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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때 조선의 비행기, 비거(飛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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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

 

임진년에 왜국의 괴수들이 창궐했을 때 영남 지역의 고립된 한 성이 겹겹이 포위를 당해 금방이라도 함락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때 성주와 매우 친한 사람 중에서, 평소 아주 색다른 기술을 지닌 이가 있었습니다. 그가 비거를 만들어 타고 성안으로 날아 들어가, 벗을 태워 성 밖으로 30리를 비행한 뒤 착륙해 왜적의 칼날을 피했습니다. -「비거변증설(飛車辨證說)」 중에서

1903년 12월 1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의 어느 해변에서 비행기 한 대가 날아올랐다. 바로 세계 최초의 비행기, 라이트 형제가 만든 플라이어호였다. 그러나 그보다 300년이나 앞선 1592년에 조선의 하늘을 자유롭게 날았던 비행기가 있으니, 바로 비거(飛車)이다. 이 해에 일본이 조선을 침공하면서 발발한 임진왜란의 격전지로 꼽혔던 1, 2차 진주성 전투에서 조선의 하급 군관인 정평구가 개발해 사람과 물자를 운송하며 맹활약을 펼쳤다고 전해진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에 이 놀라운 비행 장치에 대한 기록을 남겼다.

항공 과학자 이봉섭은 ' 조선의 비행기, 다시 하늘을 날다'에서 오랫동안 전설 속에 묻혀 있었던 비거의 실체를 우리의 역사와 기술 속에서 낱낱이 밝혀냈다. 한국과 러시아에서 항공 공학을 연구한 저자는 비거의 존재를 기록한 대표적인 조선 시대의 문헌인 『오주연문장전산고』의 「비거변증설」을 단서로 삼아 한국의 전통 과학 기술과 첨단 항공 공학의 성과를 융합시켜, 역사적으로 실존 가능한 비행 수단으로서 비거의 가능성을 증명해 냈다.

조선 시대의 실학자인 이규경이 남긴 한 편의 고문서에서 출발해 옻칠, 한지와 같은 천연 재료들과 전통 한선의 돛, 조선의 대표적인 화약 무기인 대신기전까지, 조선 시대의 과학 기술과 현대의 항공 과학이 만나 세계 최초의 비행기, 비거를 복원해 내는 경이로운 과정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400여 년 전 세계 최초의 비행기가 조선의 하늘을 날았다. 일본의 침략으로 조선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던 임진왜란의 와중에, 조선의 군인 정평구는 누구도 생각해 내지 못했던 비행 수단을 개발해 전투와 보급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하늘을 나는 수레’, 비거라고 불린 이 발명품은 오랫동안 역사 속 깊은 곳에 묻혀 있었다.

임진왜란으로부터 200여 년이 지난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규경은 서양에서 전래된 열기구와 같은 새로운 비행 수단에 대해 전해 듣고, 우리 역사 속의 비행 장치에 관심을 갖고 다양한 자료와 일화들을 수집하게 되었다. 그는 19세기 초 조선의 지식인으로서 당시에 구상할 수 있었던 비행 장치에 대한 다양한 가설들을 자신이 저술한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 속의 「비거변증설」에 담았다. 이 글을 통해서 1, 2차 진주성 전투라는 짧은 시간 동안 활약했던 비거의 존재가 비로소 우리에게 전해질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오랫동안 비거의 핵심적인 근거로 인식되었던 이규경의 「비거변증설」의 내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이 글에서 말하는 비거는 오늘날과 같은 비행기가 존재하지 않았던 19세기 초의 조선의 관점에서 하늘을 날 수 있다고 전해진 모든 기기들을 총칭하는 단어였다는 사실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따라서 고대 중국의 상상 속의 장치부터 18세기에 유행한 열기구처럼 이 글에 등장하는 모든 비행 장치들이 정평구의 비거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비거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기존의 인식은 전면적으로 재구성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2부에서는 저자가 직접 각종 문헌과 실제 사례에서 확인한 조선의 전통 과학과 현대의 첨단 항공 공학을 결합시켜 비거의 모형을 복원해 나가는 흥미진진한 과정을 담고 있다. 비거의 몸통인 동체부터, 날개, 앞머리, 꼬리날개, 추진 장치까지 각 부분들의 구성 원리와 제원을 세세하게 검증했으며, 이륙부터 착륙에 이르는 실제적인 작동 방식 역시 철저하게 사실적으로 규명해 냈다.

저자는 전통 한선의 돛 구조가 현대 비행기의 날개 구조와 같다는 사실을 알아내서, 바람을 모았다가 흐르게 함으로써 양력을 얻는 비거의 비행 원리를 보여 줬다. 돛대가 돛폭의 정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서양의 경우와 달리, 돛폭을 1대 2로 나누는 위치에 돛대를 놓는 전통 한선의 방식은 날개를 상하로 가로지르는 뼈대인 스파가 날개 단면의 3대 7 지점에 들어가는 현대 비행기 날개의 스파 구조와 매우 흡사하다는 사실을 알아낸 덕분이다. 또한 옻칠, 한지, 대나무 등 조선 시대에 광범위하게 사용된 재료들의 실용성을 현대 항공 과학의 관점에서 검증함으로써, 400여 년 전 조선의 여건에서 제작 가능했던 비행기인 비거의 실체를 구체적으로 재구성했다.

불가능한 공상으로만 치부되었던 비거를 새롭게 우리의 하늘에 날린 저자는, 세계 최초의 비행기인 비거에서 미래를 향한 친환경 비행기의 가능성을 찾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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