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영혼을 가진 화가, 호안 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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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시, 고요함, 빛", 세종문화회관 전시회

 

시인의 영혼을 가진 화가 호안 미로(1893-1983). "그의 작품은 한편의 시, 고요함, 빛입니다" 세종문화회관 "호안 미로" 전을 기획한 필라르 바오스는 이렇게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 호안 미로의 다양한 작품 250여점이 선을 보인다. 특히 마요르카섬 거주기의 작품들이 대거 선보인다. 미로는 이 섬에서 인생 후반기 20여년을 보내며 작품 활동에 전념했다. 미로는 젊은 시절의 가난을 극복하고 국제 예술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금을 받아 경제적 기반을 마련 한 뒤 만년에 이 섬에서 불꽃같은 창작열을 불태웠다. 그는 작품 판매에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새롭고 다양한 작품 창작에만 몰두했다. 그는 당대 미술 시장에 내놓기 어려울 정도로, 항상 자신이 원하는 도발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늘 충격을 줌으로써 사물을 다른 방식으로 보게 하는 것, 그 자신만의 고유한 시각으로 보는 것을 시도했다.

미로는 다아이즘, 초현실주의, 동양미술, 추상 표현주의 등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을 추구한다. 그는 자신만의 새로운 방식을 추구했을 뿐 어떤 화파로 규정되는 것을 원치 않았다. 1960년대 한 일화가 있다. "대중들이 피카소 당신에게는 입체파, 나에게는 초현실주의라고 부른다. 하지만 나는 자신이 초현실주의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잭슨 폴락과의 교류에서 영감을 받아 물감 방울과 손자국의 기법의 작품을 제작하기도 했고, 색면 추상화가 마크 로스코와 교류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미로의 작품은 원시미술, 민중미술, 동양미술 등 다양한 작품 경향을 보인다. 그의 작품들 중에는 동양미술의 경향이 물씬 풍기는 것들이 많다. 동양의 서예처럼 유려한 선(線)을 사용하고, 묵색의 검정색을 사용하고, 먹물의 속성처럼 번짐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화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선(禪) 사상에서 드러나는 간결함과 소박함, 고요함이 묻어난다. 미로의 만년작들은 갈수록 화면이 담백해지고 새와 여인, 자연으로 주제가 제한된다.

미로가 동양미술에 영향을 받은 것은 어린 시절부터였다. 바르셀로나 만국박람회 때 동양예술을 접했고, 1920년대 파리 생활에서 동양 미술의 영향을 받았고, 도쿄 방문 때 일본 서예가들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카탈루냐가 고향인 미로는 바르셀로나에서 정치적 변화와 격동을 겪으며 모더니즘이 싹트는 시대를 경험했다. 안토니오 가우디의 영향을 받았고, '세상은 극장'이라는 가우디의 사상은 미로가 작품을 창작하는 데 영감의 원천이 되었다.

미로는 로마네스크 양식과 동굴벽화, 원시문화에 매료되어 작품을 반영하였다. 민중예술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원시미술은 익명성, 보편성을 띠고 있다. 그는 이 원시적, 야생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판화가, 도예가 들과 협업을 했다. 이 협업은 누구도 주인공이 되지 않는 익명성과 보편성을 구현하게 해주었다.

미로는 자신만의 보편적이고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하기 위해 작업 방식을 끊임없이 창조해 나간다. 그래서 그는 어느 화파에도 속하지 않는, 자연과 꿈을 그린 화가가 되었던 것이다.

밤새 매일 그림을 그리는 미로에게 그의 손자가 묻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복서가 매일 그런 연습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 안의 에너지를 방출한다. 내 손을 자유롭게 하기 위해."

미로는 1950년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 선생과 마요르카에서 이웃으로 만난다. 미로의 손자 주안 푼옛 미로는 "안익태 선생은 당시 스페인에 머문 유일한 한국인이다. 음악회와 미술전시회를 오가며 두 분이 교분을 쌓았다. 예술은 서로를 잇는 매개채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마지막 창조적 시기인 마요르카 시절(1956-1981)의 가장 뛰어난 것을 볼 수 있다. 회화의 혁신과 진정한 창조를 이룬 시기이다. 250여 점의 유화, 조각, 드로잉, 삽화, 작업실, 수집품,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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