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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도 대책도 뻔한데...저물가 해명에 곤혹스런 '이주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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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자료사진/황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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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관리 책임을 진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데 대한 원인과 대책을 오는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설명한다. 한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물가안정 목표제를 시행한지는 오래됐지만 목표를 지키지 못한데 대한 설명 책임을 도입한 것은 지난해 일이다. 지난 수년간 전례 없는 저물가로 물가가 목표치에서 크게 벗어난데 따른 비판에 직면해 물가정책의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말 한은은 향후 3년간 적용될 새 물가목표치(2%)를 발표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이 목표치에서 ±0.5%포인트 넘게 벗어나면 총재가 기자간담회 등을 통해 원인과 대책을 설명하기로 했다. 그래도 초과 이탈 상태가 지속되면 3개월마다 추가 설명도 해야 한다.

설명 책임제는 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한 32개국 중 영국, 이스라엘 등 6곳에서 시행하지만 대부분 서면으로 할 뿐 중앙은행 총재가 구두로 직접 설명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그만큼 강도가 높다는 의미다.

물가 목표를 세우고 이를 달성하는 것은 경제운용에 있어 경제성장률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부의 예산편성과 세수계획은 물론 임금협상, 기업의 예산 등 경제주체들이 예산을 편성하고, 사업계획을 세울 때는 한은의 물가안정목표에서 제시한 상승률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일례로, 임금협상에서 다음해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임금인상률을 정했는데 실제 물가가 목표에서 크게 벗어나면 기업이나 노동자 어느 한쪽이 그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또한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돼 기대 인플레가 커지면 경기 과열의 우려가 있고, 반대로 저물가가 지속되면 경기침체, 즉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래서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물가안정이 긴요한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14일 예정된 기자간담회에서 '물가가 목표를 이탈한 원인',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전망 경로', '물가안정목표 달성을 위한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을 설명해야 한다.

문제는 기자간담회에서 총재가 설명하는 내용이 새로운 것이 전혀 없는, 뻔한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물가가 당초 전망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기자간담회 등에서 여러차례 밝혀온 대로 공급요인, 즉 유가하락의 영향이 크다. 

세계경제의 부진에다 공급과잉으로 유례 없는 저유가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도 낮은 상황에서 전체 수입가격이 하락하고, 이것이 저물가를 초래하는 주된 원인이다. 올해는 국제유가의 점진적 상승을 전망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40달러 대에서 머무르고 있다. 

실제 외부 충격에 의해 가격변동성이 큰 원유, 곡물 등을 제외한 '근원물가'는 2%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에도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상승률은 0.8%지만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는 1.7% 상승했다.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지수는 2.0% 올랐다.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국제 유가만 하락하지 않았다면 물가목표 하한인 1.5%를 넘어선다는 이야기다.

이 총재가 설명할 저유가의 원인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기 어렵다.

다만 국제유가 전망을 잘 못한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유가 전망 역시 한은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세계의 경제기관들의 예측을 반영한 것이어서 한은 탓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물가를 목표치까지 끌어올릴 대책도 마땅한 대안을 내놓기 어렵다.

물가를 올리기 위해 한은이 취할 수 있는 대책은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유일하다. 이미 사상 최저 수준인 연 1.25%까지 내린 상황이어서 물가 인상을 위해 금리를 내리기에는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 추가 인하 여력도 크지 않은데다 브렉시트 등으로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안정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금리를 인하해도 물가상승 효과는 커지 않은 것도 문제다. 지난해 말 출입 기자단과의 송년간담회에서 이주열 총재는 경제학에서 수요와 공급의 상관관계를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를 예로 들며 금리를 내려도 경기회복이나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경제이론이 현실과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물가당국의 수장으로서 답답한 심정을 토로한 것이다.

세계적인 경기부진과 저물가 상황에서 한은이 취할 수 있는 정책은 사실상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나마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전망 경로'에 대한 설명에서는 긍정적인 신호를 설명할 수 있다. 하반기를 지나면서 저물가의 기저효과가 사라지면 물가상승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향후 유가가 추가 하락만 하지 않는다면 하반기를 지나면서 저유가의 기저효과 소멸로 근원물가에 근접한 수준의 물가 회복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연말쯤 물가가 2%에 근접할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별한 원인이나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서 한은 총재의 구태의연한 설명이 자칫 중앙은행 총재로서의 신뢰와 위상에 상처만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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