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현 사태' 프로의 책임인가, 아마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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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문제인가' 케이티 베테랑 김상현(사진)의 음란행위로 최근 프로야구계의 잇딴 일탈행위에 대해 구단이나 KBO 등의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격 형성의 단계인 아마추어 때라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자료사진=케이티)

 

전반기 마무리를 앞둔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 충격을 안긴 베테랑 김상현(36 · 케이티)의 음란행위 파문. 지난 12일 김상현은 2군에 있던 지난달 전북 익산의 한 주택가에서 자신의 차 안에서 음란행위를 하다 20대 여대생의 신고로 경찰 수사를 받은 사실이 알려져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케이티는 하루 만인 13일 김상현에 대해 임의탈퇴 결정을 내렸다. 1년 동안 KBO 리그 경기에 나갈 수 없고, 구단과 KBO의 허락이 있어야만 복귀나 이적할 수 있는 중징계다.

그러면서 최근 일련의 프로야구 선수들의 일탈 행위도 덩달아 회자됐다. 김상현 중징계의 배경이 된 케이티 장성우, 장시환 등의 'SNS 설화(舌禍)' 사건과 오정복의 음주운전은 물론 지난해 10월 불거진 임창용(KIA)의 해외 도박 스캔들 등이다. 삼성 윤성환, 안지만은 경찰 수사가 잠정 중단된 상황이나 도박 혐의에 대한 의혹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와 함께 구단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허술한 선수 관리로 일탈행위를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장성우, 장시환 이후 지난 3월 오정복에 6월 김상현까지 한꺼번에 사건이 터진 케이티는 재발 방지를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화들짝 놀란 케이티가 김상현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선수들의 일탈 행위가 과연 전적으로 구단의 잘못인지는 짚고 넘어가야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구단도 도의적으로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사건들은 기본적으로 선수 개인의 문제에서 비롯된 부분이 더욱 크다. 구단의 관리, 통제가 아닌 선수 인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프로면 이미 어른…애 아빠한테 교육하나"

한 야구계 원로는 김상현 사건에 대해 "야구인으로서 정말 참담하고 창피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구단의 책임론에 대해서는 "사실 이런 문제를 구단이 방지하기는 어렵다"면서 "프로 선수들이 어린 애들도 아니고 20, 30대 성인인데 통제하고 교육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의 말처럼 사실 구단이 선수를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프로가 아닌 발상일 수 있다. 철저하게 스스로를 관리하는 게 프로 선수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미 성인이 된 선수들의 사생활까지 통제하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구단이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아예 손을 놓고 있던 것도 아니다. KBO는 매년 신인들을 대상으로 프로 선수로서 갖춰야 할 품위나 의무, 언론과 팬들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케이티 역시 SNS 파문 뒤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구단 이미지를 훼손하면 퇴출하는 이른바 원-아웃 제도로 일탈행위 방지 대책을 강화했다.

'10대 애들도 아닌데...' 임창용(오른쪽부터), 안지만, 오승환, 윤성환 등 전, 현 삼성 투수들이 지난 2014년 넥센과 한국시리즈 당시 함께 한 모습. 4명 모두 해외 도박 스캔들에 휘말렸다.(자료사진=박종민 기자)

 

삼성 역시 지난 2008년 인터넷 도박 수사 선상에 다수의 선수가 오르자 재발 방지를 강화했지만 지난해 또 도박 스캔들이 터졌다. LG도 지난해 5월 정찬헌의 음주 운전으로 예방 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9월 정성훈이 음주 단속에 걸렸다.

강력한 징계가 한 방법일 수 있지만 최선책은 아니다. 음주운전과 폭행 등 일탈행위에 대해 지금까지 벌금과 출장 정지, 임의탈퇴 등 수많은 제재가 이뤄졌지만 끊임없이 재발되고 있다.

KBO나 구단도 하소연이다. KBO 관계자는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 선수들이다. 또 30살 넘은 선수들, 빨리 결혼했으면 애 아빠들인데 똑같은 교육을 매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고충을 털어놨다. 또 다른 야구 관계자는 "일탈행위에 대해 징계를 때린다는 것을 모르는 선수는 없다"면서 "징계를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선수 개개인의 인성 문제"라고 꼬집었다.

▲"아마 때 인성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프로 이전, 인격 형성 과정에서 확실하게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다. 초중고, 대학 등 학원 스포츠에서 선수로서 갖춰야 할 덕목과 품성 등에 대한 의식이 박혀야 한다는 것이다.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이자 MBC 해설위원은 "야구는 물론 우리 스포츠 선수들이 운동을 잘 하지만 사실 사회적으로 존경을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 "일부 선수들이 높은 인기와 거액을 받는 데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적잖은 선수들이 야구만 잘 하고 돈만 잘 벌면 된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에 따르는 책임감은 소홀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전까지 학창 시절 선수들은 운동을 하느라 거의 학업을 신경쓰지 못했다. 명문 학교 진학을 위한 성적이 중요했기에 선수들이 승부에만 집착하는 사이 인격 형성에 필요한 수업을 듣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공부하는 선수를 위한 주말리그는 지난 2011년에야 도입됐다. 최근 프로에 입문한 선수가 아니라면 이전까지 운동만을 중시했던 때 학창 시절을 보낸 것이다.

허 위원장은 "최근 주말리그는 어쨌든 공부하는 선수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면서 "단순히 운동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성숙한 의식과 도적적 선행 등 지덕까지 갖춘 존경받는 인격체로 인정을 받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억 원을 기부하거나 재단을 만들어 야구 발전에 힘쓰는 이승엽(삼성), 박석민(NC), 강민호(롯데)처럼 일탈이 아닌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월 경남 양산에 야구장 건립을 위해 2억 원을 쾌척한 롯데 강민호(왼쪽 세 번째)와 허구연 KBO 야구발전위원장(왼쪽 두 번째)의 모습.(자료사진=양산시)

 

이어 "메이저리그(MLB)에서는 대학에서 학업 성적이 우수한 선수들이 기량도 뛰어난 경우가 많다"면서 "인성이 갖춰지면 그만큼 노력을 하고 인내하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일탈행위를 하는 중남미 선수들이 많은데 마이너리그를 통해 철저하게 교육을 실시해 선수의 덕목을 갖추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한국에서는 학원 스포츠가 담당해야 할 인격 소양의 과정을 마이너리그가 대신하는 모양새다.

학교 스포츠에서의 교육도 쉽지는 않다. 아마추어 야구를 관장하는 대한야구협회에 몸담았던 한 야구 관계자는 "사실 학창 시절 교육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하지만 여건이 어렵다"면서 "전국 수백개 초중고의 선수들을 한 데 모으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권역별로라도 인성과 법 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최근 협회가 집행부를 놓고 이전투구 양상을 벌이고 있어 이마저도 요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로야구의 인기는 국민 스포츠라 할 만큼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선수들의 몸값도 천정부지, 100억 원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특급 선수의 연봉은 십수억 원에 이르며 주전급 평균 연봉은 이미 억대를 넘어 프로야구 선수들은 부와 명예의 상징으로 통한다.

그러나 과연 그에 걸맞는 의식과 인성을 갖추고 있는지는 최근 일련의 일탈 행위가 말해주듯 의문인 게 사실이다.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의 문제라고 치부하기에 앞서 몸값과 인기에 걸맞는 품격을 갖췄는지 선수들이 먼저 자문하고 동료들, 지도자들은 물론 야구인들과 함께 깊이 있는 논의를 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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