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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들강 사건 여고생母 "힘도 빽도 없는 사람의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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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생일에 기소 통보…눈물
-수사 통보없어 뉴스로 알아
-딸 가고 남편까지 잃어
-태완이법으로 한 풀 길 열려
-범죄 피해 가족들 용기 얻길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피해자 어머니(익명)

뉴스의 그 이후를 쫓아가보는 시간 AS뉴스입니다. 여러분 나주 드들강 살인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지난 2001년 전남 나주에 있는 드들강변에서 한 여고생이 시신으로 발견됩니다. 당시 경찰은 이 여고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에 살해된 것까지는 확인을 하고 여고생의 몸에서 남성의 DNA까지 채취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DNA가 어떤 남성의 것인지 일치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 채 미제 사건으로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그리고는 2012년 유전자가 일치하는 용의자를 찾습니다. 이제 사건을 푸는 건 시간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후로도 4년이 더 흘렀고요. 드디어 지난 주에서야 이 남성을 재판정에 세울 수 있게 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15년, 참으로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건. 오늘 이 피해자의 부모님을 직접 만나보죠. 어머님, 나와계십니까?

◆ 어머니> 안녕하세요?

◇ 김현정> 15년 만에 용의자가 기소됐다는 소식, 이거 언제 들으신 거예요?

◆ 어머니> 5일날이요.

◇ 김현정> 8월 5일날에.

◆ 어머니> 우리 딸 생일날이에요. 그 날이.

◇ 김현정> 숨진 딸의 생일날에, 더 울컥하셨겠어요?

◆ 어머니> 검찰청에서 전화 받고 얼마나 혼자 울었는지…

◇ 김현정> 살아 있다면 지금 딸이 몇 살이 되는 겁니까?

◆ 어머니> 34살이요.

◇ 김현정> 34살…. 2001년 고3이 되던 해 2월 드들강변에서 딸이 그렇게 발견됐다는 소식 듣고 가보시니 어떤 상태던가요?

◆ 어머니> 그때 식당을 하고 있었거든요. 늘 다니던 손님이 오셔서 어제 저녁에 딸이 안 들어 왔다고 했더니 (손님이) '어, (안 들어올) 그런 아이가 아니잖아' 하면서 그러면서 뉴스를 보니까 드들강, 나주에서 여자 변사체가 발견됐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래도 뭐 설마, 설마했지만 (애 아빠가) 얼른 택시타고 한번 가보래요. 가서 이제 사진을 확인하고보니까 딸이 맞더라고요.

◇ 김현정> 참 얼마나 충격적이셨어요, 그때는?

◆ 어머니> 예…. 사는 세월이…. 지옥 같은 세월을 살아왔죠.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김현정> 그 당시에 성폭행 당했던 흔적도 분명히 나왔고 DNA까지 검출이 됐지만 범인을 찾지못한 채 10년이 흘렀습니다. 그런데 2012년에 그때 그 DNA와 일치는 용의자를 어떻게 발견하게 된 건가요?

◆ 어머니> 그러니까 교도소에 있는 (범죄자들의 DNA) 데이터를 전수 조사해 보니까.

◇ 김현정> 그러니까 그때부터 DNA 정보 통합관리 법제화 시스템 이런 게 정착이 된 거죠?

◆ 어머니> 예. 그래서 교도소에 있는 사람과 (용의자의 DNA가) 맞다고 해서 경찰이 이제 저희 집에 한 번 왔거든요.

◇ 김현정>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그 용의자는?

◆ 어머니> 그 우리 딸 죽인 이후로 또 남자를 2명을 또 죽였대요. 그래서 교도소에 무기수로 있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무기수로. 무기징역을 받은 사람이었던 거군요. 그러면 10년 만에 성폭행 범을 다 잡았구나 하셨을 텐데요?

◆ 어머니> 저도 다 잡았다고 생각했죠.

◇ 김현정> 그런데 왜 이렇게 기소까지 4년이 더 걸린거죠?

◆ 어머니> 그런데 뉴스를 보고 또 알았어요. 불기소가 됐다는 걸요. 검찰에서도 가족한테 이렇다 저렇다 수사 상황도 얘기 한마디도 없었고요. 그래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또 가족들이 뉴스를 보고 불기소래요.

◇ 김현정> 재촉을 좀 해보지 그러셨어요, 어머님이?

◆ 어머니> (거기에 아는 사람도 없는데) 뭐 아는 사람이 있어서 대책을 세우겠어요, 힘도 없는 사람, 빽도 없는 사람인데. 그래서 정말로 이제 그거 알고 난 뒤에 정말로 힘없고 빽없는 사람이 이렇게 당하고 살아야 되는가, 이제 그때부터 너무 억울한 거예요.

◇ 김현정> 그래서 알아보니 이유는 뭐였다고 하던가요, 왜 불기소가 됐다고 하던가요?

◆ 어머니> (당시 용의자가) '3, 4일 전에 자기가 사랑해서 관계를 가졌다', 그렇게 검찰에서 이야기를 했대요. 또 목격자를, 12년 만에 그때 당시 12, 13년이 흘렀으니까요. 그때 당시에 불러다가 이 사람이 맞냐 대조를 시켰는데 세월이 흘렀으니 변하기도 많이 변했겠죠. 그 밤에 봤던 애를 어떻게 기억 하겠냐고요. 그래서 (목격자가) 그 사람이 아닌 것 같다 하니까 그걸로 그냥 불기소라고 했던 것 같아요.

◇ 김현정> 그 남성이 성관계까지 인정했지만 합의 하에 했다, 그것도 살해되기 3, 4일 전에 하고 나서 그다음에 (피해자 행방은) 모른다고 주장한 거군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렇게 4년이 흘러 간 것이군요.

◆ 어머니> 네.

◇ 김현정> 그때 어머니 심정은 어떠셨어요? 저는 오히려 범인을 모를 때보다 더 답답하셨을 것 같아요.

◆ 어머니> 그렇죠. 더 힘들었죠.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검찰에서 연락올까 (기다리고), 우리 딸도 '엄마, 그렇게 되면 재판하는 거 아냐?' (그래서 나도) '그러게, 왜 이렇게 연락이 없을까?' 하고 그래서 연락이 없어서 검사실로 전화도 몇 번 해 봤어요. 그런데 바쁘다고 아가씨 하고만 통화하고 통화 할 수도 없더라고요. 그래 가지고 (무혐의 난 것 보고) 이제 너무 억울해서 시사 프로그램에다가 우리 딸이 바로 저녁에 글을 올렸어요. 우리 힘으로 할 수 없는 일이구나, 거기서 전문가들 의견을 한번 들어보자 해서.

◇ 김현정> 그렇게해서 취재에 들어가고, 그것 때문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마는 어쨌든 그때부터 용의자에 대한 재조사를 시작한 거군요. 그래서 완강히 부인하던 용의자를 잡아들일 새로운 증거가 나타난 겁니까?

◆ 어머니> 그때 당시에 우리 딸이 생리 중이었대요.

◇ 김현정> 살해당했을 때 생리 중이었다?

◆ 어머니> 예. 생리 중일 때였는데 (정액과 생리혈이) 바로 섞이지 않았기 때문에 그때 당시에 바로 살해당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거라고)…. 과학적인 근거를 다 찾아서 수사한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니까 3, 4일 전에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그 남성은 주장을 했지만, 과학적으로 봤을 때는 성관계 직후에 살해 됐다고 증명하는 것이다라는 걸 재수사 과정에서 밝혀낸 것이고요?

◆ 어머니> 예. 그리고 (용의자 주변의) 재소자들 350명을 만나서 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 보니까 그 용의자가 (사건 관련해서) 많은 이야기를 흘렸다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이렇게 애초에 찾았으면 찾을 수 있었네요?

◆ 어머니> 그러니까요.

◇ 김현정> 그거 생각하면 기가 막히시겠어요?

◆ 어머니> 그렇죠. 그래서 정말 힘없는 사람이 살기가 이렇게 우리나라가 힘든 세상이구나, 그때 좀 잘 좀 수사를 해서 밝혀주지…. 지켜보니까 너무 억울하게 살았더라고요.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어머니, 실례지만 무슨 일 하세요?

◆ 어머니> 저 어린이집에 조리사로 일하고 있어요.

◇ 김현정> 아버님은요?

◆ 어머니> 아빠도 그렇게 큰딸을 유독 예뻐했거든요. 그래서 큰딸 그런 뒤로는 막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몰라요. 매일 딸이 자기 오라고 한다고 하고 아주…. 술로 생활을 하는 거죠.

◇ 김현정> 딸이 그렇게 세상 떠나고 나서 매일 술에 의지해서 사셨어요?

◆ 어머니> 네. 그러고 고통 속에 살다가 결과적으로는 (2009년에) 딸을 따라가더라고요.

◇ 김현정> 딸을 따라갔다고요?

◆ 어머니> 자기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 김현정> 그런 가족의 비극이 또 하나 생겼군요.

◆ 어머니> 네, 정말 (기구한) 드라마 같은 이야기예요.

◇ 김현정> 조금이라도 빨리 범인을 찾았다면 제2차 비극까지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도 드시겠어요?

◆ 어머니> 그렇죠. 정말로 저도 죽지 못해 산 것 같아요. 그 고통이라는 게…. 정말로 딸을 잊어야지 잊어야지 생각을 안 해야지 자꾸 생각하면 그냥 아주 가슴에서 막…. 심장이 멎은 것 같은 그런 고통을 받으니까 잊고 살려고 노력을 했어요.

◇ 김현정> 게다가 말입니다, 어머니. 이 사건이 예전과 같이 공소시효가 있었으면 영원히 그냥 미궁으로 빠질 뻔했어요.

◆ 어머니> 그렇죠.

◇ 김현정> 다행히 '태완이법'이라고 해서 강력사건에서는 공소시효가 폐지되는 이 법이 작년에 통과가 돼서요. 그래서 이나마 수사가 된 것 아니겠어요?

◆ 어머니> 네. 작년에 통과가 돼서, (이 사건이) 첫 케이스라고 하더라고요.

◇ 김현정> 예. 첫 케이스입니다.

◆ 어머니> 진짜로 영원히 묻힐 뻔한 사건인데…. 공소시효가 없어졌다고 하니 얼마나 천만다행인지. 그러니까 모든 그런 범죄 피해자 가족들도, 정말로 힘없고 빽 없는 모든 우리 가족들도 정말 용기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 김현정> 용기를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이세요. 이제 재판정에 세우게 됐습니다. 끝까지 용기 잃지 마시고요. 어머니 오늘 고맙습니다.

◆ 어머니>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태완이법에 의해서 첫 적용사례가 됐습니다. 15년 전에 일어났던 드들강 여고생 살인 사건의 유가족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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