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금은 싫어요' 10일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경기에서 박빙의 순간 마운드에 올라 희비가 교차한 SK 박희수(왼쪽부터), 넥센 김세현, 한화 정우람, LG 임정우 등 마무리 투수들.(자료사진=각 구단)
올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마무리들에게 6월 11일은 잊지 못할 '불금'(불타는 금요일)으로 기억될 듯하다. 3명의 마무리가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2명은 패전의 멍에까지 썼다.
11일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에서는 5경기 중 3경기에서 홈팀이 9회초 1점 차 리드를 안고 수비에 들어갔다. 당연히 각 팀 마무리가 승리를 지키기 위해 출격했다.
아웃 카운트 3개면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아웃 3개가 그렇게 힘들었다.
▲SK 박희수-넥센 김세현, BS에 팀 패배까지
SK 마무리 박희수의 결과가 가장 좋지 않았다. 박희수는 NC와 인천 홈 경기에서 2-1로 앞선 9회초 등판했다. 전날까지 2승1패 13세이브 평균자책점(ERA) 0.38(24이닝 1자책)의 언터처블 박희수였기에 SK의 승리가 당연해보였다.
하지만 박희수는 첫 타자 이종욱에게 안타를 맞더니 후속 지석훈을 맞혀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후 나성범에게 동점 적시타를 내주며 올 시즌 2번째 블론세이브를 기록했고, 에릭 테임즈를 또 다시 맞혀 만루에 몰린 뒤 강판했다.
후속 투수 김승회는 이호준을 직선타로 잡아냈으나 박석민을 넘지 못했다. 커브가 몰리면서 좌월 역전 만루홈런을 맞았다. 박희수가 남긴 3명의 주자가 모두 홈으로 와 0점대던 ERA는 1.88까지 치솟았다. 2-6으로 순식간에 벌어진 점수가 그대로 이어져 박희수는 패전 투수가 됐다.
넥센 마무리 김세현은 그나마 나았다. 김세현 역시 케이티와 고척돔 홈 경기에 4-3으로 앞선 9회 등판했다. 첫 두 타자를 잡을 때만 해도 김세현은 구원 선두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사에서 발빠른 이대형을 안타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대형은 득달같이 2루를 훔쳤고, 오정복의 우전 안타 때 홈까지 파고들어 4-4 동점을 만들었다. 김세현은 16호 세이브 대신 4번째 블론세이브를 안았다.
결국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고, 넥센은 12회 2점을 허용하며 4-6으로 졌다. 김세현은 비록 패전은 면했지만 팀 마무리로서 승리를 지키지 못한 책임을 통감해야 했다. 케이티 조범현 감독은 통산 9번째 600승을 달성하며 기쁨이 더했다.
▲한화 정우람, BS에도 승리…두산 이현승, 승승장구한화 마무리 정우람은 불을 지르긴 했으나 앞선 2명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래도 웃을 수 있었다.
정우람은 LG와 대전 홈 경기에 1-0으로 앞선 9회 등판했다. 채은성에게 던진 직구가 높아 안타를 맞은 뒤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1사 1, 2루에 몰렸다. 결국 유강남에게 적시타를 맞고 1-1 동점을 허용했다. 김세현과 함께 시즌 최다인 4번째 블론세이브.
하지만 정우람은 추가 실점 없이 9회를 막아냈고, 연장 10회도 마운드에 올라 상대 중심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처리했다. 정우람이 보인 속죄의 10회 호투는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 한화는 10회말 주장 정근우의 끝내기 안타로 2-1 승리를 거뒀다. 정우람은 시즌 8번째 세이브 대신 3승째를 수확했다.
'고마워요, 근우 형' 한화 정근우가 10일 LG와 홈 경기에서 연장 10회말 끝내기 안타를 때려낸 뒤 마무리 정우람의 격한 축하를 받는 모습.(대전=한화)
반면 LG 마무리 임정우는 패전의 멍에를 썼다. 이날 임정우는 1-1 동점을 이룬 9회말 등판해 김태균 등 한화 중심 타자들을 상대로 1이닝을 간단하게 막아냈다. 그러나 10회말 하위 타선에 안타 2개를 내준 게 화근이 돼 끝내기 패배의 희생양이 됐다. 시즌 3패째(2승9세이브)다.
마무리 수난의 불금에서 당당했던 클로저도 있었다. 올해 구원 1위를 달리는 두산 이현승이다. 이현승은 롯데와 잠실 홈 경기에 5-3으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 1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투로 세이브를 추가했다. 17개째로 2위 김세현과 격차를 2개로 벌렸다.
마무리는 가장 큰 중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자리다. 박빙의 승부에 등판해 승리를 지켜야 하는 부담감이 엄청나다. 지난해 최다 블론세이브는 윤석민(KIA)과 권혁(한화)의 8개였다.
그러나 올해는 시즌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도 벌써 지난해 블론세이브 1위의 절반에 이르는 투수들이 나왔다. 이대로면 역대 최다 기록인 2007년 우규민(LG)의 13개 경신도 이뤄질 수 있다. 그라운드의 극한직업 마무리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