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산란 닭은 면적 0.05㎡(세로 25cm, 가로 20cm)의 좁은 케이지(철제 우리)에서 제대로 운동도 못하고 알만 낳다가 가공용으로 도계 처리된다.
이렇기 때문에 산란 닭의 건강성 논란과 함께 계란에 대한 식용안전성 시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논란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국내 산란 닭 사육농가들이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를 제거하기 위해 맹독성 살충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또한, 닭 체내에 흡수된 살충제 성분은 계란을 통해 배출될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관리감독 당국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국내에서 생산된 계란에 대해 잔류물질 검사를 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 닭 진드기 박멸…맹독성 살충제 살포일반적으로 야생 상태에서 자라는 닭은 땅을 파서 몸을 비비거나 발로 모래를 뿌리는 동작을 반복한다. 이 것은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벌레 등을 제거하기 위한 생존 본능이다.
그런데, 철제 케이지의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닭은 스스로 진드기나 벌레를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산란 닭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계란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렇기 때문에 사육농장주는 살충제를 사용해 닭에 기생하는 진드기나 벌레를 제거하게 된다.
현재 정부가 허가한 닭 진드기 살충제품은 와구프리와 카바린분제 등 모두 12개 제품이 있다. 이들 살충제는 ‘트리클로폰’ 성분이 함유돼 있는데 독성이 매우 강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공시한 독성정보에 따르면, 트리클로폰은 흡입, 섭취, 피부 투과에 의해서 흡수될 수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트리클로폰에 노출될 경우 구토와 경련, 불안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하면 신경마비가 올 수 있다며 사용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고 있다.
따라서, 축산농가에서 살충제를 사용할 경우 가축이 없는 빈 축사 내부와 주변에 가급적 저농도 약제를 살포하도록 하고 있다.
◇ 일부 산란 닭 사육농가 살충제 '불법 사용'그런데, 국내 일부 산란 닭 사육농가들이 이런 규정을 지키지 않고 축사용 살충제를 산란 닭에 직접 뿌리거나, 독성이 강한 미승인 살충제를 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산란 닭을 사육하는 김성배(가명, 56세)씨는 “닭 진드기의 번식력이 워낙 좋아서 웬만해선 박멸하기가 어렵다”며 “축사에 소독하는 수준 갖고는 진드기를 잡을 수 없기 때문에 닭 몸에 직접 뿌리는 방법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진드기와 벌레 등이 살충제에 대한 내성이 생기면서 인허가 약제품은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닭 농가들이) 계속해서 독성이 강한 미승인 약품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한, “일부 농가들은 아예 살충제를 닭에 직접 뿌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럴 경우 살충제 성분이 닭의 피부를 통해 체내로 흡수돼 잔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말은 농식품부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진드기 살충제 불법 사용 실태와 계란에 살충제 성분 오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이미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얘기나 다름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계란 잔류물질, 특히 살충제 잔류성분에 대한 검사 실적이 아예 없다. 처음부터 검사를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진=자료사진)
◇ 농식품부, 계란 잔류오염 물질 검사 방치…뒤늦게 대책회의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CBS노컷뉴스가 닭 진드기 살충제 문제와 관련해 취재가 시작되자 지난 12일 대한양계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살충제 목록과 사용 시 주의사항’ 등을 뒤늦게 게재했다.
닭 진드기 살충제는 반드시 용법에 따라 사용하고 휴약 기간을 준수하도록 지시했다. 특히, 산란 중인 닭에 대해서는 계란 등에 약제가 묻지 않도록 안전하게 사용하고, 한 농장에서 동일 약제를 3~4회 사용한 후에는 다른 약제로 변경하는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적용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