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중앙정부의 예산이 내년에 400조원 시대를 맞게 됐다. 30일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확정한 내년도 예산안은 지출규모가 400조7천억으로, 다음달 2일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정부 예산규모는 2001년 김대중 정부 시절 100조2246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이 넘은 이래, 2005년 노무현 정부에서 200조원,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300조원이 넘었고, 이윽고 박근혜 정부 말인 2017년 40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정부 예산은 16년 만에 4배 늘어났지만, 같은 기간 국가채무는 5.6배 증가해 예산 증가속도를 훨씬 앞질렀다. 예산 400조원 시대를 맞아 나라빚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 국가채무 증가속도, MB 정부 이후 가속도 붙어
2001년 처음으로 지출예산이 100조원을 넘었을 당시, 국가부채는 121조8천억원이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17.7%로 낮았다.
그러나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국가부채는 200조원을 넘었고, 이명박 정부 들어서서는 2008년에 부채가 300조원을 넘어선데 이어 2011년에는 400조원을 돌파했다. 불과 4년 만에 나라빚이 100조원이 불어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하고, 4대강 사업 등 각종 SOC 사업을 통한 부양책의 결과였다.
그러다가 박근혜 정부들어 2014년에 500조원을 돌파한 국가채무는 올해 600조원을 돌파, 내년에는 682조원으로 700조원의 턱 밑까지 차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취임초기 30%대 중반에서 관리하겠다던 GDP대비 부채비율도 내년에 결국 40%를 넘어서게 됐다.
세금이 덜 걷히는 이른바 '세수펑크' 속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을 빼고 해마다 추경예산을 편성했고, 특히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재임 당시 실시한 확장적 재정정책의 여파로 국채 발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들어 가속도가 붙었다.(사진=청와대 제공)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해 세수진도율이 좋아 세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걷힐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초과 세수로 11조원의 추경예산을 편성하고도 세계잉여금이 남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내년에도 세수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세금이 9조원 이상 더 많이 걷히는 것으로 예산계획을 잡았다. 이에따라 당초 GDP대비 41%로 예상됐던 내년도 국가채무 비중도 이보다 0.6%p 낮은 40.4%에 머물 것으로 예측됐다.
정부의 예상대로라면 나라빚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그러나 문제는 박근혜 정부 들어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단 한 번도 적중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 "내년에도 세금 잘 걷힐 것"..정부 장밋빛 전망 적중할까그동안 정부가 내놨던 국가재정운용계획(중기재정계획)에서 2016년 국가채무 전망치를 보면,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에는 올해 말에 국가채무가 583조1천억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2년차에는 이것이 615조5천억원으로 불어났고, 3년차인 지난해에는 다시 645조2천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해마다 늘어나기만 하던 국가채무 예상치가 줄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2016년-2020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는 올해 국가채무가 637조8천억원이 될 것으로 잠정치가 나왔다.
내년에도 올해와 같은 세입 호조세가 이어지다면 큰 무리가 없겠지만, 과연 예상대로 내년에도 세금이 잘 걷힐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이다.
충남대 정세은 교수(경제학)는 "올해 세수가 많이 늘어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고 내년에도 계속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하반기들어 소비를 비롯해 내수가 다시 위축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로 다가오면 우리 경제에는 상당한 하방위험이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에 우리 경제성장률이 3%가 될 것으로 가정하고 예산을 편성했다. 경기 부진으로 세입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에는 다시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야 하는 경우도 올 수 있다. 나라빚 걱정을 떨쳐버리기에는 아직 상황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