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신중론'을 고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과 정의당은 더민주를 향해 "확실한 반대입장을 밝히라"며 연일 공세를 퍼붓고 있고 정통 야권 지지층의 반발도 거세지만, 더민주는 찬반 프레임에서 벗어나 절차적 문제를 지적하는 방식의 대응방침을 정한 상태다.
◇ 사드 반대 의견 쏟아진 더민주 의원간담회…지도부 '신중론' 고수지난 12일 열린 더민주 의원간담회에서는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다.
사드 배치의 군사적 효용성, 중국과 러시아 등 외교안보적 관점에서의 실익, 중국의 경제보복 가능성 등을 지적하며 지도부의 '신중론' 방침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김경협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국민들이 명확히 알아야 할 문제이고 국익의 관점에서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지 살펴야 한다. 여론의 눈치를 보며 입장을 바꾼다든지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의견을 피력했다.
홍익표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이 미래 수권정당의 자세는 아니다"라면서 "입장을 확실히 정하고 야당으로서 무엇을 할지를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야당의 정체성'을 언급하며 더민주가 확실한 반대 입장을 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국민투표와 국회비준 절차도 먼저 언급했다. 정의당도 사드 배치 반대입장을 확실히 한 뒤 여야 4당 대표회담을 제안하며 논쟁에 불씨를 당기고 있다.
결국 제1야당인 더민주만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모양새가 됐다. 이런 더민주의 태도에 대한 정통 야권 지지층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날 의원간담회를 마치고 나서도 더민주는 '전략적 모호성'을 계속 지키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의원간담회가 끝난 뒤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의원간담회에서 나온 다양한 의견을 비대위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후 절차와 사드문제를 집중 논의할 기구에 대해서도 비대위에서 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군의 사드 미사일 발사 테스트 (사진= The U.S. Army flicker)
◇ 사드 배치 모호한 대처, '수권정당' 내다본 묘수?더민주의 이러한 전략은 장기적으로 내년 대선을 바라본 정무적 판단이 근거가 됐다.
이미 사드 배치가 양국 간의 협의로 결정된만큼, 무조건적인 반대는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에 당론으로 덜컥 '반대'를 결정했다가, 내년 대선 국면에서 현실적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상태의 사드에 대해 다시 논쟁이 시작되면 자당 후보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분석이 깔렸다.
더민주 비대위는 일찌감치 세 차례에 걸친 비대위 회의를 통해 당의 입장을 '신중론'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핵심 관계자는 "한민구 장관이 지난 8일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예방했을 때 사드 배치에 대해서 설명했다. 대선 국면인 내년 말 배치를 목표로 한다고 했는데, 이를 찬반 논의로 끌고 가다보면 '(정치적) 덫에 걸린다'는 판단을 그 때 당시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더민주 의원은 "비대위 내에서도 강경한 반대 주장이 나왔지만, 정무적인 고려가 필요하다는데는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연일 안보정당을 표방하며 중도로 저변을 넓히려는 노력을 해 온만큼, 분명한 반대입장을 내보이는 것이 오히려 대선에서는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민주는 사드 배치 결정의 절차적 문제나 후속 대응 미비에 대해서는 꼼꼼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찬반 당론 문제에 대해서는 대선까지 신중한 입장을 표할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의원은 "당의 입장을 차치하고라도 야당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있다"면서 "우선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태도와 불투명한 결정과정에 대한 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또 사드 관련 예산을 살펴보는 방식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