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ater 서포터즈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원자들 항의글. (사진=해당 홈페이지 캡처)
고스펙 경쟁 시대에 이제 '기업 서포터즈' 등 대학생들의 대외활동은 취업을 위해 한 번 쯤은 거쳐야 할 필수코스가 되고 있지만, 대외활동을 주관하는 기업들의 갑질로 인한 피해 역시 늘고 있다.
불분명한 공지, 단순 노동, 열정페이 등 각종 불합리함이 넘치지만 스펙을 조금이라도 더 쌓으려는 학생들은 대외활동 앞에서 늘 을(乙)일수 밖에 없다.
◇ 불분명한 대외활동 공고 올려놓고 모르쇠로 일관한 한국수자원공사 지난달 13일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모집하는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 공식홈페이지에는 합격자 선발과정을 공개하라는 지원자들의 항의글이 쏟아졌다.
합격자 발표직후 공식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원자들의 항의관련 글만 100여건에 이른다.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 운영사무국은 지난 4월부터 5월까지 지원서를 받은 뒤 2주간의 과제수행 평가 후 최종합격자를 선발했다.
지원자들은 약 2주 동안 블로그에 한국수자원공사 홍보 콘텐츠를 올리며 과제를 수행했다.
그러던 지난 13일 최종합격자가 발표되자 지원자들은 선발과정에 의혹을 제기했다. 블로그가 휴면상태이거나 콘텐츠가 아예 없는 몇몇 팀이 최종합격으로 선발됐다는 것.
실제로 CBS노컷뉴스 취재진 확인결과 합격명단 중 한 팀은 콘텐츠가 한 건도 없었고 블로그 이웃 수도 2명에 불과했다. 아예 블로그 검색이 안 되는 팀도 여럿 있었다.
익명의 한 지원자는 "과제평가 기간 동안 여러 팀과 서로 교류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분위기였다"며 "그러나 막상 합격자 명단을 보니 한 번도 교류한적 없고 페이스북이나 블로그를 본적도 없는 팀들이 대거 합격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항의가 쏟아지자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블로그는 SNS가 아니고 평가대상도 아니었다"며 "공고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SNS 평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만 한정했다는 것이다.
지원자들은 「블로그 디자인 및 메뉴 10점, 콘텐츠 및 SNS활동 40점」이라는 평가배점공고 어디에서도 콘텐츠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한정한다는 말은 없었다며 항의했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항의에도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심사는 공정했다"며 "용어선택을 잘못한 부분은 안타깝게 생각하며 이후엔 지원자들의 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정보공개청구 결과. ('K-water 대학생 서포터즈' 지원자 제공)
지원자들이 선발평가에 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수자원공사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공개불가' 방침과 '다음에는 더 잘하겠다'는 무책임한 말뿐이었다.
◇ "힘들게 합격해도 대학생은 언제나 을(乙)"... 대학생들 울리는 대외활동불분명한 공고 등 쉽지 않은 선발과정을 통과한다 해도 문제다. 막상 선발되어 활동을 하다보면 공고와는 달리 단순 노동을 한다거나 저임금, 근로시간 미준수 등 피해를 보는 경우가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의 '2015년 대외활동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간 실시되는 대외활동 수는 1000여개로 대학생의 39.5%가 1번 이상의 대외활동을 경험했다고 대답했다.
문제는 늘어나는 대외활동 수만큼 피해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는 점. 대외활동을 하며 피해를 봤다고 응답한 학생이 60.5%에 이르렀고 단순근로, 열정페이, 불분명한 공고 등 피해유형 또한 다양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대외활동을 하며 피해를 입더라도 참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청년위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외활동 피해대처방법에 대한 물음에 42.9%의 대학생들이 '그저 참았다'고 답변을 했다.
이유로는 '개선될 것 같지 않아서'가 52.9%로 가장 많았고 '취업에 불이익이 올까봐'라는 답변도 13.5%에 달했다.
◇ "대외활동도 엄연한 노동, 기업들 인식개선 필요"현재 마케팅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최모(26) 씨는 얼마 전 한 기업의 인턴 모집에도 서류를 제출했다.
최 씨는 "대부분의 학생이 하는데 나는 하지 않으면 스스로 뒤처지는 것 같다"며 "힘들어도 취업스펙을 위해서 대외활동 경험을 쌓아야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대외활동 처우에도 학생들이 대외활동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다.
청년참여연대 김주호 간사는 "최근엔 서포터즈라는 이름으로 기업들이 대학생을 모집해 홍보나 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며 "엄연한 노동임에도 대부분이 무급이거나 유급이어도 열악한 조건"이라 말했다.
이어 "불합리한 처우에도 학생들은 취업이나 활동기간동안 불이익이 있을까봐 문제제기를 못 한다"며 "기업들은 이것을 엄연한 노동으로 보고 인식개선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