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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살배기를 이런 곳서 키웠다니"…4남매 살던 쓰레기집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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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8-10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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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에서 나온 쓰레기만 4.5t…이웃들 "하루 지나도 냄새 안 가셔"

 

"쓰레기를 치운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냄새가 여전하네요. 어떻게 이런 집에서 두 살배기 아기를 키웠는지…."

'시체 썩은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진 '전주 쓰레기 더미 집' 주변 이웃들은 쏟아져 나온 쓰레기 더미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10일 직접 찾아간 '쓰레기 더미 집'은 자원봉사자와 주민센터 직원 10여 명이 드나들며 청소를 하느라 분주했다.

집주인인 A(34·여)씨와 남편 B(32)씨는 현재 집을 떠나 있었고, A씨가 기르던 4남매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부모와 긴급분리 조치해 돌보고 있다.

주인 없는 집은 자원봉사자들의 구슬땀으로 점차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틀째 쓰레기를 들어내고 청소와 빨래를 하고 있지만, 현관과 복도, 집 내부에는 여전히 악취가 남아있었다.

지금은 집안 살림을 모두 끄집어내 일광 소독을 하고, 또 방마다 살충제와 소독약을 피워 둬 집 안은 뿌연 연기로 가득 찼다.

집 밖에는 봉사자들이 이동세탁차량까지 동원해 집에 널려 있던 옷가지와 이불 빨래를 하고 있었다.

집에서 나온 옷가지만 50ℓ 대형 쓰레기봉투로 20개가 넘었다.

세탁차량에서 나온 빨래들은 집 주변에 줄줄이 늘어선 빨래 건조대에서 물기를 빼고 있었다.

대대적인 '청소작전'을 바라보는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한 주민은 "이 집에서 바퀴벌레가 나와서 온 연립에 바퀴벌레가 득실거렸다"며 "이제라도 쓰레기를 치워서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또 다른 주민은 "쓰레기도 쓰레기지만 집주인이 지난해 출산한 거로 알고 있는데 저런 환경에서 애가 어떻게 자랐는지가 더 걱정이다"며 "이제라도 아이들이 잘 보살핌을 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게 돼 다행이다"고 말했다.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도 무엇보다 아이들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집주인인 A씨는 전 남편과 이혼하고 초등학생 자녀 2명을 기르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나 네 살, 두 살 아이를 낳았다.

A씨는 기초생활수급 가정에 임대하는 이 연립에 몇 해 전부터 살고 있었지만, 악취가 나기 시작한 것은 6∼7개월 전이라고 이웃들은 전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아마도 아이를 출산하고 심리적으로 이상이 온 것 같다"며 "주민들 증언으로는 몇 달 전부터 집 주변을 돌며 쓰레기와 옷가지 등을 모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경찰은 A씨가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낡고 필요 없는 물건을 집 안에 쌓아두는 강박증을 앓는 '호더'(hoarder)로 추정하고 있다.

쓰레기를 들어내기 전에 집 안 모습을 보면 아이들의 성장 과정에도 문제가 있을 것으로 인다.

실제 아이들은 발견 당시 머리에 이가 있는 등 위생이 좋지 못한 상태였다.

첫째와 둘째가 다니는 학교에서도 A씨의 집을 가정방문했지만, A씨는 집 안으로 학교 전담 사회복지사를 들이지 않았다.

경찰은 조만간 A씨 부부를 물리적 방임에 의한 아동학대 혐의로 조사할 예정이다.

김상훈 효자4동장은 "아직도 며칠은 더 치워야 제대로 정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이들에 관한 문제도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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