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컷 젖소 육우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6월 9일은 '육우데이'이다. 육우는 국내에서 태어나 한우와 똑같은 환경과 사육방식으로 키우는 소다.
하지만, 소고기 시장에서 받는 대접은 한우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도매가격도 절반에 불과하다. 최근 한우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해 오르고 있지만 육우가격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국내산 소고기 가운데 7% 정도가 육우인데도 이처럼 홀대받는 이유는 마블링을 선호하는 소비문화가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육우에 대한 별도의 평가 기준이 없고 유통 구조도 취약하기 때문이다.
◇ 육우: 한우 사육 프로그램에 따라 사육된 젖소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국내산 소고기는 한우와 육우, 젖소 등 3종으로 분류된다. 이 가운데 육우와 젖소는 품종이 사실상 동일하지만 사육 목적과 방식이 다르다.
육우는 순수 고기생산을 목적으로 한우와 똑같은 환경에서 똑같은 사료를 먹여 키우는 젖소를 말한다. 우리가 통상 육우는 수컷 젖소로 알고 있지만 암컷 젖소도 송아지때부터 한우 사육 프로그램에 따라 키웠다면 육우가 된다.
또한, 육우가 한우와 구별되는 것은 부쩍부쩍 자란다는 것이다. 한우는 보통 27~30개월 정도 키워야 하지만 육우는 20개월 정도 되면 몸무게가 700kg에 달한다.
이런 차이때문에 육우는 사육기간이 짧아, 고기가 연하고 지방이 적어 담백하다는 특징이 있다.
소고기 마블링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육우 고기 가격 한우 고기의 절반 수준 홀대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국내에서 도축된 소 30만 마리 가운데 한우가 25만9천 마리(86.3%), 젖소 2만1천 마리(7%), 육우가 2만 마리(6.7%)를 차지했다.
그런데, 한우의 경우 육질 기준 1등급 이상 출현율이 68%에 달했으나 육우는 겨우 6.7%에 불과했다. 육우의 나머지 93.3%는 2등급 이하 판정을 받았다.
이처럼 한우와 육우의 등급 출현율이 차이가 나는 것은, 한우 등급판정 기준에 따라 육우 등급을 판정하기 때문이다.
20개월만에 출하돼 마블링이 거의 없는 육우에 대해 한우의 잣대로 평가했기 때문에 등급이 낮게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곧바로 가격 차이로 이어진다.
한우 고기는 지난 4월 공판장 경락가격이 1kg에 평균 1만5천843원에서 이달 들어서는 1만9천216원으로 무려 21.3%나 폭등했다.
하지만, 육우 고기는 지난 4월 경락가격이 1kg에 평균 1만640원에서 이달 들어선 8천706원으로 오히려 18.2%나 폭락했다.
◇ 한우고기에 치이고, 수입소고기에 밀려 설 곳 잃은 육우 문제는 국내 한우고기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사이에 호주와 미국산 수입소고기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산 육우의 설 자리가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립축산과학원 기광석 연구관은 "수입소고기와 국내산 육우의 도매가격이 별 차이가 없어졌다"며 "오히려 안심과 등심 등 선호부위는 수입소고기 가격이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마트 정육코너 (사진=자료사진)
기 연구관은 "육우의 경우 국내에서 도축돼 냉장육 상태에서 유통되기 때문에 육질이 신선하고 맛도 좋은데, 수개월씩 냉동상태로 보관된 수입산이 더 대우를 받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고 전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국내 소고기 유통시장이 빠르게 수입산 중심으로 재편된 탓이 크다.
수입소고기는 국내에 들어오면 곧바로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국에 퍼져 있는 전문 음식점 등 소매시장으로 흘러가지만, 육우는 이런 유통단계에서 점조직이 취약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육우 전문식당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다, 대형마트에서도 눈에 잘 띠지 않는 곳에서 홀대받고 있다"며 "지금처럼 한우고기 가격이 오를 경우 국내산 육우고기가 가격 조절 기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기 연구관은 "육우를 한우 기준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육우 특성에 맞게 별도의 기준을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