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를 놓고 한 달 가까이 공전을 거듭했던 여야가 25일 추경안 처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이날 여야3당 합의에서 가장 빛을 발한 건 국민의당이었다.
소수 야당으로 거대 여당과 야당 사이에 낀 상황이었지만, 노련한 정치력으로 국민의당이 주장해왔던 추경안 처리와 백남기농민 청문회 등 원안과 거의 흡사하게 합의안을 이끌어냈다.
추경안은 지난달 26일 국회에 넘어왔지만 서별관 청문회 증인 채택과 방식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가 갈리면서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야당은 최경환-안종범-현기택 등 이른바 '최종택 트리오'없이는 청문회를 할 수 없다고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청문회 증인 채택과 방식을 두고 더민주와 새누리당이 팽팽히 맞서면서 추경안이 한 달 넘게 공전을 거듭하자 국민의당은 추경 논의와 청문회 증인 협상을 동시에 진행하자는 '투트랙 전략'을 제안하며 협상을 이끌었다.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도 빈번하게 통화하며 물밑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3자 구도 속에서 존재감을 발휘한 국민의당은 이날 잠정 합의안을 의원총회에서 전격 승인했다.
합의안 발표 직후 박지원 원내대표는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부분에서 국민의당 안이 채택됐다는 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최경환-안종범' 증인 막은 새누리 '선방'…더민주는 백남기 청문회로 '면피'
새누리당 정진석,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좌로부터. 자료사진
새누리당도 최경환 의원과 안종점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청문회 증인 출석을 막아내는 데 성공하며 소기의 성과를 올렸다.
더민주가 최종택 트리오의 청문회 출석을 강하게 압박하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이 민생 추경의 발목과 손목까지 잡고 있다"며 공세를 폈다.
'최경환-안종점 청문회 증인 채택 불가'라는 원칙도 끝까지 밀어붙였다. 여야 원내대표가 '선추경 후청문회'에 합의한 만큼 야당에게 추경안 처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3당 합의안 발표 회견에서 "이번 추경 타결을 계기로 저희 3당이 4.13 총선 민의대로 20대 국회에 진정한 협치를 이루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최종택 트리오의 청문회 출석을 강하게 요구했던 더민주는 민생과 정쟁을 연계하지 말라는 여당의 압박에 꼬리를 내렸다.
새누리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국민의당까지 추경 처리를 강조하면서 더민주만 코너로 몰렸다.
헌정 사상 최초로 추경 처리가 무산될 위기까지 거론되는 등 정치적 부담감도 더민주가 증인 채택에서 추경 처리로 입장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더민주는 협상에서 백남기 농민 청문회 개최를 이끌어냈지만, 당시 책임자였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이미 자리에서 물러난 상황이어서 청문회가 얼마나 파급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더민주가 줄기차게 주장했던 누리과정 예산 추경 편성과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 연장 역시 합의에서 빠지며 요구안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가 이뤄졌지만 권력 실세라고 해서 청문회장에 서지 않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정진석 원내대표에게 "다음번엔 세월호 특조위다"라며 아쉬움을 애둘러 표현하기도 했다.
한편 여야는 26일 추경 심의를 시작해 30일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다음달 5~7엔 백남기 농민 청문회를 연다. 서별관 청문회는 8~9일 양일간 개최되며 여야 동수로 30명의 의원이 참석하는 합동위원회를 구성해 연석회의 형태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