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카카오 제공)
출시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카카오드라이버'가 출시 보름 만에 또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의 대리시장 진출로 기사들의 처우가 좋아질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기존 업체와 카카오 싸움에 '등 터진 새우' 처지가 된 것이다.
"골목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기존 업체들이 "카카오드라이버를 동시 사용할 경우 퇴출할 것"이라고 대리기사에게 통보했고, 이에 서비스사인 카카오는 명백한 불공정행위인 만큼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다. 그러나 당장 생계가 걸린 대리기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불안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 "카카오 쓰면 퇴출" 대리업체 "이해관계 없는 카카오 때문에 '콜 지연' 피해"최근 카카오드라이버앱 호출을 받고 찾아간 6년차 대리기사 최모(가명, 47) 씨는 약속 장소에서 고객 대신 기존 대리업체 직원을 만났다.
고객으로 위장해 대리 호출을 부른 직원은 최 씨에게 "카카오대리를 이용했기 때문에 모든 연합콜 서비스에서 배제하겠다"고 통보한 뒤 자리를 떠났다.
최 씨는 "결국 우려했던 일들이 벌어졌다"면서 "콜(호출) 수로 먹고 사는 만큼 여러 업체에서 오는 연합콜을 받아야 그나마 생계가 유지되는데 연합콜에서 배제한다면 죽으라는 소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16일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에 따르면 기존 대리업체들이 연합 회의를 열고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기사들을 퇴출하겠다"고 문자를 보냈다.
카카오드라이버 출시 약 1년 전부터 "골목 상권 침해'라며 반발해온 기존 대리업체은 카카오 대리운전 출범 약 2주 만에, 소속 대리운전 기사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호출만 수행할 것을 강요하고 나선 것이다.
대리업체들은 '로지연합', '콜많아연합' 등으로 뭉쳐, 호출 프로그램을 공유, 고객을 연결한다. 이에 카카오의 진출이 껄끄럽기만 한 기존 업체들은 "본사와 전혀 이해 관계가 없는 업체(카카오)의 콜을 수행하기 위해 우리 콜이 지연된다면 명백한 피해를 주는 것"이라며 주장하고 있다. 결국 "15일부터 본사에서 사용하는 공유 프로그램 외에 다른 배차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기사들은 청약을 해지하겠다"며 엄포까지 놓았다.
협회 측은 "기존 업체들이 SNS망을 통해 소속 기사들이 카카오드라이버를 쓰는지 실시간 감시하고, 이에 적발되면 내쫓겠다고 경고한다"면서 "로지연합을 주축으로 하는 이들 연합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은 아예 대리업계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한다는 사형 선고와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협회는 또 "카카오앱을 쓰는 기사들은 기존 업체 셔틀버스도 이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리기사들은 시내에서 외곽으로 나갔을 때 기존 대리업체가 운영하는 승합차를 타고 돌아오는데, 카카오앱 등록 기사들에게는 자리를 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김종용 전국대리기사협회 회장은 "카카오의 진출로, 일정한 수입감소와 사업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식의 약자코스프레와 카카오 기사 솎아내는 새로운 갑질일 뿐"이라면서 "대리시장에 카카오를 불러들인 것도 기존 업자들의 책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카카오 "명백한 불공정행위, 법적대응 검토中"
기존 대리업체들이 소속 대리기사들에게 카카오드라이버를 이용하면 총약을 해지하겠다며 문자로 통보했다. 사진=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 제공
카카오는 이에 대해 '기존업체들의 불공정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셔틀지원 같은 당장 필요한 조치는 카카오도 어쩔 수 없다면서 안타까워하고 있다. "택시·버스가 아닌 차량으로 면허없이 요금을 받고 운영하는 순환차량은 불법이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적 테두리 안에서 대리기사들을 위해 할 수 있는 대책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카오는 대리기사들에게 기존 업체의 이같은 횡포시, 국토교통부 '대리운전 부조리센터'에 신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월 대리운전 경쟁사의 콜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 업체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원을 부과한 바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대리운전기사들은 기존에도 프로그램을 여러 개 사용해왔지만, 유독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할 수 없도록 지정하고 있다"면서 "이같은 불공정행위에 대해 공정위에 제소하는 등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 카대리 출시로 처우 좋아질 줄 알았는데…새로운 갑질에 대리기사 '전전긍긍'기존 업체가 사형선고와 맞먹는 카카오 사용중지 통보를 내린 15일이 지난 현재, 대리기사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협회 측은 "기사들 입장에서는 많은 대리업체 중에 카카오라는 업체가 늘었을 뿐이지, 카카오의 진출로 대리 호출수가 전적으로 늘어난 것도 아니다"라면서 "더구나 요금도 경쟁사에 비해 비싼 편이라, 예상과 달리, 수입이 증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대리기사협회 측은 카카오드라이버의 수수료 인하를 촉구하고 있다. 카카오는 기존 대리업계가 30~40%의 수수료에 기사 보험료를 별도로 받는 것에 비하면 20%의 수수료에 기사 보험료까지 부담해주는 카카오드라이버의 수수료가 훨씬 저렴하다는 입장이지만 협회 측은 카카오가 운영비 부담이 큰 콜센터 운영을 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수수료를 5%가량 더 인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 회장은 "일부 지방을 제외한 수도권지역 수수료는 대체로 25% 이하이고, 오히려 카카오에 내야 하는 수수료 외 3.3%의 소득세를 별도로 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업계와 카카오드라이버의 실제 수수료 부담격차가 크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어디까지나 아직은 신규업체인 카카오만 믿고 기존 업체에 등을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편리함과 투명한 거래 등을 내세운 카카오 드라이버의 확장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 이 가운데에 낀 기사들은 하루하루가 곤혹스럽기만 하다.
김 회장은 "카카오의 진출과 함께 기존 업체들이 좀더 반성하고 상생 노력을 통해 거듭 나길 바랬고 기사들로서는 카카오든 기존 업체든 가리지 않고 일을 하고 싶지만 이런 식으로 피해를 받으니 너무 힘들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기사의 마음을 얻고, 소통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