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분기 매출 하락을 면치 못하는 중국 시장에서 애플의 나홀로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 내에서 애플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이를 타개하기 위한 후속 조치들을 잇따라 내놓고 있는 것.
애플은 중국에 첫 번째 연구개발(R&D)센터를 설립한다. 중국을 방문 중인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16일 장가오리(張高麗) 부총리를 만나 중국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혔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중국의 새로운 R&D센터는 우리의 제품을 위한 첨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이를 위해 엔지니어링과 운영팀이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R&D 센터의 규모가 어느 정도 인지와 투자 규모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 애플, 발등에 떨어진 불끄기…중국에 '러브콜'애플은 미국을 비롯해 프랑스·이스라엘·영국·일본·스웨덴에 R&D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중국 R&D센터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독립적인 체계를 갖춘 R&D센터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팀 쿡 CEO는 "새 R&D센터는 올해 안으로 문을 열고 중국 협력 업체와 대학들과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장 부총리는 "미국 회사들의 중국 진출이 투자를 확대시키고 중국내 산업 생태계의 확장을 가져올 것"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당국의 사이버 보안 규정을 준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다른 글로벌 IT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당국의 규제 압력에 여러차례 무릎을 꿇어야 했다.
지난 4월 아이북(iBook)과 아이튠즈 영화 서비스를 폐쇄한 바 있고, 5월에는 '아이폰(iPhone)' 브랜드 독점권 관련 중국 신통천지라는 중국 가죽제품 업체와의 상표권 소송에서 패소했다. 6월에는 중국 베이징 법원이 아이폰6, 아이폰6플러스 디자인이 중국 내 여러 스마트폰과 유사하다는 점을 들어 판매금지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해당 명령은 현재 보류 중인 상태다.
(사진=팀 쿡 SNS)
최근 중국내 아이폰 판매 부진 원인으로 중국의 화웨이, 오포와 같은 신흥 스마트폰 업체들의 급성장도 빼놓을 수 없다.
'글로벌 기업들의 무덤'이라고 할 정도로 구글이나 애플, 삼성 등의 글로벌 IT 기업들은 중국 시장에서 그 영향력이 빠르게 후퇴하고 있다.
특히 애플은 지난 2분기 중국에 아이폰 860만대를 출하했지만 반년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중국 매출은 88억5000만달러(약 9조8000억원)로 전년대비 32% 급감했다. 시장 점유율은 3위에서 5위로 내려앉으면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DC는 이에 대해 "중국 소비자들이 대화면 스마트폰을 선호하면서 크기가 작은 아이폰SE 판매 부진이 원인"이라고 밝혔다.
◇ 애플이 중국에 구애를 하는 이유…만리장성 넘어 시장 확대 목표애플은 지난 2014년 대화면이 최초로 적용된 아이폰6와 6플러스를 내놓으며 한때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차지했지만 샤오미를 비롯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거센 추격으로 다시 내리막길을 걸었다.
반면, 중국 스마트폰 업체 화웨이와 오포, 비보는 애플의 비싼 스마트폰의 대안으로 떠오르며 2분기 중국내 점유율 1위부터 3위까지 싹쓸이 했다. 화웨이는 2분기 1901만대, 오포는 1800만대, 비보는 147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샤오한 테이 IDC 아시아태평양 애널리스트는 "이들 업체들의 성공은 공격적인 소비자 마케팅과 제품 차별화가 요인이었다"면서 그 예로 오포의 고속충전 기술과 화웨이의 고성능 카메라를 꼽았다.
중국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 스마트폰을 선호하고 있지만, 애플은 첨단 사양이 탑재된 플래그십 스마트폰과 다소 성능이 상이한 중저가폰으로 이분화되어 있어 다양한 소비자층을 끌어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최근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해지고 제조 기술력도 큰 차이가 없어진데다 아이폰만의 매력인 iOS 기반 플랫폼 서비스가 중국에서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등 보안 규제로 인한 문제도 애플의 시장확대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사진=팀 쿨 SNS)
애플은 지난 5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중국 최대 차량 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10억달러(약 1조 1천억원)를 투자하기도 했다. 애플이 비밀리에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 전기자동차의 중국 진출을 위해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꾸준히 투자하면서 글로벌 경제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는 중국의 환심을 사 중국 시장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분석도 있다.
애플은 지난해에만 12개의 애플 스토어 매장을 새로 열었다. 중국에서만 모두 40개의 애플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 센터 설립을 타진하기도 했다.
중국은 애플의 최대 시장으로 지난해 4분기 매출의 4분의 1이 중국에서 나왔다. 홍콩과 대만 등 범중화권에서는 올 1분기 매출이 180억달러(약 20조원)에 달했다. 팀 쿡은 중국 시장이 향후 미국 시장을 추월해 애플의 가장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