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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진 '독성 살균제'… 기준도, 대책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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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기준·타 제품 검사 계획도 없이 "피해사례 없다" 주장만

공기청정기와 에어컨에 사용하는 일부 필터에서 유독물질이 나온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졌지만, 기대에 못미치는 정부의 미흡한 발표로 시민들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

환경부는 공기청정기와 차량용 에어컨에 사용되는 항균필터 6개 제품을 실험한 결과 제품에 함유된 옥틸이소티아졸린(OIT)가 사용 도중 공기 중으로 방출된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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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부제 등으로 사용되는 OIT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살생물질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유사한 물질로, 기준치 이상 사용하면 경구 독성과 경피 독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필터에서 OIT가 나온다는 사실만 확인됐을 뿐, 정작 제품 사용 도중 공기 중에 있는 저농도 OIT를 흡입할 경우에 대해서는 안전기준이 없어 위해 수준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문제의 필터를 사용할 때 실제로 얼마나 인체에 흡입되는지, 위해성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관해 전문가들과 추가 조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조사 결과가 나올 시기에 대해서는 답하지 못했다.

필터 제조업체 관계자들이 "백번 잘못했고, 회수 조치 등 정부 대응에 적극 협조하겠다"면서도 "배출량과 달리 공기 중 농도는 사용에게 위해를 끼칠만한 함량이 아니다"라며 슬그머니 해명하는 까닭이다.

인하대 임종한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정확한 평가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위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선제 회수 조치는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애초 안전기준이 없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로, 스프레이나 공기청정기, 에어컨 등의 제품에 살균제를 사용할 경우 안전기준을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는 21일 관련 부처와 협의 후 해당 업체들로부터 제품 회수 계획을 받겠다고 밝혔을 뿐, 회수 일정이나 나머지 필터 제품에 대한 전수 조사 일정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단적인 예로 차량 에어컨 필터의 경우 준중형차에 해당하는 1600cc 차량에 사용되는 필터만 검사했을 뿐, 다른 종류의 차량 에어컨 필터는 실험조차 하지 못한 상태여서 시민들로서는 기약없이 불안에 떨 수밖에 없다.

피해자 보상 문제에 대해서도 "아직 필터 사용자 가운데 호흡기나 피부, 안구 등의 손상을 호소하는 구체적인 피해사례가 없다"며 "대신 구매한 업체를 통해 문제의 필터를 환불·교환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무대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역시 대대적인 역학조사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원인을 몰라 한동안 '괴담' 취급을 받았던 전례를 떠올려보면, 보다 적극적인 피해 사례 발굴 노력이 절실하다.

이에 대해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이미 신체 이상이 나타났는데도 원인을 몰라 피해 사례가 감춰졌을 수 있다"며 "정부·업체는 즉각 피해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호흡기가 노출될 수 있는 모든 유사제품에 대해 단기적·장기적 독성 안전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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