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국회 본회의 상임.상설특별원장 선거에서 기획재정위원장 당선된 새누리당 조경태 의원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국회 상임위원장 후보는 원 구성 협상에 따라 여야에 배분된 대로 각 당이 내부 조정이나 경선을 통해 1명을 선출해 본회의에 올린다.
이후 본회의는 표결을 통해 후보를 상임위원장에 확정하지만 요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13일 오후 20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선출을 위한 본회의 표결에서 여야 각당의 후보가 대부분 90% 이상의 득표율로 선출된 것이 이를 말해준다.
하지만 이 중에는 득표율이 70%대에 머문 상임위원장 당선자도 있었다. 기재위원장으로 확정된 새누리당 4선 조경태 의원으로, 전체 18명의 상임위원장과 상설특별위원장 가운데 꼴찌 득표율의 불명예를 안았다.
조경태 의원은 전체 285표 가운데 216표를 얻어 득표율이 75.79%에 그쳤다.
상임위원장 선출은 국회법에 따라 무기명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동료 의원들의 '표심'을 정확히 알 길은 없다.
다만 추정되는 이유가 없지는 않다. 국회 안팎에선 조 의원에 대한 야당, 특히 더불어민주당의 반감이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있다.
앞서 이날 오전 기재위원장 후보 선출을 위한 여당 경선에선 조 의원이 전체 114표 가운데 70표라는 압도적 지지로 강력한 경쟁자인 이혜훈, 이종구 의원을 제쳤다.
당내 경선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본회의 투표에서 나타난 것이다.
조 의원은 17대부터 19대 국회까지 더민주에게 불모지나 다름없던 부산에서 더민주 소속으로 내리 3선을 기록했다.
그러나 19대 국회 말인 지난 1월 더민주를 탈당해 새누리당에 전격 입당했고, 20대 총선에선 새누리당 소속으로 4선 고지에 올랐다.
조 의원의 더민주 탈당과 새누리당 입당은 '철새 정치인' 논란을 일으켰다. 이 과정에서 더민주 측에 쌓인 앙금이 13일 상임위원장 선출 표결에 반영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득표율 꼴찌라는 사실을 의식했는지 조 의원은 기재위원장 당선 인사에서 "저를 '많은' 표로 뽑아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역설적 표현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조 의원은 "'협치'는 협소한 정치가 아니라 '통 큰' 정치로 이야기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꼬집어 말하기도 했다.
13일 오후 국회 본회의 상임.상설특별원장 선거에서 정보위원장에 당선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창원기자
정보위원장에 당선된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83.51%로, 득표율이 조경태 의원 다음으로 낮았다.
역시 야당의 거부감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정보원 출신인 이 의원은 과거 댓글 사건 등과 관련해 지나치게 국정원을 두둔함으로써 국정원을 관장하는 정보위원장으로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 의원은 당선 인사에서 "일부에서 국정원 출신 정보위원장에 상당한 우려가 있는 줄 알고 있지만, 아는 사람이 제대로 감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더 이상 정치에 개입하지 않는 세계적 정보기관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잘 지켜봐 주시기 바란다.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이철우 위원장 잘 좀 해 주시기 바란다"며 격려인 듯, 당부인 듯 의미심장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