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의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채권단의 추가자금 지원불가 결정으로 국내 1위 해운선사인 한진해운이 결국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결국은 청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한진해운은 31일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 방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경영정상화절차(자율협약)가 다음달 4일 종료되면 은행권의 채무상환 유예조치가 모두 끝나 그동안 동결됐던 채무가 다시 살아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우선 채무에 대한 압류나 가압류 등을 막는 보전처분 명령을 내린 뒤, 현장검증 등을 거쳐 법정관리 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해운업계에서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정기 노선을 운항하는 해운업 특성상 영업이 어려워져, 기업 존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낮아지고 결국 청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봉기 한국선주협회 상무는 “회사가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되면 법원에서 존속가치와 청산가치를 따지는 기간이 상당히 걸리고, 그 사이에 서비스가 중단되고 그러면 화주들을 다 잃어버리고 청산의 길로 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해외 채권자들의 선박압류와 용선 선박 회수, 화물 운송계약 해지, 해운동맹체 퇴출 등의 조치가 예상된다.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해외 선주 등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한진해운 소속 선박 90여척이 전 세계 곳곳에서 압류될 것으로 보인다.
보전처분 명령 및 법정관리 개시로 채무가 동결되더라도 그 효력은 국내에 한정되기 때문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우리나라 법원(결정)의 효력이 미치는 나라가 제한적이다. 배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에서는 효력이 있는데 해외에서는 그게 다 효력이 있는게 아니다"고 밝혔다.
또 내년에 출범하는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서도 퇴출돼 원양선사로서의 역할을 하기가 불가능해 진다.
더욱 큰 문제는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네크워크가 붕괴된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은 컨테이너선 100척과 전용 터미널 10개, 해외 지역본부와 지점 등 165개 네트워크를 갖추고 전 세계 80개국 370여개 항만을 연결하는 71개 주요 노선에서 정기선 해상운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국내 항만과 물류 산업에 연쇄적인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그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 연 7조 7천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 소멸, 환적화물 감소, 운임 상승 등 우리니라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은 한진해운이 파산해 현대상선만 남을 경우 화주의 추가 운임부담은 연간 4407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운업계는 또한 항만, 무역 등 연관 산업에서 2300여 명의 일자리까지 없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