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가입자의 절반 이상은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급여 혜택을 적게 받은 반면, 가입자 10명중 한 명은 보험료보다 5배 이상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지난해 '보험료 부담 대비 급여비' 현황을 분석한 결과, 자격변동이 없는 1656만 세대 가운데 54.5%인 902만 세대가 보험료보다 적게 혜택을 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가입자의 경우 594만 세대중 56.9%인 338만 세대, 직장가입자는 1062만 세대중 53.1%인 564만 세대가 이런 경우였다.
피부양자를 포함한 건보적용인구는 지역가입자의 경우 1143만 9천명, 직장가입자는 2699만 2천명이다. 전체 3843만명 가운데 지난해 한번도 병의원이나 약국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도 7.1%인 273만명에 달했다.
반면 부담한 보험료의 5배 이상 급여 혜택을 본 세대는 전체의 10.5%인 173만 세대나 됐다. 낸 보험료보다 1~2배 많은 급여 혜택을 받은 세대도 18.4%인 304만 세대였다.
심지어 낸 보험료보다 10배 이상 많은 급여 혜택을 본 지역가입자는 6.7%인 40만 세대, 직장가입자는 3.4%인 36만 세대였다.
연령대별로는 60세 이상 지역가입자가 월평균 9만 6천원의 보험료를 내고 2.4배인 23만원 넘는 급여비를 지원받았다. 같은 연령대 직장가입자 역시 매월 8만 3천원을 내고 2.3배인 19만 6천여원의 급여비를 썼다.
반면 40대 지역가입자는 월평균 8만 8천원을 내고 1.1배인 9만 8천원의 혜택을 받는 데 그쳤다. 30세 미만 직장가입자 역시 매월 6만 9천원을 내고 1.2배인 7만 9천원의 급여비를 썼다.
가입자 전체 평균으로 보면 매월 9만 9934원의 보험료를 부담하고 1.7배인 16만 8725원의 급여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세부적으로 들여보면 상당한 편차가 있는 셈이다.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적은 하위 20%(1분위)를 보면, 매월 2만 5천원가량의 보험료를 내고 5배 넘는 12만 8천여원의 급여를 받았다. 특히 하위 20%인 지역가입자는 1만여원의 보험료를 내고 11.7배인 12만 4천여원의 혜택을 받았다.
반면 상위 20%(5분위)의 경우 매월 23만원 넘는 보험료를 내고 1.08배인 24만 8천여원의 급여 혜택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통계는 건강보험이 갖고 있는 순기능인 '소득 재분배'나 '공적부조'의 효과를 보여준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질환별로 보면 심장질환자가 있는 세대는 보험료 대비 급여비가 7.5배, 뇌혈관질환의 경우 7.3배에 이른다"며 "특히 1분위 세대의 경우 암질환 보험료 대비 급여비가 12.9배나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행 부과체계에서 '보험료를 많이 낸 사람'과 '자산이나 소득이 많은 사람'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가령 3채 이상의 집을 갖고도 피부양자로 이름을 올려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는 일명 '무임승차 가입자'가 68만명에 이른다. 반면 낡은 자동차 등을 소유했다는 이유로 소득이 전혀 없는데도 높은 보험료를 내는 지역가입자들의 불만 역시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건강보험의 당초 취지와는 달리, 생계도 빠듯한 '유리지갑' 직장인과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무임승차'한 재력가들의 의료비용을 대신 내주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도 소득 중심으로 보험료를 매기는 부과체계 개편안을 마련해 지난해초 발표하려 했지만, 돌연 철회한 뒤 18개월이 지나도록 여전히 감감무소식인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