게 하는 게 바로 채무 이행이라는 말이죠. 채무이행의 의사는 있을 수 있어요. 그건 주관적인 거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그렇게 따지지 않아요. 경찰에서 조사할 때 병을 고칠 의사가 있었다고 주장하더라도 실제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를 판단하거든요.

◇ 김현정> 능력 있는 채 했느냐, 능력도 없으면서도 있는 것처럼 얘기했느냐?

◆ 노영희> 무슨 능력이 있습니까? 이 사람이.

◇ 김현정> 그 부분이 지금 두 부분이 엇갈리는 거에요. '능력이 있다고 이 사람이 믿었다라고 하면 우리가 어떻게 다르게 논박할 수 없지 않느냐?' 이 말씀을 하시는 거고요. 노 변호사님은 그게 아니다란 말씀입니다. 굿 값이 300만 원이었답니다. 굿 값은 정해져 있는 거예요. '마음대로 내고 싶은 대로 내세요'가 아니라 굿 값 300만 원을 정해서 148회를 받았다는 거거든요. 이 금액이 적냐 마냐도 판단의 어떤 근거가 됩니까?

◆ 손수호> 그렇습니다. 사기죄 여부를 판단하려면 여러 가지 요건들을 봐야 되는데요. 그 중의 하나가 사기에 고의가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 사기의 고의, 즉 '사기를 정말 고의적으로 한 거냐?' 이걸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신밖에 없죠. 아는 사람도 사실 본인밖에 없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인 판사가 사실상 이걸 객관적으로 판단을 해야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여러 가지 다른 그런 구체적인 사정들을 통해서 이 무속인의 사기 고의 여부를 판단해야 돼요. 그런데 그 요소 중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이 금액이죠. 그래서 이 굿의 대가가 통상적인 경우보다 굉장히 높다, 과도하다, 이상하다라고 한다면 사기 고의를 인정하는 게 용이해질 것이고요. 그렇지 않다라고 한다면 사기 고의의 인정이 점점 어렵게 되죠.

◆ 노영희> 그런데 금액은 꼭 정해진 건 아니고요. 그 사안의 중대성이라든가 무속인의 유명세라든가 그다음에 얼마나 상황이 절박한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져요. 그래서 한 번에 100만 원짜리도 있고요. 300만 원짜리도 있고 어떤 건 2000만 원 짜리도 있고 5000만 원짜리도 있습니다. 그건 무속인이 주장하고 부르기 나름이라는 거고 상대방이 깎기 나름이에요.

그런데 이제 제가 지금 두 가지 판례를 말씀드릴게요. 아까 손 변호사님은 '대법원에서 유죄받았던 그 판결은 굿 값을 받아놓고 굿을 안 했기 때문에 유죄를 받은 거다'라고 하셨는데요. 맞습니다, 그 말이 맞는데요. 그것 이외에도 다른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청주에서 있었던 일인데 2010년 7월에 있었던 일이에요. 사업을 벌이다가 빈털터리가 된 무속인 김 모 씨가 굿 사기에 나섰는데 점 보러 온 사람의 불안감을 악용해서 뭐라고 말했냐면 액운이 끼었다고 속였습니다.

그 당시 34살짜리 여자의사에게 말했습니다. '가족에게 큰 병이 온다, 남편하고 사이가 나빠질 거다.' 이 여자가 한두 번 들었을 때는 넘어가는데 계속 그런 말을 들었고 실제로 남편과 자주 싸웠습니다. 그러니까 매우 불안해졌겠죠. 그러면서 이걸 이용해서 '기도를 올리면 액운을 말끔히 씻을 수 있다'고 그러면서 2000만 원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이 '너무 비쌉니다'라고 말하니까 '내가 기도하고 효과가 없으면 돈 돌려주마'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래서 결국 의사가 무속인에게 돈을 줍니다. 16번에 걸쳐서 5개월 사이에 2억 9800만 원이 그 무속인에게 가요.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달라진 게 하나도 없거든요. 여의사가 너무 화가 나서 이거 사기다라고 주장하면서 돈을 돌려달라고 해요. 그랬더니 이 사람이 '주겠다 주겠다' 말한 하고 제대로 주지 않고, 자기가 사채 빚을 갚고 명품을 구입한 행위를 하는 거예요.

그런데 이 상황에 대해서 1심 재판부에서는 '단순히 채무불이행에 불과한 거고 이거 사기라고 볼 수 없다'라고 해서 고소인 여자 의사에 대해서는 완패를 시켰죠. 그러다가 2심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면서 뭐라고 말을 했냐면 '미신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그 가로챈 돈을 사치스러운 생활에 쓰고도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에 이건 중형이 불가피하다'라고 해서 6개월 실형을 선고했습니다. 특히 여기서 관건이 되는 게 뭐냐면 그 굿을 의뢰한 사람이 전문직이냐 학력이 높으냐 이런 것도 하나의 판단기준이 됩니다.

 

◇ 김현정> 왜냐하면 '자발적으로 판단해서 돈을 줬느냐? 아니냐?'의 판단 기준이니까요.

◆ 노영희> 여자의사라고 하면 판단 능력이 있다는 거죠. 그렇지만 여기서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심신이 힘든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득실을 따져 판단할 수 있는지 여부는 의사라는 직업에 거는 기대와는 전혀 무관하다. 그래서 실형 6개월을 선고한다' 이렇게 된 거예요.

◇ 김현정> 손 변호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상반되는 다른 판례도 있습니까?

◆ 손수호> 당연히 있죠. 유죄가 인정된 경우가 있고요. 또 유죄가 아닌 무죄 판결이 선고된 경우도 있습니다. 양쪽 다 많아서 구체적인 경우를 다 살펴봐야 되기 때문에 복잡해지는 건데요. 일단 기본적으로 저는 굿을 한 번도 안 해 봤고 점도 한 번도 안 봤었어요.

그런데 무속행위라는 것을 대법원에서는 이렇게 봅니다. 결과를 구체적으로 달성하는 게 목적인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무속행위를 하면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이나 이런 게 목적이다라고 대법원은 보고 있고요. 이렇게 대법원이 보는 게 오히려 이런 무속신앙과 굿의 효력이나 효험을 오히려 인정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사기죄를 인정하지 않는 게 굿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에요.

그런 쪽으로 이해를 해 주시면 좋겠고요. 또 하나는 이 사건 같은 경우에 무려 6년동안 148회에 걸쳐서 4억 6000만 원, 굉장히 큰 돈이 결과적으로 다 건네졌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노 변호사님 소개해 주신 그 사례 같은 경우에도 큰 돈이 오갔죠. 억대니까요. 그런데 기간을 좀 봐야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횟수도요. 조금 전에 유죄 판결 선고된 경우에는 불과 몇 개월 사이에 그 돈이 오갔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 사건 같은 경우에는 6년 동안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148회에 걸쳤고요.

◇ 김현정>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넉넉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씀이세요?

◆ 손수호> 의사지만 양식을 다 갖추신 분이겠죠, 당연히 의사시니까요. 그런데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도 해외에서 금융업을 하시는 분의 배우자였습니다. 그런 요인도 굉장히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던 것이죠.

◇ 김현정> 이제 정리를 해야 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의견 정리를 좀 해야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내주세요.

◆ 노영희> 사기가 아니라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은가 봐요. 그런데 제가 하나 말씀드리면 중요한 게 마음의 위안이에요. 맞아요. 사실 저도 점을 보러 다녔는데요. 가면 되게 기분이 좋아요, 왜냐하면 보통 5만 원, 10만 원씩 내고.

◇ 김현정> 자기 고백이군요. (웃음)

◆ 노영희> 물어보거든요. '저 앞으로 어떻게 잘 될까요? 성공할까요? 사법시험 붙을까요?' 이런 것도 물어봐요. 그러면 앞에서 앉아계신 분이 막 뭔가 책을 펼치면서 얘기해 주시면서 혹은 다른 이상한 도구들 사용하시면서 멋지게 '당신은 올해는 될 거다, 내년부터 괜찮다' 이런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그럼 마음이 너무 행복해져요. 그래서 5만 원, 10만 원이 아깝지 않아요. 50만 원도 주고 싶어요.

◇ 김현정> 바로 그 심리를 이용해서. (웃음)

◆ 노영희> 그런데 조금 지나고 집에서 생각해 보면 '저 사람 말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되게 허탈해져요.

◇ 김현정> 바로 그겁니다.

◆ 노영희>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게 바로 그거입니다.

◇ 김현정> 지금 결과가 나왔습니다. '아이가 단명한다면서 수억 원의 굿값을 받아간 무속인, 사기인가? 아닌가?' 법원은 사기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청취자들의 선택은 이렇게 나왔군요. '65% 대 35%로. 65:35로 사기다.' 노 변호사의 손을 들어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사기라는 문자가 확 쏠렸거든요. 손 변호사가 선전하신 거예요. (웃음) 그러니까 제가 문자를 쭉 보면 이런 거예요. '결국은 위안을 얻고자 이렇게 그냥 무모하게 돈을 건네는 행위는 하지 말자' 이런 얘기를 많이 하시면서 '법적으로는 사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된다' 이런 의견들이 지금 들어오네요. 손 변호사님, 고개 끄덕끄덕 하시는 거죠.

◆ 손수호> 일단 사기일 수도 있고 사기 아닐 수도 있는데. 보통 이렇게 무속에 휩쓸리는 그런 상황 자체가 좀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살 만한 세상이 돼서 많이 휩쓸리는 사기사건, 고소하고 이런 사건들 많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 노영희> 사회가 불안하고 힘들 때마다 이런 일이 많이 벌어지니까 우리가 좀 안 그런 사회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 김현정> 이런 사건들이 하도 많이 벌어져서 오늘 한번 곱씹어보자. 우리도 반성해 보자 생각해 보자라는 의미로 재판정에 올렸습니다. 두 분 수고하셨습니다.

◆ 노영희> 고맙습니다.

◆ 손수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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