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김현정의>■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지난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친박계 핵심인 최경환 의원과 윤상현 의원,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경기 화성갑 출마를 선언한 김성회 전 의원에게 지역구를 변경하라고 압박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새누리당이 휘청거리고 있다.
윤상현 의원 등의 전화는 명백한 선거법위반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어서 앞으로 후폭풍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김성회 전 의원은 왜 윤상현·현기환 녹취록을 공개했을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윤상현 의원 등의 전화가 선거법 위반인가?= 그렇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선거법 위반이라고 한다. 정병국 의원은 윤상현 의원의 전화에 대해 "명백한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면서 "당과 선관위의 진상조사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주호영 의원도 "당에서 철저히 진상 조사하고 부족하다면 진짜 수사 의뢰라도 해서 밝혀야한다"며 "대명천지 민주국가에서 어떻게 이런일이 있을 수 있나"라고 개탄했다.
김용태 의원은 윤상현 의원의 '별의 별거 다 가지고 있다'는 발언과 관련해 "이런걸 사찰 정보라고 한다"면서 "비대위 자체적으로 진상을 조사하든, 능력과 권한이 없다면 검찰에 고발해 법률적 검토를 빨리 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민주당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해당 의원들의 공천 개입은 단순히 정치 문제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특정인의 자유로운 선거출마 의사를 막는 것은 위법에 해당한다"며 "공직선거법 237조는 선거인·후보자·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 등을 협박하거나 선거의 자유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는데 두 의원의 행위는 마땅히 보호돼야 할 선거의 자유를 박탈하는 중대한 위법행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도 윤상현 의원과 최경환 의원 현기환 전 수석의 발언이 명백한 선거법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한 중견법조인은 "정당이 공적인 공천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라면 모르나, 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에게 후보자가 되지 못하게 협박하고, 다른 지역구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매수 및 이해유도죄에 해당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의)개인비리 정보를 갖고 있음을 내비치면서 화성갑 경선후보자가 되려는 자로 하여금 후보자가 되지 못하게 협박한 것은 선거의자유방해죄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특히 윤상현 의원이 최경환 의원에게, 최경환 의원은 현기환 수석에게 순차 전화하라고 한 것으로 보아 순차공모 여부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거법 위반이라면 중앙선관위나 검찰이 수사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대명천지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많은 만큼 중앙선관위가 선거법위반에 대해 즉시 조사에 착수하거나 검찰이 인지해서 곧바로 수사에 들어가야 한다. '매수 및 이해유도죄'나 '선거의 자유방해죄'는 공직선거법에서 무거운 형벌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선관위나 검찰은 눈치만 살피는 모양새다. 중앙선관위는 "언론에 보도된 것만으로는 죄가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면서 "고발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오면 판단하겠다"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검찰도 마찬가지다. 국민의당의 홍보비 리베이트 관련해서 서슬이 시퍼렇게 칼을 휘두르더니 정권실세들이 등장하니 이렇다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새누리당 내부에서 진상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에 눈치만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성회 전 의원은 왜 녹취록을 공개했을까?= 첫 번째는 누구나 예상하는 것이지만 자신의 지역구를 가져간 서청원 의원에 대해 보복일 것이라는 분석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육군 대령 출신인 김성회 전 의원은 18대 총선 경기 화성갑에 출마해 당선됐다. 19대 총선을 앞두고 고인이 된 고희선 전 의원에게 당내 경선에서 밀렸지만 고 의원이 1년만에 세상을 뜨면서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선언했다. 그렇지만 서청원 의원이 명예회복을 내세우며 지역구 양보를 부탁했고 김 전 의원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가로 지역난방공사 사장이 됐다. 서 의원은 명예회복을 했지만 다시 20대 총선에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김 전 의원이 거세게 반발했다. 그러자 윤상현, 최경환, 현기환이 차례로 전화를 걸어 지역구를 바꾸라고 압박한 것이다.
김성회 전 의원은 화성을 지역구 출마를 선언했다가 다시 화성병으로 옮겼지만 당내경선에서 패해 20대 총선에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엄청나게 열을 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경선에 나서기로 하자 김 전 의원이 보복차원에서 녹취록을 공개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역구를 빼앗아 간사람이 당 대표가 되려고 하니까 재를 뿌렸을 것이라는 해석인 것이다.
두 번째는 김 전 의원이 갖고 있던 녹취록이 다른 사람의 손을 통해서 언론사로 흘러들어 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김 전 의원은 녹취록을 새누리당내 여러 사람들에게 공개했고 새누리당 내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다는 것이 새누리당 관계자들의 증언이다.
김무성 전 대표는 "우리 주변에 많이 퍼져있던 이야기"라면서 "그 당시에 그 당사자가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다"고 말했고, 비박계 권성동 의원도 공천이 마무리 3~4일 전 쯤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본인이 전화상으로 협박 받았다, 어쩔 수 없이 지역구를 옮겼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친박계 한 핵심 의원은 "공천이 끝나고 나서 김성회로부터 녹취한 걸 직접 들었다"면서 김 전 의원이 몇몇 의원들에게 녹음을 들려준 걸로 알고 있다" 말했다.
▶김성회 전 의원이 언론사에 직접 주지는 않았을 거라는 얘기냐?= 그건 TV조선이나 김성회 의원이 구체적인 얘기를 하지 않고 있어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김 전 의원측은 자신들이 제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김 전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해서 얻을 게 별로 없다. 정치에 뜻을 접고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이라면 가능한 얘기지만 그렇지 않다면 친박계도 다치고 자신도 피해를 입을 일을 했겠는지 의문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김성회 전 의원이 녹취록을 공개해서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물질적으로 얻을 게 없다"면서 "김 전 의원이 공개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녹취록이 있다는 사실이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언론사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세 번째는 정권말 레임덕 현상이 아닌가 하는 분석이다.
'내우외환'이라고 들어봤나? 청와대 내부에는 우병우 민정수석의 '우'가 청와대 바깥에는 최경환, 현기환의 '환'을 붙여서 '내우외환'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와 여당인 새누리당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연일 뉴스의 중심에 서있고 정권을 비호하던 조중동을 비롯한 언론들이 앞장서서 정권을 비판한다. 전형적인 정권말 레임덕 현상인 것이다.
시사평론가인 유창선 박사는 "비박계의 음모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레임덕의 전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결과론적인 분석인데 내년 대선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의도된 폭로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냐하면 서청원 의원이나 최경환 의원 같은 친박계 핵심이 당대표가 될 경우 대선후보 경선룰 등에서 친박계 또는 친박이 미는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된 폭로가 아니냐 하는 분석이다.
이 분석은 김성회 전 의원의 독단적인 판단에 의한 폭로이기 보다는 친박에 반대하는 비박쪽에서 김 전 의원에게 녹취록을 폭로하도록 부추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친박계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서청원 의원은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녹취록 공개를 정치공작이라고 단정했다.
친박계 재선 핵심 이장우 의원은 "나는 어느 세력에 의해서 주도가 됐다고 얘기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지만 그런 것들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폭로가 되었는지 참 궁금하다"며 비박계를 겨냥했다. 김태흠 의원 역시 "이런 부분들이 몇 달이 지난 후 전당대회 직전에 폭로된 게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 하는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비박계의 정치음모를 의심하는 발언을 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녹취록 폭로 배후에 누가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확인 안 된 부분이지만 김 전 의원이 누군가와 상의하고, 뒤에서 누군가 조정했다면 전당대회 갈등을 유발하는 해당행위"라고 말했다.
서청원 의원은 "녹취록을 잘 봐라. (김 전 의원이 대답을) 유도하기 위해 묻고 또 묻는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 개입 의혹에 불을 지필 '의도'로 유도신문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사실 녹취록 폭로로 가장 손해를 본 쪽은 친박계가 맞다. 서청원 의원이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고 최경환 의원도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계가 후보가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홍문종 의원이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지만 이미 친박계의 기세는 꺾였다. 일부 언론에서는 '친박'이라는 말이 주홍글씨가 되고 있다고까지 말한다.
반면 비박계는 상대적으로 이득을 봤다. 어느 특정 후보가 이득을 봤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친박계가 당권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비박계 후보가 단일화 할 경우 당권을 잡게 될 것이고 내년 대선후보 결정의 룰도 비박계가 불리하지 않게 될 것이다. 청와대가 미는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될 가능성이 낮아지는 것이다.
친박계 일각에서는 구체적으로 김무성 전 대표가 가장 큰 이득을 봤다며 김 전 대표 쪽을의심하기도 한다.
▶김성회 전 의원의 출마를 막은 게 정치공작 아닌가?= 사실은 그렇다. 그래서 '적반하장'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까불면 안 된다니까. 대통령 뜻을 얘기해준 거 아니냐"며 출마 지역을 바꿀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내가 별의별 것 다 가지고 있다니까, 형에 대해서"라며, 사찰정보까지 갖고 있다고 압박했다.
최경환 의원은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세상을 무리하게 살면 되는 일이 아무것도 없잖아"라면서 공천을 보장할 테니 인접 지역구로 옮길 것을 종용했다. 그러면서 "감이 그렇게 떨어지면 어떻게 정치를 하느냐"며 타박을 하기도 했다. "그것이 브이아이피(VIP·대통령) 뜻이 확실히 맞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럼, 그럼", "우리가 도와드릴게"를 반복하며 김 전 의원을 안심시킨다.
현기환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서청원 전 대표에게 가서 나한테 얘기했던 것과 똑같이 얘기하라. '대표님 가는 데 안 가겠습니다. 어디로 가실 겁니까'라고 물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하고 약속을 한 것은 대통령한테 약속한 거랑 똑같은 것 아니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면 얼마나 복잡해지는지 아느냐"는 말도 했다.
김 전 의원이 "이게 VIP(대통령) 뜻이라면 따르겠다"고 말하자 현 전 수석은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다. 바로 조치하라, 복잡하게 만들지 마시고"라며 다소 고압적 태도로 화성갑 불출마를 재촉한다.
이게 정치공작이 아니면 뭐가 정치공작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