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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차 월급이 141만원인데… '귀족노조 파업' 딱지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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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 노조가 15일까지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자 일부 보수 언론은 노조가 사측에 기본급 5.09% 인상, 성과급 250% 보장, 조합원 100명 이상 해외연수 등을 요구했다며 '철밥통 노조 이기주의'라고 일제히 비난했다. 비슷한 처지인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동자들이 임금동결을 선언한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 지난 10일 오전, 자동차 부품업체 갑을오토텍 노조는 공장 출입구를 막고 관리직 사원들의 출입을 막으며 사측과 대치했다. 일부 언론은 연봉 8400만원으로 업계 최고 대우를 받는 '귀족 노조'가 불법 공장 점거에 들어갔다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보수언론이 파업에 들어가는 노조마다 빼놓지 않고 붙이는 주홍글씨 '귀족노조', 그들은 회사 사정을 생각하지 않는 '배부른 떼쟁이'들인가.

◇ 10년차 월급이 141만원… 흑자 거두고도 3천명 해고·자회사 이직 강행

현대중공업 노동자가 1억대 연봉을 받아챙긴다는 보수언론의 호들갑부터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평균임금 7천여만원을 받는 알짜 대기업 정규직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금속노조는 실수령액 141만원이 찍힌 10년차 직원의 월급명세서부터 내밀었다.

현대중공업 노조 문대성 사무국장은 "사측이 최근 경기불황을 이유로 고정연장수당과 연장·휴일근로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각종 수당이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기본급과 수당을 합쳐 평균 210만원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해외연수·지역콘도 평생이용권 논란에 대해서는 "중국 현대 계열사를 둘러보고, 조선소 인근의 현대 계열사 콘도 할인권을 받는 것 뿐"이라며 "이 정도를 귀족노조라고 부르는 것은 너무 심하다"고 반박했다.

경영난에 빠진 회사를 생각해 노조가 자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곱씹어볼 지점이 많다. 흔히 조선업계 빅3로 묶이지만, 세 기업의 상황은 각자 조금씩 다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2년 동안 약 4조 3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지만, 조선업 호황기였던 2007년부터 7년 연속 수조원의 대규모 흑자를 기록하는 등 지난 10년간 영업이익만 23조 4329억원을 올렸다.

오히려 법정관리에 들어간 일부 중소형 조선사들이 위축된 가운데 현대미포조선 등 일부 현대 계열사에 일감이 몰리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현대중공업은 올해 1/4분기 325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로 전환했고, 2분기에도 538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사측이 설비지원 업무를 새로 만든 자회사인 '현대 MOS'로 내보낸 데 이어 지게차 부문, 태양광 사업 부문, 로봇사업 부문 등을 분사하겠다고 밝히자 노조는 "멀쩡한 정규직이 하청업체 비정규직으로 팔려가는 셈"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문 사무국장은 "2009년 경제 위기 당시 회사는 약 2조 1500억원의 순이익을 냈지만, 경기 불황을 우려해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며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경영상황이 양호한 회사가 가장 낮은 기본급을 받는 노동자들에게 억지 자구안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다음해 상반기부터 경기 불황이 우려되는 것도, 비정규직보다 조건이 낫다는 점도 인정한다"면서도 "사내 유보금만 13조 3천억원을 가진 회사가 아무런 대화없이 일방적 구조조정을 강행하니 파업 외에는 길이 없다"고 강조했다.

◇ '노조파괴 공작 보고만 있나'… 노조 탓하기 전에 경영진 책임부터 물어야

갑을오토텍 노조 박종국 부지회장도 "평균 근속 22년에 실수령액은 370여만원 수준인데도 언론이 회사 비서실이 만든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도했다"며 '귀족노조' 혐의를 반박했다.

앞서 사측 박효상 전 대표이사 등 4명은 지난해 전직 경찰과 특전사 60여명을 동원해 신입사원으로 위장 취업시켜 어용노조를 세우려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노조는 2015년 52일, 2014년 19일에 걸쳐 장기간 파업을 벌였고, 갑을오토텍은 지난해 상반기 대표적인 노사갈등 사업장으로 꼽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박 부지회장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소급된데다 파업 이후 쌓인 물량으로 잔업이 늘어나 잠시 연봉이 늘어난 것 뿐"이라며 "사측이 관리직 명목으로 채용한 신입 직원을 현장에 투입해 또 다시 노조를 압박하는데 언론이 엉뚱한 소리만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같은 '귀족노조' 논란에 대해 한신대학교 김종엽 사회학과 교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를 생각하면 정규직 노조에 관해 함부로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언론은 조선업 등의 경영 위기에 대해 노조만 탓하기 전에 경영진이 우선 책임지도록 지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국대학교 한상희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조가 아닌 시민과 노조를 분리시켜 노노(勞勞) 갈등을 불러일으켜 노조의 발언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 문제가 공안 문제로 다뤄지는 현실에서 기업과 정치 권력, 보수언론이 노조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야기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하루이틀 얘기도 아닌, 그동안 계속됐던 노조 흠집내기의 일환"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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