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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AA의 명암…주가는 '쑥' 환율은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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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조정없는 신용등급 상향, 왜일까?

국제신용평가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자 외국자본이 들어오며 주식 시장 활성화 등 호재로 이어졌지만, 원화가치 상승에 따른 환율 하락 이로인한 수출둔화 등 부작용도 간단치 않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 및 자본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면서 외국인 자본의 유출입이 빈번해지고 있음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S&P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왜?

지난 8일 국제 신용평가사인 미국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상향 조정했다. AA등급은 S&P 신용등급 중 3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2015년 9월 한국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상향 조정한 지 11개월 만에 다시 상향 조정된 것이다.

S&P는 이번 상향 조정에 대외부문 지표 개선이 주요했다고 밝혔다. 국내 은행이 지난해 대외순채권 상태로 전환되고 은행부문의 대외채무 평균 만기가 증가했으며, 경상계정수입 대비 단기외채 규모가 감소했다는 게 그 근거다. 즉, 우리나라의 부채상환능력이 높아졌고, 이에 따라 국가신용등급을 올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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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는 또 한국 경제가 최근 수년간 다른 선진 경제와 비교해 견조한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평가했다. 성장률이 2.6% 수준이며, 2019년 한국의 1인당 GDP는 3만 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특정 산업 또는 수출 시장에 의존하지 않은 다변화된 구조도 갖고 있다고 했다. 이런 이유를 들며 S&P는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stable)'을 유지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이례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국가신용등급의 하향 조정 추세를 감안하면, 사뭇 다른 평가다. 1년도 지나지 않아서 재차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특이한 경우다. 무엇보다 전망 조정 없이 바로 국가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을 놓고는 의아한 분위기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는 전망을 먼저 조정한 후 등급을 조정한다"고 설명했다.

◇ 긍정적 관점…'대외건전성 강화'로 증시 호재

신용등급 상향조정은 해외 투자가의 입장에서 한국에 투자하는 것이 더욱 안전해졌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의미가 있다. 이는 외환보유액이나 국가 채권ㆍ채무 등 대외건전성 측면에서 한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더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용평가기관에서 신용등급 상향 조정을 발표한 다음 날, 우리나라 주식시장 코스피(KOSPI)는 모두 상승했다. 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장기적으로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을 애널리스트들은 일제히 쏟아냈다.

 

아울러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에도 긍정적인 영향이고, 국내 기업들의 해외차입 비용 감소 등 대외 안정성이 강화할 것이란 관측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국가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긍정적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결정,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의 둔화 우려 등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대외안정성 부각은 차별화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시각에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됐다는 것은 대외신인도가 올라갔음을 의미한다"며 "증시 상승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 부정적 관점…원화가치상승에 따른 악순환 우려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금융권에서는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한국경제 전망이 밝다는 것으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가신용등급은 해당 국가의 '현재'를 말해주는 것일 뿐이지, 미래에도 좋으리라는 것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신용등급을 평가하는 지표가 경상수지 등 거시적(총량적) 지표들이어서 청년실업, 빈부 격차 등 미시적(실질적 체감 경제) 지표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은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른 여파에 대해 [신용등급 상승▶달러유입에 따른 원화가치 상승▶원·달러화 환율 하락▶수출기업 수익 악화▶수출주도형인 우리나라 경제 악영향]로 이어지는 악순환 우려를 드러냈다.

실제로, 당장 신용등급 상향조정 이후 외환시장에서 한국의 원화가치가 급등하면서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원화절상은 수요부진으로 저물가 압력을 받는 한국경제에 경기침체 속의 물가하락을 의미하는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를 키우고 있기도 하다.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한때 달러당 1100원 이하로 떨어지는 등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이 심화됐다. 우리나라 수출은 ▲세계 경제 침체에 따른 교역 둔화 ▲글로벌 보호무역 움직임 ▲원화가치 상승 등 삼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졌다.

수출은 지난해 이후 지난달까지 무려 19개월 연속, 사상 최장기 마이너스 행진을 했다. 수출 부진이 경제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출 부진이 [투자 감소▶생산 위축▶고용 축소▶소비 위축]이란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돼서다.

특히 금융권에서는 주식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997~1998년과 2008~2009년에 겪었던 IMF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학습효과다. 특히 IMF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금융 및 자본시장이 급격히 개방되면서 외국인 자본의 유출입이 빈번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금융권 한 인사는 "IMF와 금융위기를 맞기 직전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은 상승세였고, 이런 흐름에 외국자본이 대량으로 유입됐지만, 이는 곧 주식시장에 독이 됐다"고 설명했다. 즉, 외국자본에 의해 활성화된 주식시장이 외국자본의 이탈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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