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경영난에 몰린 한진해운의 운명이 오늘 결정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지난주 한진해운이 자사의 기업회생을 위해 제출한 자구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30일 결정한다. 채권단이 받아들이면 한진해운은 회생절차에 들어가게 되지만 거부하면 법정관리로 넘어간다.
자구안이 수용되려면 채권단 지분의 75%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의결권 있는 지분의 60%를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는 KB국민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이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 25일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이 제출한 추가 자구안에 대해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는 입장이고, 한진측은 더 이상 조달할 자금이 없다며 맞서온 만큼 법정관리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 결정을 하루 앞둔 29일 한진해운은 자구안에서 제공하겠다고 밝힌 5천억원의 지원시기를 연말에서 9~10월로 앞당기는 내용의 수정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계열사가 아무런 단서 조항 없이 1천억원을 내년 7월까지 무조건 지원하겠는 방안도 내놓았다. 앞서 25일 제출한 자구안에는 한진해운이 4천억 원을 지원하면 채권단이 6천억 원을 보태고, 그래도 부족하면 1천억원을 추가로 낼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었다.
그러나 적어도 6천억원의 지원을 요구해온 산은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입장이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높아지자 한진해운에 우호적인 해운업계를 중심으로 산업, 금융 등의 경제, 사회적 피장과 손실이 크다며 법정관리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손실 규모가 17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하지만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받더라도 산업, 금융 등의 경제, 사회적 파장은 일부에서 우려하는 만큼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당국과 산은의 판단이다.
우선 산은을 비롯해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부실채권으로 인한 손실을 이미 상당 부분 반영했기 때문에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 또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대우조선해양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지만 한진해운은 대우조선과 비교할 경우 고용과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면에서 미미한 수준이란 게 당국의 분석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부산, 울산, 경남 국민소득의 10%이상, 고용효과 13만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반해 한진해운은 고용이 3천여명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또 세계 최고 수준인 조선업의 숙련 기술자들이 중국 등으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대상선과의 합병도 거론되지만 "부채비율이 100%대로 떨어진 현대상선이 현재 상태에서 부실 덩어리인 한진해운과 합병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 채권단의 입장이다.
한진해운측이 납득할만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그래도 한진해운을 꼭 살려야 한다면 법정관리 하에서 부채를 정리한 후 정부가 인수하는 방법이 있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한진해운을 살려야 할 필요가 있다면) 법정관리 하에서 부채를 최대한 채권자들에게 다 떠안긴 다음 정부가 필요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인수하면 되고, 그렇게 할 경우 지금처럼 다른 채무를 갚아줘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부실을 초래한 경영진과 채권은행에 확실하게 책임을 묻는 반면 국민부담은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국민의 이익과 경제정의 측면에서도 부합하는 방안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정부가 자동차회사 GM에 적용했던 것과 같은 방식이다.
당국과 산은이 한진해운 문제에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함으로써 이어질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