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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9단 '할배'들의 대선 판짜기 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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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박지원·서청원, 대선주자 감별 나서며 킹메이커 막후 경쟁 시작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사진=자료사진)

 

'할배'들이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1940년생)와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1942년생),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1943년생)이 그 주인공이다.

1940년대에 태어난 '원로급'인 이들은 총선 공천이나 당 수습처럼 특수상황에 잠시 전면에 나서는 수준이 아니라 대선 판짜기를 주도하며 정국의 중심에 뛰어들었다.

정치 경력만 30여년, 4선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며 '정치 9단'으로 꼽히는 이들이 내년 대선에서 각각 어떤 주자를 내세우며 정권 쟁탈전에 나설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 김종인 "당 무관 경제민주화 할 수 있는 후보 지원"

난파선 수준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에 구원투수로 나선 뒤 더민주를 총선에서 '원내 1당'으로 만들며 '갓(God)종인'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던 김종인 대표는 여야를 넘나들며 '대권주자 감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삼고초려'로 더민주에 발을 들인 김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더민주 의원, 손학규 전 민주통합당(현 더민주) 상임고문 등 야권 주자들은 물론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지사 등 여권 주자들까지 고루 만나고 있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현재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를 하기 굉장히 어렵기 때문에 더민주로의 정권교체가 최선"이라면서도 "자격을 갖춘 후보가 더민주에 없다면 다른 당 후보라도 지지할 수 있다. 당보다는 나라가 먼저"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김 대표는 미국 공화당이 도날드 트럼프 후보에 대한 반감으로 민주당 소속인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하는 공화당 원로들을 언급하며 "당보다는 후보의 자질이 먼저"라고도 말했는데 이 역시 경제민주화를 할 수 있는 후보라면 내년 대선에서 초당적으로 지원할 수 있음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김 대표는 다만 19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누가 경제민주화를 제대로 할 수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보이지 않는다"며 판단을 유보한 상태다.

◇ 박지원 "안철수 만으론 정권교체 못 해"

총선 홍보비 리베이트 의혹으로 휘청거리던 국민의당에 구원투수로 나서 당을 안정시킨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최근 대선 판짜기에 시동을 걸었다.

국민의당의 간판격인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리베이트 사태에 책임을 지고 대표직에서 물러난 직후 '안철수당'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안 전 대표를 비호했던 박 위원장은 최근에는 "안 전 대표 한 사람만으로는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안 전 대표로부터 한 발 물러섰다.

야권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고문과 정운찬 전 총리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박 위원장은 이어 "대선을 앞두고 외부 유력 정치인이 당에 유입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대로 '안철수당'이 된다. 그럼 '문재인당'인 더민주와 똑같아진다"고도 했다.

박 위원장은 19일에는 '충청의 맹주'인 김종필 전 총리를 예방해 DJP(김대중-김종필)연합을 통해 정권교체를 했던것처럼 정권교체를 위한 협력을 구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김 전 총리는 '국민의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를 물었고 박 위원장은 '안철수, 손학규, 정운찬 등이 경선을 강하게 하려고 한다'며 안 전 대표와 다소간의 거리를 유지하는 모양새다.

◇ 서청원, 반기문 낙점 속 영입에 공

친박계의 맏형인 서청원 의원은 일찌감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대선주자로 낙점하고 반 총장 영입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 출신인 반 총장과 영남 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새누리당의 결합으로 '충청 대망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구상인데 여기에 호남 출신인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대표까지 더해서 '호남-충청-영남'의 삼각동맹 그림을 그릴 가능성이 나온다.

다만 반 총장이 친박계 후보로 대선레이스에 나서지 않을 경우 서 의원이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을 대선주자로 띄울 가능성도 없지 않아 새누리당 대권경쟁을 두고 서 의원이 어떤 행보에 나설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이런 정치 9단 '할배'들의 행보는 정권창출에 대한 의지는 물론 잠재적 대선주자가 많을수록 입지확보가 용이해지는 킹메이커의 정치적 이해와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킹메이커는 한정된 상황에서 '장기판의 말'같은 존재인 대선주자들이 많아지면 킹메이커의 힘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내년 대선은 아직 1년 넘게 남았지만 킹메이커들의 막후 경쟁은 시작됐단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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