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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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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이 영화'아가씨'를 연출하는 동안 직접 찍은 사진들을 모은 '아가씨 가까이'가 출간되었다. 았다. 사진에는 감독의 해설을 더해, 그의 시선이 가 닿는 시공간을 꼼꼼하게 기록했다. 3박찬욱이 3년간 직접 찍고 엄선한 110여 컷의 사진이 담겼다. 파주와 고흥, 평창, 일본 쿠와나와 아오모리, 독일 베를린 등지를 오가는 그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여정은 흥미롭다.

책 속으로

존 업다이크의 소설 속 주인공인 토끼의 말마따나 ‘모든 것 뒤의 어딘가에, 내가 찾아내주기를 바라는 뭔가가 있다’고 나는 믿어왔다. 그가 그 말을 했을 때처럼 신학적인 느낌까지는 아니지만 내 믿음에도 약간은 엄숙한 무언가가 들어 있다고 자부한다.
〈아가씨〉를 만들면서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다녔고 가는 데마다 대개 찍었다. (…) 그러니까 여기 실린 사진들은, 아무리 상관없어 보이는 장면이라도 철저하게 〈아가씨〉 작업을 하면서 현장 내지는 그 가까이서 찍힌 것들이다. 각본을 쓰거나 촬영을 하는 틈틈이 찍은 이미지에 〈아가씨〉가 안 들었을 리가 있나, 머릿속에 온통 그 생각뿐이었는데. 사진 속 바위에서도 풀에서도 강아지에서도, 내 눈에는 〈아가씨〉가 보인다. _ 서문 중에서

본인은 덩치에 비해 손이 작아 창피하다고 한다. 그래도 손바닥에 비해 손가락이 기이하게 길어, 나는 이 사진을 찍고 싶었다. 나중에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에일리언〉에 나오는 페이스허거가 떠올랐다. 〈아가씨〉에서, 이모와 어린 히데코의 얼굴을 손으로 덮고 마구 흔들어대는 잔인한 장면은 바로 이 사진에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포스터에서의 손 모양도. _ 16쪽 사진에 부쳐

테스트 촬영이란, 카메라와 렌즈, 필터와 조명, 메이크업과 의상을 비롯한 영화의 시각 요소 전반을 종합적으로 시험해보는 행위다. 작품의 룩은 이때 정해진다. 감독은 테스트 촬영 때 배우들의 외모를 점검한다. 이때 나는 태리의 옆얼굴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_ 24쪽 사진에 부쳐

각본을 쓰다가 동네를 산책한다. 집 가까운 공터에 세상에서 제일 우아한 길고양이가 살았다. 나의 히데코는 저랬으면, 싶었다. 이듬해엔 피부병을 얻어 그 윤기 나는 흰 털이 다 빠져 있었다. 지금은 어디 갔는지조차 몰라 -아마 죽었겠지- 이렇게 사진만 들여다보며 추억한다. _ 90~91쪽 사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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