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의 최대 가해기업인 옥시레킷벤키저가 해외 연구기관에 흡입 독성 실험을 의뢰했다가 자사에 불리한 결과가 나오자 이를 은폐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가습기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은 최근 옥시 측이 2012년 해외 연구소 4곳에 의뢰한 실험보고서 4건의 존재를 확인하고 이중 3건을 임의제출 형태로 확보했다고 3일 밝혔다.
옥시 측은 미국·인도에 있는 연구소 3곳이 "옥시 살균제 성분에 흡입 독성이 있다"는 실험 결과를 알려오자, 자사에 불리한 내용이라 판단하고 수사·재판 과정에서 누락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하고 있다.
반면, 옥시 측은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 간 인과관계'를 인정한 질병관리본부의 역학조사 결과를 반박하기 위해 자사에 유리한 결과가 나오도록 실험 조건을 왜곡한 서울대·호서대 실험보고서만 적극적으로 공개했다.
검찰은 옥시 측이 해외 연구소에 실험을 의뢰하고 불리한 보고서를 은폐한 시점이 모두 거라브 제인(47·인도) 전 대표가 옥시 한국지사를 맡았던 시기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당시 제인 전 대표가 이러한 상황을 보고 받고도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체류 중인 제인 전 대표가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어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인 전 대표는 결백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 정부가 살균제 판매 중지 명령을 내리기 전에 (내가) 문제제기를 해서 자발적으로 제품 회수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면서도 "현재 한국 상황에 비춰볼 때 입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며 소환에 응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검찰은 제인 전 대표에게 여러 개의 질문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 그의 혐의를 확인할 방침이다. 또 소환에 불응하거나 회신하지 않은 외국인 임·직원 6명에 대해서도 이메일을 통한 서면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들이 끝내 검찰 소환에 불응하더라도 강제로 신병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인 수단이 마땅치 않아 검찰의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검찰 관계자는 "외국인 임원들을 강제로 입국시킬 방법이 없다. 사법공조(범죄인 인도) 절차가 있지만 복잡하고 쉽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