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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신간] '결정의 기술' 등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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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전문가는 필요없다'

 

일에서도 삶에서도 결정을 힘들어하는 결정장애자들의 시름을 덜어줄 '질질 끌던 문제가 술술 풀리는 결정의 기술'이 출간되었다. 저자는 사람들이 결정을 어려워하는 이유를 분석하고 독자들에게 빠르고 정확하게 결정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한다.

저자 데구치 하루아키 라이프넷생명 회장은 자신이 내린 결정과 그 결과들을 소개하면서 좋은 결정을 내리는 노하우와 실행법을 독자들에게 풀어놓는다. 일은 결정의 연속이며, 결정 후 번복을 막기 위해 결정하기 전 암반까지 파내려 갈 것(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볼 것), 전 세계 공통으로 통하는 방식인 숫자·팩트·로직 기반으로 결정할 것, 결정과 설득·실행 단계를 면밀히 구분하여 문제를 단순화할 것, 이 모든 과정을 다 거쳤음에도 결정이 어려울 때는 직감을 믿을 것, 또한 평소 직감을 단련하기 위해 해야 할 일 등 결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려할 사항을 조목조목 짚어가며 제시해준다.

결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은 일을 실행할 때 모든 과정들을 ‘결정’으로 뭉뚱그려 생각하거나 확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상사의 반응을 미리 걱정한다든가 과거의 성공·실패 경험을 떠올린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지금 당장 내려야 하는 결정과 상관없는 요소이다. 상사의 반응은 결정하고 나서 보고· 설득 단계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다. 또한 과거의 상황은 현재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과거의 성공·실패 경험을 떠올려보는 것은 지금 시점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경우는 일을 인생의 전부라 여기며 그에 압도된 나머지 행여나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봐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일은 인생의 30퍼센트에 불과하므로 좀더 과감하게 결정해도 좋다고 충고한다.

저자는 전 세계 공통의 룰 ‘숫자·팩트·로직’을 활용하라고 말한다. 결정해야 하는 문제를 ‘숫자·팩트·로직’이라는 틀로 한 번 걸러내고 나면 정답이 저절로 도출된다는 뜻이다.
저자가 말하는 숫자는 ‘원자료(raw data)’를 뜻한다. 누구나 결정하기 전 여러 자료들을 모으는데, 저자는 기사나 칼럼 등에 나오는 다른 사람의 시각으로 ‘가공된’ 데이터보다 국가나 기관 등이 발표한 수치를 직접 찾아보기를 권한다. 팩트는 데이터와 관련된 사항이나 과거의 사실 등을 뜻한다. 추측한 것은 팩트가 아니다. 예를 들자면 고객 한 명의 목소리는 팩트라고 하기 어렵지만, 고객 센터에 어떤 문제에 대해 들어온 클레임 1백 건이 있다면 이는 팩트이다. 현상을 분석해야 팩트가 나온다. 로직은 위에서 확인한 숫자와 팩트를 바탕으로 논리를 세우는 일이다. 논리를 세울 때는 최대한 많은 변수가 고려되어야 제대로 된 결정에 한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

결정을 잘하려면 첫째로 짊어져도 되는 리스크와 그렇지 않은 리스크를 구분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만 원의 투자 기회가 있는데 가진 돈의 합계가 100만 원이라면 투자하지 않아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가진 것을 모두 잃기 때문에 이러한 결정은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이 감내할 수 있는 리스크의 총량을 똑똑히 아는 것이 좋은 결정을 위한 첫걸음이다.

둘째로 버리는 총량을 정해야 한다. 버리지 못해서 결정이 어려운 것이다. 이것도 하겠다 저것도 하겠다고 욕심내면 모든 것이 어영부영 끝나버린다. 어떤 목표를 향해 무엇까지 버릴 수 있는지를 미리 인지해야 결정이 쉬워진다.

셋째로 결정의 데드라인을 정해야 한다. 시간은 유한한 자원이다. 한없이 생각만 한다고 좋은 수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데드라인을 정해서 그때까지는 반드시 결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결정을 못 내린 채 질질 끄는 것이 가장 최악의 결정임을 명심하자.

넷째, 직감을 믿어야 할 때가 있다. 숫자·팩트·로직을 바탕으로 데드라인까지 생각해봐도 A와 B 중 선택할 수 없다면 그것은 어느 쪽을 택하든 비슷한 결과라는 뜻이다. 그러니 그때는 동전을 던져도 되고 직감으로 결정해도 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이러이러한 자료를 바탕으로 충분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아 직감에 따라서 결정했다고 솔직히 얘기하면 된다. 저자는 직감은 ‘억측’이 아니고 무의식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뇌 내 검색의 결과이니 믿어도 좋다고 설명하고 있다.

결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실행도 중요하다. 결국 실행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이끌어내기 위해 결정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자는 실행에 대해서도 자세히 논한다. 현실에 100퍼센트의 옳은 결정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트라이 & 에러’, 즉 시도해보고 단점이 보이면 보완하는 것도 훌륭한 결정이며 실행이라 설명한다.

작게 낳아 크게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처음부터 크게 일을 벌일 수 없다면 작은 규모로 일단 실행해보고 나중에 크게 키우면 된다. 작게 시작했으니 과감한 시도도 해볼 수 있고 실패해도 부담이 적다.

책 속으로
직감이란 결코 ‘억측’ 같은 게 아닙니다. 무의식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뇌 내 검색의 결과입니다. ‘이것이 중요하다.’라고 판단하면 뇌가 1백 퍼센트 회전하며 안에 있는 정보를 순식간에찾아내 가장 적합한 해답을 내놓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인생에서 얻은 정보를 모두 사용해 가장 좋은 답을 내놓기 때문에 그 답은 거의 옳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험이나 지식이 적으면 고만고만한 직감이 나오겠지만 그시점에서는 그보다 더 좋은 답이 나올 수 없기 때문에 역시 직감은 ‘옳은’ 것입니다. 그러므로 위급한 순간에는 직감을 믿고 행동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_p.158

다만 행동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99퍼센트는 실패한다는 현실을 알면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들이 하는 1퍼센트의 도전이 세상을 실제로 바꿉니다. 실패하는 것이 두려워 결정할 수 없는 사람은 역사를 공부하십시오. 전기를 읽어보십시오. 역사 속 선배들이 모두 형편없는 실패를 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_p.163-164

데구치 하루아키 지음/민경욱 옮김/모멘텀/192쪽/ 12,800원

 

마음의 전문가는 누구인가? 주로 임상심리사를 뜻한다. 학교에 카운슬러를 널리 도입하려고 한 심리학자 가와이 하야오가 1985년에 신문에서 이 말을 사용했다. 이후 ‘마음의 전문가’라는 말은 일본 사회에 유행처럼 퍼졌다. 일반적으로는 카운슬러나 상담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을 가리키는데, 정신과 전문의를 포함하는 경우도 있다.

마음의 전문가가 하는 일은 일반적으로 ‘카운슬링’이라고 불리는 면접을 중심으로 한다. 이 카운슬링 기법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의 ‘마음의 관리’를 담당한다. 공동체보다는 개인을 우선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져 고립된 것 같은 위기감을 느끼고, 어린아이 때부터 모든 일에 ‘자기 책임’을 묻는 세상에서 각 개인은 중압감을 느낀다. 치열한 경쟁사회를 사는 현대인은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고, 의존하고 싶은 심정을 마음의 전문가에게 기댄다. 마음의 전문가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슬쩍 다가가 그들의 고통을 위로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

강남역 살인사건, 부산 동래구 묻지마 폭행 등 비극적이고 잔인한 사건이 우리 사회에 줄을 잇고 있다. 이 사건들이 일어난 공통적인 원인을 들어보면 가해자는 조현병(정신분열증)을 앓고 있거나 정신장애 3급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러한 사람들은 반드시 전문가에게 치료를 받거나 제도적인 대안이 시급하다.

하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관리하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등장을 우리는 당연하게, 의심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 물건을 만들어 쓰기보다는 쉽게 사고, 편하게 쓰고 버리는 소비사회에서 인간의 내면이 상품화의 대상이 되고 있지는 않은지, '마음의 전문가는 필요없다'의 저자 오자와 마키코는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반문도 할 수 있다. 보통 개인의 문제는 일상의 다양한 사건, 주변의 인간관계를 포함하는데, 마음의 전문가는 그러한 일상의 문제를 마음의 문제, 즉 ‘개인의 내면 문제’로 바꿔치기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치료기법 역시 당연히 마음의 전문가가 준비한 규준에 따라 만들어졌기 때문에 내담자가 처한 현실에 입각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결국 이 책은 마음의 전문가에게 내 마음을 맡겨도 좋은지를 차분히 묻고 있다. 또한 상담 관련 분야에서 평생을 가르치고, 일한 저자의 풍부한 경험이 녹아들어 있다. 어느 순간 너무나 당연해져서 의심조차 해본 적 없는 상황을 찬찬히 의심해볼 것, 그리고 반성해볼 것, 그리하여 결국엔 좀 더 나은 길로 나아가자고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다부지게 말한다.

책 속으로

상담은 ‘문제’를 개인의 내면에 가둔다. 문제를 개인에게 되돌려 보내고 가둬버리면 주위는 평안하고 현상은 유지된다. 개인이 전체 상황에서 분리되며 개인이 변화된다. 이 경우에‘치료되었다’라는 말이 사용되는 것이다. (p.90)

예를 들면 한 여성이 “남편을 용서할 수 없어요!”라고 주장한다고 하자. 일상적인 상황이라면 “어떻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나요?”라고 되묻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상담사는 “남편에게 화가 났군요”하며 감정에 초점을 맞추고 되묻는다.
이 두 가지 물음법은 전혀 다르다. 전자는 아내와 남편의 관계와 사태를 참작하고 있는 데 반해 후자는 주로 아내 본인의 내면으로 눈을 돌린다. 따라서 전자의 경우에는 ‘이러저러해서 용서할 수 없다’라고 사건과 남편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그래요 화가 나요. 남편 목소리만 들어도 저는 항상 짜증이 나요”와 같이 자신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될 것이다. ‘왜 화가 나는지’에 대한 이유가 아닌 ‘짜증나는 자신’으로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pp.8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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