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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투기가 '검은 봉지' 때문?…황당한 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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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의 모 구청이 쓰레기 무단 투기의 주범으로 검은 비닐 봉투를 지목하고, 검은 봉투 사용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책상에 앉아서, 계산상이지…. 흰색도 해보고 초록색도 해봤지만, 열의 일곱 여덟은 밖에서 보인다고 다시 검정 봉지로 덧대 달라고 하는데…. 그게 되겠어?"

검은 비닐봉지가 쓰레기 무단 투기의 '주범'이니 사용하지 말자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는 한 지자체의 캠페인에 대한 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대체로 이랬다. 한마디로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이라는 것.

이처럼 경기도 수원의 영통구는 지난달부터 쓰레기 감량 방안의 일환으로 '검은 비닐봉지 사용 근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해 수원시가 실시한 '쓰레기와의 전쟁'에서 4개 구(區)중 꼴찌를 한 영통구가 올해 초 종량제 봉투 실명제를 시행하려다가 개인정보 유출 논란으로 철회한 이후, '고육지책'으로 내놓은 방안이 '검은 봉지 사용 제한'이었다.

무단 투기된 쓰레기 중 60% 정도가 검은 봉지에 담겨 버려진다는 게 그 이유였다.

구청은 예산 800만원 들여 안내포스터를 만들어 시장과 상가, 아파트 단지 등에 붙이는 등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검은봉지가 내용물이 안보이다 보니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않고 섞어 버리거나 무단투기를 하는데 쓰이고 있다"며 "사용을 자제하다보면 쓰레기 감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수원의 모 구청이 쓰레기 무단 투기의 주범으로 검은 비닐 봉투를 지목하고, 검은 봉투 사용 자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구매 물품을 외부로 보이기 꺼려하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검은 봉투를 선호하고 있다. (사진=구민주 기자)

 

하지만 시장 상인들뿐만 아니라 주민들조차도 검은 봉지가 쓰레기 무단 투기와 얼마나 상관관계가 있는지에 대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자신이 구매한 물품들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을 꺼려하는 소비자의 심리와도 맞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박영미(53·여)씨는 "속옷 같은 걸 샀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게 검은 봉지에 담아서 가져간다"며 "여성의 경우 다른 사람에게 보일 수 없는 물품을 사는 경우가 있기때문에 검은 봉지가 필수"라고 지적했다.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주부 김소정(42·여)씨는 "투명 봉지를 사용한다고 해서 쓰레기를 버릴 사람이 안버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양심의 문제지, 검은 봉지 사용을 줄인다고 무단 투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에는 선뜻 납득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보여주기식, 전시성 행정이 아닌 보다 근본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단순히 검은봉지 사용 근절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좀 더 지속적이고 확장 가능한 캠페인으로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며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실질적으로 분리배출을 잘 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꾸준한 홍보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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