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추경안 심사를 위한 정책질의를 벌일 예정이던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조선·해운산업 부실화 원인과 책임 규명을 위한 청문회' 이른바 '서별관청문회'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합의를 이루지 못한 탓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현 정책조정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핵심 증인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이 지난해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 의혹을 인지하고도 산업은행으로 하여금 4조 2000억 원을 지원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거부했고, 기재위의 서별관청문회 증인 채택 합의가 무산되면서 예결위까지 일정이 전면 중단됐다.
더민주 소속인 김현미 예결위원장과 두 야당 간사가 증인 채택 합의를 예결위의 추경안 심사와 연계했기 때문이다.
예결위 파행으로 추경안 심사가 이뤄지지 앉아 새누리당은 이날 오후 정진석 원내대표실에서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마친 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오는 22일까지 추경안을 처리한 뒤 23일부터 청문회를 열기로 한 여야 3당 원내대표의 '선추경 후청문회' 합의를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김광림 의장은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에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이번 청문회는 국정조사나 국정감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개별 상임위인 기재위와 정무위원회가 각각 진행하는 안건 청문회"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기재위와 정무위는 각 상임위에 해당하는 기관 관계자만 증인으로 불러야 한다"고 김 의장은 지적했다.
기재위가 정무위 소관 증인을 채택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되면 중복 청문회가 돼 국회법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자회사인 대우조선은 기재위가 아닌 정무위 소관이므로 기재위가 산업은행의 대우조선 지원과 관련해 증인을 채택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김 의장은 또 "개별 상임위의 안건 청문회에는 전직이 아닌 현직이 나와 증언하는 게 관례"라고 밝혔다.
최경환 '전' 기재부 장관과 안종범 청와대 '전' 경제수석,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을 기재위든 정무위든 증인으로 부르는 것 역시 부당하다는 얘기다.
국회법과 관례를 내세우고 있지만, 박근혜 대통령과 특수 관계인 최경환 의원 등의 서별관청문회 출석을 어떻게든 막겠다는 게 새누리당의 확고한 의지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