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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경마장 건물서 영어캠프…'독려'하는 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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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회·학교 "교육복지 차원" vs 학부모·시민단체 "잘못된 방식으로 부작용 우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배포한 마사회 강좌 홍보 브로슈어 일부.(사진=학부모 제공)

 

한국마사회가 청소년 출입 금지시설인 화상경마장 건물에서 아동·청소년 대상 강좌를 운영해 논란을 빚은 가운데, 주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한 것으로 나타나 학부모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관련기사: CBS 노컷뉴스 16. 7. 18 지역 사회공헌? 화상경마장 아동·청소년 출입 '논란')

한국마사회 대전지사는 화상경마장인 마권장외발매소 건물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역사와 예술·스포츠 강좌 등을 운영 중이다.

이달부터는 재단법인 한국교육문화재단과 함께 '한국마사회 인성기반 글로벌(영어) 아카데미 과정'도 열었다.

마권장외발매소 주변 월평초등학교와 갈마초등학교, 월평중학교 등 3개교의 5~6학년과 중학생 가운데 50명을 선발, 무료 영어캠프를 지원한다는 것이다.

이 영어캠프 역시 장외발매소 건물에서 진행된다. 선발된 학생들은 월~목 하루 3시간씩 이곳을 오가며 교육을 받게 된다.

주변 학교들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홍보 브로슈어를 학생들에게 배포했다.

학부모들은 화상경마장이 학교 인근에 있는 것도 모자라 아이들이 화상경마장 건물을 자유롭게 오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청소년 출입 금지시설'에서 진행되는 교육 과정을 학교 측이 나서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참가를 독려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초등학교 5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정모씨는 "아이가 학교에서 나눠줬다며 들고 온 브로슈어를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학교는 아이들이 사행산업시설을 가까이 했을 때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이 없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학부모는 "화상경마장 건물에서 진행되는 것도 그렇지만, 외부기관에서 운영하는 영어캠프를 학교가 홍보해주는 것도 문제"라며 "학교 앞 어린이도서관 프로그램도 안내해줄 수 없다고 말하던 학교가 마사회 것은 적극적으로 알리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도 실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이라며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통과시킨 사안이고, 학교 관계자들도 장외발매소를 방문해 아이들이 사행성 기기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주의를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학교 관계자는 이어 "교육 인프라가 열악한 월평동에서는 시각에 따라서 좋은 교육기회가 될 수도 있다"며 "장외발매소가 지역에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인 상황에서 사행산업의 부정적인 면은 지도를 하되 좋은 점은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아무리 지역 사회공헌 취지라도 '방식'에 문제가 있다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며 마사회와 학교의 안일한 태도를 비판하고 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의 김정동 연대기획국장은 "특히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그 방식은 조심스러워야 된다"며 "화상경마장에 가서 수업을 듣고 지원을 받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이 도박이나 사행산업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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