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재단 이사장 겸 학교장의 전횡으로 파행이 이어지고 있는 대전 예지중·고 학생들이 배움을 이어가기 위해 폭염 속 천막수업에 나섰다.
21일 예지중·고 뒤편 주차장 곳곳에 설치된 천막에서는 학생들이 연신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부채질을 하며 수업에 참여했다.
일부 학생들은 건물이 만든 작은 그늘을 교실삼아 수업을 듣기도 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 대전의 바깥기온은 33도까지 치솟았다.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인 예지중·고의 학생 대부분은 50대에서 80대의 만학도들. 이들이 폭염 속에서 이틀째 천막수업을 이어가고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
예지중·고를 운영하는 예지재단은 "18일부터 2주간 조기방학을 실시한다"고 통보하고 학교 문을 걸어 잠근 상태다.
21일 대전 예지중·고 뒤편 주차장에 설치된 천막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사진=김정남 기자)
건물 사이 그늘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대전 예지중·고 교사와 학생들.(사진=김정남 기자)
예지중·고의 맹현기 교무부장은 "학사 일정대로면 고3이 다음 주에 기말고사를 치르고 수시전형에 응시해야 되는데 학교 측이 일방적으로 조기방학에 들어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교실에서 수업을 하려고 해도 학교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맹 교무부장은 "어쩔 수 없이 천막수업을 하고는 있지만 폭염에 학생들이 건강을 해치진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600여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인 예지중·고에서는 올해 초 이사장 겸 교장의 교사 금품 상납 요구 등에서 촉발된 학내 갈등이 지금껏 봉합되지 않고 있다. 파행을 야기한 박모 전 이사장 겸 교장은 최근 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으나 내부적으로는 학생들에 대한 법적 대응과 학교 폐쇄 등으로 논란을 더하고 있다.
대전시교육청은 지난 2월 예지중·고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했지만 최근에야 예지재단에 대한 보조금 지원 중단과 이사진 전원 취임 승인 취소를 결정하면서 소극적 대응이라는 비판을 사기도 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19일에는 대전시교육청 앞에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힘을 보태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이 비리재단 이사진을 모두 쫓아내고 학교를 정상화하는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며 "환갑이 넘도록 하지 못했던 공부를 존경하는 선생님들과 다시 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