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梨大사태 부른 '학벌주의·감투장사' 누가 조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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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보다 능력 중시하자던 정부…'평생교육' 미명하에 '졸업장' 매달리게 만들어

평생교육단과대학 신설에 반발한 이화여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농성이 3일로 일주일째를 맞았다. 겉으로는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겠다면서도, 결국은 대학 졸업장에 매달리게 만드는 정부의 모순된 '학벌 중시' 정책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평생교육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이 2일 오후 정문 앞에서 졸업장 반납 시위를 갖고 있다. 황진환기자

 

정부가 이 사업을 본격 추진하게 된 계기는 지난해 8월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다. 박 대통령은 당시 "선취업 후진학 제도를 더욱 발전시켜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취업을 하더라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초중고생들은 과도한 입시위주 교육에 시달리고 있고, 대학생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스펙 쌓기에 몰두하고 있으며, 학부모들은 과중한 교육비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박 대통령은 △학생의 꿈과 끼를 키우는 교육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의 사회구현 △사회수요 맞춤형 인재양성을 교육정책 목표로 제시하면서 '선취업 후진학' 등 6개 개혁과제를 집중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올해초 '선취업 후진학'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평생교육단과대학'을 내세웠다. 현장과 동떨어진 스펙 쌓기에 몰두하는 교육 현실을 바꾸겠다는 취지 자체야 좋았지만, 정작 문제는 엉뚱한 방향으로 불거졌다.

스펙보다 전문성이 중요한 현장마저 결국 나중에는 스펙쌓기에 몰두할 수밖에 없도록, 지금까지 없던 부작용을 만들게 됐다는 점이다. '선 스펙쌓기, 후 취업'이 '선 취업, 후 스펙쌓기'로 순서만 바뀌게 됐을 뿐더러, 누구에게나 공정한 입시의 기본원칙마저 허무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얘기다.

'학벌'이 아닌 '능력' 중심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교육 정책 목표에도 모순될 수밖에 없다. "대학을 안 가도 네일아트만 잘하면 성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하지, 왜 비싼 등록금을 주고 졸업장을 따도록 강요하느냐"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최근 부조리한 국내 교육 현실을 다룬 장편소설 <풀꽃도 꽃이다="">를 출간한 조정래(73) 작가는 "학벌을 타파해야 하는데 자꾸 학벌을 키워서, 학벌 내세우는 허위의식을 강조하고 확장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허위의식을 자극해서 등록금을 갖고 수익사업을 하려는 것이라는 학생들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학을 나와도 취직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실질'을 구하지 않고 결국 대학과 정부가 졸업장을 내세워 '허영과 감투'만 오히려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이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의 '순혈주의' 또는 '학벌주의'로 돌리는 비판도 나오고 있지만, 본질과 거리가 있고 설득력도 떨어진다는 평가다.

대학교육연구소 이수연 연구원은 "이대생들이 지금 단순히 졸업장 주는 걸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고졸재직자 전형은 지금도 뽑고 있는데, 그것에 대해 학생들이 반대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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