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검찰에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한 배경에는 우 수석과 경찰 등의 사실상 비협조가 원인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강제수사권이 없는 특별감찰관과 달리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경우 우 수석을 둘러싼 여러 의혹으로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공을 넘겨받은 검찰이 수사 착수의 첫 단추인 사건 배당을 특수부와 형사부 가운데 어느 곳에 할지가 수사 의지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 민정수석 영향력?…고발 못 한 특감
이 특별감찰관은 우 수석의 직권남용과 횡령 혐의가 의심된다는 이유에서 검찰총장에게 수사의뢰를 했다.
운전병 의경인 우 수석 아들의 병역 특혜 논란과 관련해 직권남용, 우 수석 가족기업인 정강을 통한 횡령 등 혐의가 의심된다고 수사의뢰서에서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특별감찰관은 범죄혐의가 명백하다고 판단되면 고발도 할 수 있고, 이 경우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하면 불복으로 항고도 제기할 수 있다.
이 특별감찰관은 그러나 고발이 아닌 수사의뢰 카드를 골랐다.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도주 또는 증거인멸 등을 방지하거나 증거확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 할 수 있는 조치다.
고발 단계까지 이르지 못한 이유로는 경찰청 등이 우 수석에 관한 자료 제출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범죄 혐의가 명백하다고 인정하기 위한 직접 증거 확보에는 실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특별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와 나눈 대화로 알려진 발언록에는 경찰이 민정라인의 눈치를 보고 자료 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 특별감찰관의 언급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가족 회사 정강과 관련해서도 차량을 리스한 법인 등 여러 곳에 민정라인의 영향력이 행사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특별감찰관의 표현도 발언록에 등장한다.
특별감찰관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18일 페이스북에 "제대로 감찰을 할 수가 없다는 하소연을 하였다던데, 수사의뢰를 한 걸 보니 제대로 협조를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그러면서 "아직 힘이 있는 우 수석은 아마 특별감찰관에게 제대로 협조하지 않고 불평만 늘어놓은 것 같다. 특별감찰에 임하는 우 수석의 자세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지만 특별감찰관이 수사의뢰라도 한 건 직접 증거는 없더라도 우 수석의 비리 혐의를 상당 부분 확인했거나 충분한 정황이 확보됐기 때문이다.
감찰을 통해선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는 데 한계를 느껴 밑그림만 그린 뒤 검찰에 넘긴 것으로 비춰진다.
◇ 특수부가 맡을까?…검찰 배당이 첫 단추특별감찰관의 수사의뢰에 따라 검찰 수사는 사실상 불가피한 수순이 됐다.
이제 수사의 관문인 배당에서 검찰이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첫 포인트다.
현재 우 수석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당하거나 우 수석이 언론사들을 고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산하 조사부에 배당돼있다.
하지만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수사의뢰한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할 때 별도의 특별수사 부서에서 이 사건을 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어 보인다.
'처가 부동산 매매', '농지법 위반' 의혹 등 우 수석을 둘러싼 다른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있기도 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형사부냐, 특수부냐가 검찰의 수사 방향을 가늠할 척도가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잇단 법조 비리 사건 등으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추락한 상황에서 검찰이 적극적이고 신속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당위론이나 전망도 검찰 내부에서 나온다.
진상규명이 늦어질수록 여론은 나빠질 수밖에 없고 청와대와 검찰의 부담도 무거워질 수 있다는 점이 이런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런 가운데 사정기관을 지휘하는 민정수석 자리를 우 수석이 내려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권은 물론 여당 원내대표에게서까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