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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韓 탁구 최악의 날, 거룩하게 이어진 에이스 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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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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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한국 시각)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경기를 치른 주세혁(왼쪽)과 첫 올림픽을 아쉽게 마무리한 차세대 에이스 정영식.(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한국 탁구의 올림픽 메달 행진이 끝내 끊겼다. 1988년 이후 7개 대회 연속 이어오던 메달이 사상 첫 남미 대회에서는 수확을 거두지 못했다.

최후의 보루였던 남자 단체전마저 노 메달에 머물렀다. 주세혁(36 · 삼성생명)과 이상수(26 · 삼성생명), 정영식(24 · 미래에셋대우)이 나선 대표팀은 18일(한국 시각) 브라질 리우센트루 3관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단체전 3, 4위 결정전에서 독일에 1-3 패배를 안았다.

이번 대회 남녀 단식과 단체전 모두 메달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기대를 걸었던 단체전에서 여자는 8강에서 싱가포르에 덜미를 잡혔고, 마지막 희망이던 남자 대표팀도 독일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국 탁구가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탁구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금메달 3개, 은 3개, 동메달 12개를 따냈다. 특히 남자 단체전은 2008 베이징 동메달, 2012 런던 대회 은메달을 수확한 종목이었다.

그러나 수확은 있었다. 정영식이 세계 1위이자 이번 대회 단식 금메달리스트 마룽과 런던 대회 챔피언 장지커(이상 중국)와 접전을 벌이며 에이스로 우뚝 섰다. 특히 정영식은 단식 16강전에서 2-4, 역전패했지만 마룽에 먼저 두 세트를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단체전 4강전에서도 장지커와 풀세트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9일(한국 시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탁구 단식 16강에 출전한 정영식이 세계랭킹 1위 마롱(중국)과의 경기를 펼치고 있다.(리우=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런 정영식의 성장에 맏형 주세혁도 마음을 놓고 태극마크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됐다. 주세혁은 2004 아테네와 2012 런던 대회에 나선 베테랑이다. 런던에서는 오상은(39), 유승민(34) 등과 은메달을 합작했다.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뒤 주세혁은 동메달 결정전 4단식으로 패배가 결정되는 순간에 대해 "주마등처럼 (지난날이 떠오르며) 덤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올림픽이고, 또 4위로 마친 것이 계속 많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국 탁구 메달 계보를 잇지 못한 데 대한 책임감이다.

하지만 희망을 봤다. 주세혁은 "세계선수권과 이번에 후배들이 너무 잘 싸워줬다"면서 "한국 탁구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2년 뒤, 4년 뒤에도 꾸준히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후배들에게 마지막까지 기를 불어넣었다. 주세혁은 "자신감보다 용기가 많이 생겼다"면서 "2년 전, 4년 전 세계대회를 했던 후배들에게 이제 신뢰도가 생겼고 성장해서 믿고 맏길 수 있을 거 같다"고 에이스의 계보를 넘겼다.

'주의 마지막 올림픽' 19일(한국 시각) 브라질 바하 리우센트로 파빌리온에서 열린 탁구남자 단체 동메달 결정전에서 독일에 1-3으로 패했다. 주세혁 선수가 경기를 마치 후 현지 관중들과 셀카촬영을 하고 있다.(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는 정영식이 받았다. 이번 대회에 대해 정영식은 일단 "첫 올림픽이고 상수 형과 여자 선수들도 처음이었다"면서 "세대 교체해서 젊은 패기로 준비했는데 메달을 못 따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자신감을 얻었다. 정영식은 "어떻게 기회를 잡으면 중국 선수도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봤다"면서 "또 긴장돼서 잠도 못 자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 다음 올림픽 때는 덜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국 탁구와 에이스의 책임감에 대해서도 톡톡히 배웠다. 정영식은 "올림픽에서 처음으로 메달 못 딴 주인공이 돼서 아쉽다"면서 "저로 인해서 처음 메달을 따지 못한 기록이 세워졌으니 다음에는 그걸 만회해야죠"라고 다짐했다. 2020 도쿄올림픽이다.

다만 그때는 지금처럼 막내가 아니라 에이스로서다. 정영식은 "이번 대회 세혁이 형이 에이스라 의지를 많이 했다"면서 "도쿄에서는 내가 에이스로 나가서 나머지 두 선수가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긴장을 덜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부진 포부를 드러냈다.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이 끊긴 한국 탁구. 그러나 남자 대표팀의 에이스 계보만큼은 확실하게 이어졌다. 도쿄에서 한국 탁구의 부활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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