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강정호(사진 왼쪽)와 세인트루이스 오승환 (사진=노컷뉴스DB)
오승환(34)과 강정호(29)가 각각 마운드와 배터박스에 서서 서로를 마주봤다. 삼성 라이온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아니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메이저리그 경기에서 한국인 투타 맞대결이 펼쳐졌다.
예상 밖의 맞대결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이틀 연속 공을 던졌다. 경기 막판까지 세인트루이스가 피츠버그에 밀리고 있었기 때문에 셋업맨 오승환의 등판 가능성은 더욱 낮아보였다.
세인트루이스는 11일(한국시간) 미국 피츠버그 PNC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와의 원정경기에서 7회말까지 0-2로 뒤져있었다.
그런데 8회초 공격에서 맷 카펜터의 역전 3점홈런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그러자 세인트루이스는 8회말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첫 타자 션 로드리게스를 유격수 땅볼로 처리했다. 앤드류 매커친에게는 2루타를 얻어맞았다. 그레고리 폴랑코가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난 뒤 강정호가 타석에 섰다.
둘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첫 맞대결을 펼쳤다. KBO리그 무대를 거친 투수와 타자가 메이저리그에서 맞대결을 벌인 것은 처음이다.
오승환은 초구 슬라이더로 강정호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윙당 헛스윙률이 50%가 넘는 오승환의 주무기다. 이어 오승환은 시속 151km의 강속구를 연거푸 뿌렸다. 강정호는 공을 커트해 파울을 만들어내며 버텼다. 볼카운트 0-2, 오승환이 유리했다.
오승환은 결정구로 슬라이더를 선택했다. 아마도 강정호는 슬라이더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 같았다. 몸이 빠르게 반응해 슬라이더의 꺾이는 궤적을 따라가며 가볍게 방망이를 휘둘렀다. 정상적인 자세에서 타격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방망이에 공을 잘 맞혔다.
타구는 중견수 정면을 향했다.
이로써 오승환은 1점차 리드를 지켜 시즌 11번째 홀드를 챙겼다. 9경기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평균자책점을 1.60으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