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용길(54) CBS 사장이 자신의 신앙 고백을 담은 간증집 '광야를 지나서'를 냈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광야가 아니었으면 경험할 수 없는 은혜였다.' 하나님을 영접한 삶의 결과로서 주님로부터 받은 은혜를 간증한다. 세상 일과 하나님의 나라 사이에서 저울질하는 삶을 진솔하게 고백했다.
"자연스레 나에게 불평불만이 사라졌고, 감사의 고백이 입술을 떠나지 않았다. 길고 긴, 어쩌면 너무나 짧은 광야의 시간을 지나면서 내게 주신 선물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선물은 하나님이 나를 버리지 않고 책임져 주신다는 확신이었다. 그걸 깨달았을 때, 내가 광야의 끝자락에 서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불평과 원망이 순전한 감사 100%로 채워주면서 비로소 '광야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140쪽
저자는 1988년 CBS에 입사해 음악 PD로서 역량을 발휘하며 FM 제작부장, 편성국장을 역임했다. 그 뒤 CBS 사장에 도전했다가 낙마해 6년간 떠나있다 2015년 CBS 사장에 재도전해 선출되었다. 이 책은 CBS맨으로서 그가 겪은 인생사와 크리스천으로 겪은 삶을 진솔하고 겸손한 자세로 서술하고 있다. 그는 광야의 삶을 거치며 주님의 인도로 그 시련을 이겨냈고, 감사의 마음으로 그 은혜를 찬양한다.
"가장 큰 선물은 '내게 능력 주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믿음, 마음가짐이었다. 매일 내 삶의 주인이 되어주시고 그 삶을 인도하시는 주님의 은혜에 오늘도 감사하다."
-116쪽
저자가 평안을 느낄 때는 '주님 안에 있을 때였다.' 그는 광야에 들어섰을 느꼈을 때 곤고함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지만, 광야를 지나는 동안 자신의 눈이 뜨이는 것을 경험했다고 간증한다.
"내가 처한 환경은 벼랑 끝이었다. 더 이상 갈 데가 없다고 생각했고, 헤어나올 수 없는 캄캄한 어둠 속으로 한 없이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곳은 캄캄한 어둠 속이 아니라 하나님 아버지의 품안이었다.
내 시선이 세상적인 성공만을 향해 있을 때는 결코 느낄 수 없었고 알 수 없었던 평안과 안식을 알게 하셨다. 광야에 들어섰을 때 비로소 머물게 하신 하나님 아버지 품안이 얼마나 평안한지 깨우치게 하셨다."
-117쪽
저자가 겪은 시련 중에 가장 혹독했던 것은 CBS 사장에 처음 도전했다 떨어진 후 6년 사이에 겪은 재정적 어려움이었다. 공연기획사를 차려 첫 공연에 나섰지만 실패해 빚더미를 떠안았다. 이후 공연 주문이 꾸준히 이어지면서 여유를 찾게 된다. 하지만 또 한 번의 심대한 경제적 타격을 받게 된다. 선배 부인으로부터 카페동업 제안을 받고, 3억원을 투자했으나 사기를 당했다. 그 중 1억원은 대출받은 돈이어서, 끼니도 잇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할 때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그 분노를 삭이지 못해 심신이 황폐해졌다. 그럴수록 하나님을 향한 신앙에 매달렸다. 그리고 재기한다.
"그렇게 매일의 무릎 꿇음을 통해 하나님께 내게 주신 것은 재정의 해결이 아니었다. 하나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와 소망이었다. 이 시간 속으로 부르신 이도 주님이시요, 이후의 길을 인도하신 이도 주님이었다.
재정이 해결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죽을 만큼 힘든 고비들을 넘겨야 했다. 그 시간은 훈련의 시간임이 분명했다."
-124쪽
그 광야에서 훈련의 시간은 '나'를 내려놓고 온전히 주님의 의를 향하게 했다.
"주님께 나를 광야로 부르신 뜻은 분명했다. 그분의 나라와 그 분의 의를 위한 길이었다. 그 삶을 위해서 광야는 반드시 통과해야 할 곳이었다. 풍성한 가운데 나의 의가 드러나는 삶을 살 때에는 깨닫지 못한 것이었다. 광야에서 주님만을 바라보자 비로소 깨닫게 해주셨다."
-124쪽
저자 한용길이 신앙의 길로 접어든 것은 어려서부터 인연을 맺었던 교회의 박기서 목사, 그리고 투병하다 세상을 뜨기 전에 하나님을 영접한 후배의 영향이 지대했다. 공연기획사 시절 의기투합했던 가수,연주자들과는 음악을 통한 기독교 사역의 동반자가 되었다.
저자는 박기서 목사와의 인연을 이렇게 정리한다. "나의 유년 시절에 가난한 가정 형편을 보고 우리 집에 쌀을 사다주고, 교회 어른들을 설득해서 종교교회 역사상 최초로 장학금을 내게 보내주신 분도 박기서 목사님이었다. 중학생 때 과로와 영양부족으로 마비가 된 내 다리를 고쳐준 분도 목사님이었다.
삶의 영적 멘토이자 카운셀러인 목사님을 가까이 두고 사는 일은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 일인가.
내게 독수리의 비전을 전해주고 굳건한 믿음과 지도로 이끌어 준 목사님과 함께 생을 마치는 날까지 함께하는 일은 즐거울 것이다."
-205쪽
멘토의 영향을 받는 저자는 자신 역시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베풀수 있기를 기도한다.
"나 또한 CBS 직원들에게 그런 좋은 멘토가 되기를 기도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62년 전 한국 전쟁으로 황무해진 땅에 미국 선교사를 통해 시대의 양심을 대변하는 언론기관으로 세워진 CBS, 그리고 복음을 땅 끝까지 전하는 선교기관으로서 CBS가 그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CBS 직원들과 그 사명을 잘 감당하기를 기도한다."
-205쪽
음악 PD, 공연기획자로서 음악을 통해 세상에 밝은 빛과 즐거움, 복음을 전하고자 한 음악쟁이, 방송 일을 하면서 행복하다고 스스럼없이 말하는 낙천주의자, 기쁜 일이든 시련이든 주님께 감사하는 신실한 크리스천, 탕아와 거룩함의 생활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 있는자.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완성을 향한 그의 여정은 지속되리라는 느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