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구간 내 설악산국립공원의 탐방로 현황
요즘 등산 동호인 사이트에 접속하면 백두대간 종주를 기념해 찍은 인증 샷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년에 걸쳐 설악산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마루금(능선)을 따라 장장 701km를 걸어서 종주했으니 뿌듯하고 자랑도 할 만하다.
그런데, 온전히 마루금 등산로를 따라 백두대간을 종주했다면 한번쯤 의심해 봐야 한다. 국립공원 구간에 출입제한구역이 많아, 법을 위반하지 않고서는 종주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정부에 대한 등산 동호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범법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수많은 등산객들이 평생의 꿈인 백두대간 종주를 위해 산행을 준비할 시기다.
하지만, 정부가 생태계 보전을 이유로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의 출입을 엄격하게 통제할 계획이어서, 올해도 백두대간을 둘러싼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 민족의 정기 백두대간…종주 '평생의 꿈'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과 소백산, 월악산, 속리산, 덕유산, 지리산까지 이어진 산줄기를 말한다. 한반도의 척추라 할 수 있다. 남한지역만 7개 국립공원이 걸쳐 있고, 장장 701km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국립공원 구간은 251㎞이고, 나머지 450km 구간은 일반 국유림과 사유림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처럼 쭉 연결된 산줄기 가운데 국립공원 구간 76.8㎞가 비법정 탐방로, 다시 말해 등산객 출입금지구간으로 설정돼 있다는 사실이다.
설악산 황철봉~미시령~신선봉 구간 13km와 속리산 악휘봉~장성봉~대야산 구간 13.9km 등 모두 4개 국립공원 11개 구간이다. 나머지 소백산과 덕유산, 지리산은 금지구간이 없다.
이렇다 보니, 백두대간 종주에 나선 등산객들은 출입금지 구역을 지나야 할지, 우회 등산로를 이용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대부분의 등산객들은 불법인줄 알면서도 종주의 의미와 기록을 세우겠다며 출입금지 구역을 정면 돌파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 심지어 펜스를 넘어 들어가거나 한밤중에 출입금지 구간을 통과하고, 마루금 샛길을 이용하기도 한다.
등산 동호인 한정석(45세)씨는 "작년 6월부터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 지금까지 70% 정도를 걸었다"며 "올해 9월까지 나머지 구간을 모두 종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씨는 "문제는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종주해야 의미가 있는데 통제구간이 워낙 많다 보니, 맥이 끊이는 경우가 많아 통제구간은 새벽 일찍 몰래 통과하거나 동료들과 한두 번 야간 산행도 했다"고 말했다.
범법행위인 줄 알면서도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 백두대간 마루금 등산로 전면 개방…찬반 논란국립공원관리공단에 따르면, 백두대간 종주에 나서는 등산객들이 연간 1만 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당연히 국립공원 출입금지 구역을 해제해 줄 것을 원하고 있다.
김철희(42세, 등산 전문사이트 운영자)는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지난 2005년부터 시행됐는데 정부가 무조건 통제만하지 개선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씨는 "필요하다면 정부가 백두대간 종주 신청을 받아 연간 인원을 정해서 출입을 허용할 경우 환경훼손 걱정도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등산객들의 꿈인 백두대간 종주를 정부가 막아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다른 생각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비개방 구간은 원시 생태계 보호와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통제가 꼭 필요한 곳"이라며 "인원을 한정해도 안전사고 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백두대간 종주가 의미가 있다는 것은 정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작년에 월악산 작은차갓재~황장산 구간 2km와 속리산 밀치~대야산 구간 1km를 공원계획에 반영시켜 탐방로를 개방했다"며 "백두대간 기본계획 등을 계속해서 손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정부, 통합관리 미흡…백두대간 멍든다국립공원 구간은 환경부 산하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할하고, 나머지 구간은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3원 관리 체계로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다.
백두대간 관리 체계도 복잡하다. 환경부는 정책적인 부분을 맡고 산림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입산통제, 등산로 보수 등 관리 역할을 맡고 있다.
이렇다 보니, 백두대간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백두대간에 택지와 골프장, 스키장 등 개발행위가 무분별하게 허용돼 환경파괴 논란을 자초하고 있다.
등산 동호인들이 마루금 탐방로 통제와 관련해 정부의 생태계 보호 주장을 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철희 씨는 "등산로를 개방한다고 해서 우려할 만큼 환경파괴가 이뤄지지 않는다"면서 "백두대간의 환경파괴는 정부가 스스로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