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충남 들판으로 밀려오는 오염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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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6-2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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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보도-환경화약고 충남서북부]

충남의 전력 자급률은 300%가 넘는다. 논란 속에서도 화력발전소와 송전탑들이 추가 설립되는 이유는 수도권에 '더 많은 전기를 더 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반면 산업폐기물은 충남으로 내려온다. 내쳐지는 수도권의 오염산업들은 충남의 값싼 들판을 찾아냈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졌지만 정부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해당 지역 주민 건강이나 마을공동체 붕괴 등 부작용에 대한 외면도 여전하다.

충남 서북부의 팽창은 지역의 화두다. 이른바 환황해권의 중심. 기존 산업기반 위에 교통망이 확충되고 각종 시설들이 들어선다. 하지만 도시 규모만큼 환경 정책은 따라오지 못한다. 미세먼지와 오존에 노출된 채 화학단지와 동거하는 주민들의 모습이 아슬아슬하다. 그런가하면 배로 불과 한 시간 남짓한 바다 건너편 중국 동해에서는 원자력발전소들이 무더기로 건설 중이다. 해수 흐름도 또 바람 방향도 중국 본토보다 한국이 훨씬 위험하지만, 이를 눈여겨보는 이들은 많지 않다.

국가와 도시의 '발전'을 위한 기회비용으로 치부하기엔 미래가 너무 어둡다. 충남 서북부 지역의 환경 문제는 이미 오래된 문제다. 하지만, 그 동안 개선된 게 별로 없다. 개선되지 않는다면 문제 제기도 계속돼야 하지 않겠는가. 지역 환경 문제를 폭넓게 짚어봤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부-수도권 에너지 전초기지…'강요된 희생'

1) 연간 1600명 조기사망에도 화력발전 더 짓겠다는 정부
① 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값싼' 전기…'거꾸로' 정부
② 국가산업은 절대선(善)인가…귀 닫은 정부

2) 지역 이기주의라고요?…우리 말도 좀 들어봐 주세요
① '차별과 외면' 북당진 변환소…바뀌는 프레임 '왜'
② '고통의 대가' 발전세는 어디로 갔나

3) 오염산업들의 진출…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① 밀려오는 폐기물 그리고 오염산업들
②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이장님들은 왜 자살했나

2부-변하지 않는 성장의 그늘

4) 석유화학단지와 화력발전소, 철강단지가 한 곳에
5) 팽창하는 충남 서북부…환경 로드맵이 필요하다
6) 뱃길로 1시간…'눈 앞의' 중국 원자력발전소들

3부-근본 대책? 중요한 건 정부 '의지'

7) 오염물질 배출 총량제 확대 해프닝…정부, 대책 알고도 모른 척(?)

충남 예산 고덕면 일원 48만여㎡ 부지에 조성되고 있는 신소재 산업단지는 주민들에게는 이미 해묵은 골칫덩이다. 환경오염을 우려해 조성을 반대, 법정 소송까지 벌였지만 돌아온 건 패소와 소송비용 부담 뿐이었다.

▲ 주물 공장이 신소재? = 산단이 조성되기도 전부터 걱정과 경제적 부담을 떠안긴 신소재 산단을 두고 인근 주민들은 환경오염을 걱정하는가 하면, 이미 농축산업을 폐업하고 고향을 등진 주민들도 상당수다.

주민 등에 따르면 신소재 산단은 인천 서부산단의 주물공장 22개 업체가 이전할 계획으로 알려져있다. 예산군의회는 지난 2014년 탄원서에서 해당 업종을 "도금과 염색업체 등과 더불어 대표적인 공해 업종"으로 규정한 바 있다. '신소재 산단'이라는 이름 자체가 아이러니라는 것.

충남 예산 고덕면의 신소재 산단 조성 부지 모습. 이름은 신소재이지만, 입주업체들은 주물공장들이 대부분이다. 주민들이 법적 소송을 벌이며 반대했지만, 패소 후 소송부담까지 떠안게 됐다. (사진=신석우 기자)

 

지역 환경단체는 이 같은 신소재 산단 조성을 수도권의 오염산업을 충남이 떠안는 꼴이라고 지적한다.

충남 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처장은 "주물은 환경오염 산업으로 수도권 대기오염 총량제 강화 등에 따라 인천시에 의해 타 지역으로 밀려나는 것을 충남도가 받아준 것"이라며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들로 토양과 분진 등 환경오염은 물론 외국인 이주노동자 산재 및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도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 처장은 이어 "도움이 되는 업종이라면 인천시에서 나가라고 했겠느냐"며 "자치단체들도 기업을 유치할 때 선별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몰려드는 폐기물 매립…사후 관리도 미흡 = 폐기물 매립지는 매립 완료 이후 사후 관리 기간이 30년에 이른다. 침출수 누출과 가스 발생 등으로 인한 지역 주민들의 건강 또는 재산, 주변 환경에 중대한 피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후 관리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2001년부터 2008년까지 126만 톤에 이르는 일반 및 지정 폐기물을 매립한 충남 당진의 매립업체의 사후 관리는 자치단체인 당진시가 맡고 있다. 업체 부도와 소유주 유고 등의 사태가 겹치면서 관리를 당진시가 떠안았는데, 침출수 등 사후 관리를 위해 당진시는 시민 혈세를 쏟아부어야 했다.

폐기물 매립지의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토양과 지하수 오염 등이 우려된다. 사진은 업체 사정으로 사후 관리가 불가능해지면서 당진시가 이를 기부채납받아 관리하고 있는 매립지 모습. (사진=신석우 기자)

 

당진시 관계자는 "골머리를 앓았던 게 사실이지만, 방치에 따른 환경오염 등을 막는 한편 장기적인 활용 가치 등을 감안해 시에서 사후 관리를 맡고 있다"고 밝혔다.

소각이나 재활용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고 산단을 벗어나 전국에서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도록 폐기물 처리 촉진에 관한 법이 개정되면서 수도권과 가까운 충남의 매립지 조성이 증가하면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매립지도 늘고 있다.

부도를 비롯해 고의적으로 사용 종료 신고를 미루거나 신고를 하지 않아 사후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 것인데, 또 다른 환경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어 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충남대 환경공학과 장용철 교수는 지난 4월 '충남 사업장 폐기물 발생 현황과 매립지 갈등 대응 방향'이라는 충남연구원 리포트에서 "수도권의 경우 토지 가격이 비싸 매립지 조성 비용이 많이 들고, 입지 허가 절차가 어렵기 때문에 충청지역으로 매립지 허가 신청이 많아질 것"이라며 "이는 지역주민과의 많은 갈등과 문제점을 야기할 뿐 아니라 특히 공공재인 수자원과 토양, 지하수 등의 환경자원 훼손과 매립 종료 후 30년 사후 관리 부실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장 교수는 또 "충남은 매립지 수요 기반에 근거한 매립 최소화 정책을 적극 추진해 매립지 조성에 따른 갈등을 사전 예방하고 민간 사업자의 매립지 허가 신청을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수도권 전기 공급을 위해 각종 피해를 감내하는 충남 도민 입장에서 밀려오는 오염산업과 폐기물들이 달가울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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