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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하디, 아내 매매 다룬 '캐스터브리지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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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 『무명의 주드』 등 19세기 영국의 인습과 편협한 종교· 제도를 비판하고, 빅토리아 시대의 통념에서 벗어난 파격적인 도덕관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당대인의 사랑과 비난을 동시에 받았던 영국의 대문호 토머스 하디. 그의 중기 대작 『캐스터브리지의 시장The Mayor of Casterbridge』이 번역 출간되었다.

1830년 무렵, 실직한 건초 묶기 일꾼 마이클 헨처드는 시골의 큰 가축시장에서 술에 취해 충동적으로 아내 수전과 딸을 경매에 붙여 팔아넘긴다. 술이 깬 뒤 헨처드는 백방으로 부인을 찾았으나 선원을 따라간 아내와 딸을 찾지 못한다. 18년 뒤, 수전과 그녀의 딸이 웨섹스 주(州)의 작은 자치도시, 곡물거래가 주 산업인 캐스터브리지에서 가장 성공한 사업가이자 시장이 된 그를 찾아온다. 헨처드는 청년시절의 잘못에 대해 보상하려고 하나 그의 변하지 않은 충동적 성격은 애정 관계에서나 사업에 있어서나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수전과 딸이 그를 찾아올 즈음, 곡물중개상으로 성공한 헨처드는 승승장구하며 캐스터브리지의 시장까지 되었지만 불량 곡물을 공급하여 곤란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파프레이의 도움으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그를 자신의 사람으로 들여 사업은 날로 번창하지만, 근대적인 인물 파프레이의 합리적인 경영 방식에 밀려, 전 근대적인 방식으로 사업하던 헨처드는 캐스터브리지에서 입지가 좁아진다.

감정적이고 충동적인 헨처드는 질투심에 눈이 멀어 파프레이를 해고하고 파프레이와 경쟁을 하게 되나 번번이 실패한다. 나중에는 자신의 옛 연인을 두고 파프레이와 경쟁하게 되는데….

돈, 명예, 사랑까지 하나하나 잃어가는 그의 곁을 지키는 건 그녀를 자신의 아버지로 알고 있는 의붓딸 엘리자베스-제인뿐이다. 그러나 그는 순간적인 거짓말로 마지막 삶의 희망인 그녀까지 잃게 될 위기에 처한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인생 역정의 서사가 아니라, 캐스터브리지의 시장인 헨처드가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재회하고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어떻게 침몰해 가는가에 집중되며, 그의 붕괴 과정에서 길항하는 다중적 성향과 환경적, 운명적 요소들을 그려나간다.

18살에 결혼한 아내를 21살에 팔아넘긴 실수가 그에게는 치명적인 원죄(原罪)가 되어 중요한 계기마다 인생을 방해하고 절망 속으로 밀어넣는다. 그는 재산과 명예는 물론 연인 루시타와 의붓딸 엘리자베스-제인도 경쟁자 파프레이에게 넘겨주는 처지로 전락한다.

작가는 주인공의 비극을 화살 삼아 사회 모순을 겨냥해 문제를 더욱 극명히 드러낸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그는 이 작품에 당시 실제 역사적 사건들을 담았는데, 부유층이 아니면 이혼이 불가능했던 잉글랜드에서 17세기 말 이래 가난한 남편들이 아내를 팔아넘기는 관습이 생겨나 19세기 말까지 이어진 현실이나, 오랫동안 지주 계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곡물법으로 무역을 제한하다가 1846년에 새로운 법을 제정하여 1849년부터 관세를 완전 철폐한 상황 등을 보면, 헨처드의 일탈(아내 매매)과 곡물 거래상으로서의 성공과 실패 등은 단순히 한 개인이 일구어낸 결과들은 아니었던 것이다.

19세기 중엽, 빅토리아 시대에는 작가들이 적극적으로 사회 비판을 하고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시기이다. 작가들이 현실 개조의 가능성을, 문학의 힘을 믿었던 것이다.

당시 영국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의 발전으로 생긴 신흥 자본가 계층과 전통 귀족이 대립하던 시기로 신흥 자본가 계층은 전통 귀족의 멸시에 대응해, 실제 이상으로 윤리적 도덕적 가치에 무게를 실었다. 그러나 그것은 도덕적 발전이 아니라 위선의 형태로 사회를 장악했고, 이들은 인습과 도덕적 기준에 맞추며 본성을 억압했기에 이에 어긋나는 다른 사람들을 비난하고 배제함으로써 자신의 도덕감과 윤리를 증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젊은 계층과 선각자들은 이러한 위선과 가식에 반발하며 사회 모순을 고발했는데, 하디는 이러한 사회 모순과 편협한 종교, 인습에 저항했다. 19세기 중반까지는 소설의 주인공들이 세상과의 갈등을 통해 성장하고, 안정적인 사회인으로서 포용적인 인간이 되지만, 하디 등 이후의 작가들은 세상이 개인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거나 개인이 세상을 위해 기여하고 그를 통해 보람과 행복을 얻는다는 전형적인 구도를 거부했다고 후대의 학자들은 분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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