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연일 폭염특보가 내려지고, 시민들이 힘겨운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대한민국이 더위에 시름하고 있다.
12일 오후 기준, 경북 경산시 하양읍 기온이 40.3도까지 올라 비공식 역대 최고기온을 기록한 가운데 이틀 연속 전국에 폭염특보까지 내려졌다.
시민들은 동남아시아 날씨와 다를 게 없다며 푹푹 찌는 가마솥더위 속에서 고된 여름나기를 하고 있다.
◇ 시민들 이구동성 "너무 덥다"
지난해 동남아지역에 출장을 다녀왔다는 국내 여행사 직원 홍모(33) 씨는 "직업 특성상 태국 방콕이나 필리핀 세부에 많이 가는데, 요즘 우리나라 날씨가 훨씬 더워 가끔씩 여기가 태국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공사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물건을 옮기는 송현복(63) 씨도 "최근 5년 동안 이번 여름이 가장 더웠다"면서 "집에 돌아가면 가족들과 시원한 맥주한잔 할 생각뿐"이라며 연신 땀을 닦아냈다.
집에 에어컨을 놓지 않았다는 대학원생 엄신혜(26·여) 씨는 "날씨가 너무 더워, 시원한 교회에 갈 수 있는 주말이 기다려지기까지 한다"면서 "태국에 갔을 때도 이렇게까지 덥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김모(27) 씨는 12일 아침에 일어나 알몸상태인 자신의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속에서 잠결에 옷을 하나 둘씩 벗어 던졌던 것.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1~2주 동안 서울·경기지역 기온이 1973년 관측 이래 역대 세 번째 정도로 더운 것"이라며 "기온만 봤을 땐 동남아 지역만큼 더운 게 맞다"고 전했다.
◇ '동남아보다 더 덥다' 여름은 사실상 아열대성 기온
12일 오후 5시(한국 시각) 기준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 날씨와 한국 날씨. 한국이 36도로 가장 높았다. (사진=포레카(FORECA))
우리나라 최근 여름날씨도 연중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후가 나타나는 동남아시아지역 못지않게 더웠다.
날씨정보 서비스 '포레카(FORECA)'에 따르면, 12일 오후 동남아시아지역 기온은 베트남 하노이가 33도, 태국 방콕 32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프르 34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가 31도로 나타났다. 대한민국 서울은 36도로 이들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측정 당시 이들 동남아시아 국가의 현지 시각은 12일 오후 3~4시 사이였고 대한민국은 오후 5시였다.
12일 기준 '향후 10일간의 최고기온'에서도 한국이 이들 국가보다 높을 것으로 예측됐다.
싱가포르가 26~32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25~33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25~34도, 베트남 하노이가 25~33도였고 서울은 24~35도로 예상됐다.
영국 '비비씨웨더(BBC Weather)'에서도 수치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손석우 교수는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온 특성상 적어도 올 여름만큼은 아열대성 기온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올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진 우리나라도 사실상 고온다습한 아열대성 기온이라고 봐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기상청 기후예측과 관계자는 "현재 기온과 습도가 높은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고 있어 지면이 가열된 상태"라면서 "올 여름 이 기압이 오랜 시간 정체돼 있어 더운 것"이라고 밝혔다.
기상청은 오는 14일까지 폭염이 절정을 이루고 대도시 중심으로 열대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