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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만 '냉면'이라고 불러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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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주관적인 '냉면의 모든 것' ①]

날이 더워지면서 서울 유명 냉면집에 길게 '줄'이 선다. 차다는 뜻의 '냉(冷)'자가 아마도 더위를 내쳐줄 것이란 믿음이 있는 탓이다. 전국에 있는 냉면집을 두루두루 다녔다. 이 잡글은 맛집 탐방기가 아니다. 냉면에 대해 더 알고 싶은 욕망의 발현일 뿐이다. 글에 잘못된 내용이 있다면 이메일(steelchoi@naver.com)로 지적해주시면 좋겠다. 배움의 길에 나침반으로 삼겠다. [편집자 주]

 

아주 더웠던 지난 주말에 7살난 딸아이에게 "오늘 점심 뭐 먹을까"라고 물었더니 대뜸 "평양냉면"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행복했다.

필동면옥에 가서 냉면과 편육,만두를 먹었다. 다시 딸에게 물었다. "필동면옥이 맛있어? 아님 평양면옥이 맛있어?"

"둘 다"라는 예상 밖의 답이 돌아왔다. 내딸이구나. 점점 나이가 들면서 식성이 아버지를 닮아간다. '피를 속일 수 없다'는 게 모친의 분석이시다.

어렸을 때부터 평북 신의주가 고향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의 내로라하는 냉면집을 문지방 닳도록 다녔다. 외식할 때면 언제나 그렇듯이 1순위가 냉면이었다.

집에서는 '분말스프'가 들어있는 '청수냉면'을 질리도록 먹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한때는 냉면 먹자는 말이 너무나도 싫었던 적이 있었다.

육군병장 만기 제대전까지만 해도 '대체 냉면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투덜대는 사람중에 내가 속했었다.

바야흐로 2010년에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냉면의 재발견'이 시작된다. 요즘만큼 '핫'하진 않았지만 그 당시 출입처에서 만난 젊은 여경이 대뜸 '평뽕 한사발 하자'고 할 정도였다.

냉면이 처음엔 그저 그렇지만, 한동안 안먹으면 너무 먹고 싶어진다고 해서 '뽕'자가 붙었다. 마약처럼 강한 중독성이 있다는 뜻이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한그릇에 만원은 기본이고 그보다 더한 곳도 많다. 8,500원을 받으면 '착한 가격'이라고 할 정도다.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냉면에 시원하게 지갑을 연다. 나를 위한 작은 사치 즉 '스몰 럭셔리(small luxury)'가 냉면에 통하고 있는 것이다.

사진만 보고도 상호명을 모두 맞추면 '평양식 국수'의 고수라고 할 수 있다. 3곳을 맞추면 '중수'이고 2곳 이하라면 다시 냉면 공부를 시작할 때다.

 

냉면의 정의는 무엇일까. 많은 전문가들이 "메밀로 만든 면을 동치미 국물에 넣고 그 위에 고명을 얹어 말아먹는 국수"라고 말한다.

이 정의대로라면 냉면은 '평양 냉면'을 칭한다고 봐야한다. 지금까지 이 글에 나온 냉면은 '평양냉면'으로 해석해야한다.

그런데 어디 냉면이 평양식만 있는가. 오장동에 모여있는 함흥냉면집에서 내는 냉면은 냉면이 아니란 말인가. 부산의 밀면은 또 무엇이며 육전을 얹어먹는 진주 냉면은 또 뭐란 말인가. 시원한 막국수와 김치말이국수는 대체 어디에 넣어야하는가.

이에따라 새로운 분류법을 만들어야한다. 평양지역에서는 요즘 우리가 먹는 평양냉면을 그냥 '국수'라고 불렀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이세상에 국수는 단 하나다. 다만 지역별로 면과 육수, 고명에 조금씩 변형이 있었을 뿐이다.

이 분류법에 따르면 평양 국수, 함흥 국수, 부산 국수, 진주 국수 등으로 칭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에 문을 연 '봉밀가'는 냉면이라는 말 대신 '평양메밀물국수'라는 메뉴명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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