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 제품 라벨 표시내용 (자료= 공정위 제공)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애경산업, SK케미칼, 이마트가 인체에 유해한 성분을 숨기고 광고했다는 혐의에 대해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측은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4일 CMIT/MIT를 주성분으로 하는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업체인 이들 3곳이 제품의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해 광고했다는 혐의에 대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심의절차 종료는 관련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해 법 위반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추가 조치 없이 조사를 종료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추가 물증이 발견되면 후속 조사가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무혐의와 비슷한 효과를 지닌다.
◇ 공정위 “CMIT/MIT 성분 위해성 확인된 바 없다” 사실상 무혐의 판결공정위 김성하 상임위원은 “이 사건 가습기살균제의 인체위해성 여부가 확인된 바 없고 현재 이에 대한 환경부의 추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심의절차 종료를 의결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제가 된 행위가 2011년 8월에 종료돼 검찰에 고발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이달 31일까지여서 이번 달에 신속하게 심의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은 SK케미칼이 제조한 ‘홈클리닉 가습기메이트’를 2002년 10월부터 2011년 8월31일까지 팔았다. 이마트는 이 제품을 애경으로부터 납품받아 ‘이마트(이플러스) 가습기살균제’라는 이름의 상품으로 2006년 10월부터 2011년 8월31일까지 판매했다. 환경부는 2012년 9월 CMIT/MIT 및 이를 1% 이상 함유한 혼합물질을 유독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올해 4월 애경 및 SK케미칼에 대한 신고 접수, 이마트의 경우 직권인지를 통해 조사에 착수해 이들 업체가 제품의 주성분명 및 주성분이 독성물질이라는 점을 은폐·누락해 표시·광고했다고 판단했다.
또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상 안전관리대상이 아님에도 ‘이들 법에 의한 품질표시’ 등으로 표기하고 ‘천연솔잎향의 산림욕 효과’ 등으로 인체에 유익한 것처럼 광고했다고 봤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등을 근거로 “CMIT/MIT 성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인체 위해성 여부는 명확히 확인된 바 없다”고 결론 내렸다.
“CMIT/MIT 원액의 유독성은 인정되나 이를 희석해 제조(약 0.015%)된 제품의 인체 위해성이 인정되지 않는 한 곧바로 표시광고법 위법 행위로 판단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했다.
김 위원은 “이들 업체가 안전인증마크(KC마크)를 부착하는 등 품공법 상 안전관리대상이라고 적극적으로 표시한 것이 아니다”며 “소비자 정보제공 측면에서 품명, 제조자명, 액성 등 품공법 상 표시사항을 차용해 기재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살균제 피해자측 “피해자 인정하지 않는 불공정 심사” 반발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공정위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에 귀를 막고 있다”며 반발했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대표는 “피해자들이 국정조사에서 CMIT/MIT 성분의 유해성을 계속 얘기해 왔고 추가적인 독성검사도 진행 중”이라며 “국정조사가 진행 중인 시점에서 서둘러 결정을 내리는 건 진상규명 의지가 없고 문제를 축소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종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번 국정조사에서도 CMIT/MIT 성분이 독성이 있고 관련 피해자도 존재하는 게 확인됐는데 공정위는 여전히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2012년 질병관리본부 발표 이후 수년간 수많은 유해성 문제가 지적됐는데 귀를 막고 있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회 가습기살균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로 사람이 다쳤는데 공정위는 이를 인정 안 하는 형편 없는 심의결과를 내놓았다”며 “이번 국정조사에서 불공정한 심의결과를 내놓은 공정위의 문제를 호되게 다룰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