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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잡부 "일당 12만원, 소개료 떼고 병원비 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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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안전부실이 낳은 참극
-환풍기도 형식적 설치 가능성
-안전화, 안전장갑 자비로 사야
-산재는 그림의 떡, 공상처리 많아
-하루하루 연명, 죽고싶은 심정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구용회 (CBS 사회부 기자), 문환홍 (건설일용직 노동자)

작업 중 가스통 폭발로 총 14명의 사상자를 낸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사고.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내막이 하나둘씩 밝혀지고 있습니다. 전날 작업한 가스통이 보관소가 아닌 작업현장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고 또 사상자 14명은 모두 일용직 근무자였다는 점이 드러났죠.

어떻게 사상자 전원이 일용직이었을까? 그들은 과연 안전에 대한 교육을 받기나 했던 걸까? 도대체 건설현장은 어떻게 돌아가는 건가? 많은 점들이 궁금한데요. 오늘 첫 순서로 짚어봅니다. 우선 밤 사이 새로 밝혀진 사실은 없는지 보도국의 구용회 기자 나와 있습니다. 어서오세요.

◆ 구용회> 안녕하십니까.

◇ 김현정> 경찰 조사가 이틀째 계속되고 있는데 간밤에 새롭게 들어온 소식이 있습니까?

◆ 구용회> 간밤에 들어온 소식을 보면 한마디로 '총체적 안전관리 부실이다' 이렇게밖에 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에서 사상자가 발생한 곳은 지하 15m 아래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거기에는 계단도 없고요. 또 환풍기도 없었습니다. 어제 합동감식반이 줄을 매고 한 명씩 지하로 들어가는 데만도 수십 분이 걸렸습니다.

◇ 김현정> 들어가는 데만도 수십 분 걸리는 정도의 깊이였나요?

◆ 구용회> 네. 왜냐하면 밧줄을 매고 한 명 씩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그러다 보니까 이 사고현장이 얼마나 열악한 현장이었는지 우리가 단적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거기에 가스관에서 새어나온 무거운 가스가 쫙 깔려 있었던 거죠?

◆ 구용회> 그렇죠. 그 용접기는 아마 지하 6m 지점에 있었던 것 같고요. 그 선이 지하 15m까지 길게 이어져 있었는데요. 그 용접기와 전기선을 수거를 해서 공사가 끝나면 저장소에 옮겨야 하는 것이 원칙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옮기지 않고 그대로 놓아뒀던 것 같고요.

◇ 김현정> 전날 방치해 뒀다가 밤사이 가라앉았던 가스가 아침 공사 시작하면서 터진 거죠?

◆ 구용회> 그렇죠. 밤사이에 아마 가스가 샌 것으로 지금 합동감식반은 추정을 하고 있는데요. 가스가 새다 보니까 밑에 축적이 됐고 그러면서 누군가 불을 켜면서 폭발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추정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총체적으로 사고의 원인을 지적해 주셨는데요. 그런데 이 전체적인 부분에서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뭘까요?

◆ 구용회> 과연 그 현장에 사전 안전 관리조치, 이런 기초적 조치가 있었는가? 근본적 물음이 제기가 되고 있는데요. 어제 남양주경찰서의 형사과장은 '안전관리 매뉴얼은 국제적 수준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게 문제였다.'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 김현정> 매뉴얼이 있기는 있었는데 안 지켰다?

◆ 구용회> 그렇죠. 예를 들면 지하 15m에 환풍기가 없다고 했지 않습니까? 그런데 폭발 충격으로 환풍기가 외부로 튕겨져 나오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 환풍기는 아무도 지하 15m에 있지 않고 지하 6m 지점에 있었지 않았나, 그렇게 추정이 되고 있는데요. 왜냐하면 환풍기가 어떤 손상도 없었거든요. 지하 15m에 있었다면 그 환풍기가 박살이 나거나 아니면 상당한 훼손이 있었어야 하는데 튕겨져 나오기만 하고 그 환풍기가 멀쩡했던 겁니다.

◇ 김현정> 그러면 그냥 환풍기는 시늉으로 달아놨을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 구용회> 그렇게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다가 건설현장의 구조적 문제점도 지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현장에는 안전총괄 책임자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선 하청업체 현장소장이 있어야 하는데 현장소장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건설현장의 원청업체가 포스코 건설이지 않습니까? 포스코 건설에서도 안전관리 책임자를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 김현정> 이 공사가 서울지하철공사가 시작한 공사인데 지금 어떤 시스템으로 수주를 줬던 거예요?

◆ 구용회> 서울지하철공사가 공사를 발주했고요. 포스코 건설이 원청업체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포스코 건설이 공사 부문별로 하청을 주지 않습니까? 그러면 하청이 또 재하청을 주는 구조가 지금 건설현장에 일상화된 구조입니다.

◇ 김현정> 그러면 마지막 소규모 하청업체가 또다시 일용직 노동자들, 말하자면 인부들을 또 고용하는 형태군요?

◆ 구용회> 그렇죠. 이 경우는 원청 재하청을 받은 업체가 일용직 근로자들을 다시 고용한 공사현장이 되겠습니다.

◇ 김현정> 이번에 숨진 분들은 말하자면 피라미드의 맨 마지막에 있는 일용직 인부들이네요?

◆ 구용회> 그렇게 봐야 되겠습니다. 공사 효율에만 집중하는 우리나라 건설현장의 문제가 이번에도 그대로 노출됐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구용회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 구용회> 네, 감사합니다.

1일 오전 7시 20분께 경기도 남양주시 진전읍 진접역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김현정> 보도국 사회부의 구용회 기자였습니다. 지금 구용회 기자가 설명해 준 것처럼 이번 사고가 난 공사 현장의 시스템을 보면 그날 있었던 용접공사도 용접 전문공이 아닌 일반 일용직 인부들이 담당을 했다고 합니다. 안전관리자는 물론 없었습니다.

도대체 건설현장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현장 일선에 있는 일용직 노동자들을 통해서 공사 안전실태를 좀 더 깊숙하게 짚어보도록 하죠.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 한 분을 연결해 보겠습니다. 문환홍 씨, 연결을 해 보죠. 문환홍 씨 나와계세요?

◆ 노동자>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공사현장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셨나요?

◆ 노동자> 저는 잡부 일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잡부요? 그러면 이것저것 다 하시는 거예요?

◆ 노동자> 네, 기술자들 밑에 모든 일을 청소하고 처리해 준다고 그렇게 보면 됩니다.

◇ 김현정> 그래요, 그러면 기술이 있는 용접공, 전기공 이런 분들하고는 대우가 좀 다른 겁니까, 잡부들은?

◆ 노동자> 많이 차이가 나죠.

◇ 김현정> 많이 차이가 나요? 그런데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의 14명 사상자를 보니까 똑같이 일당 16만 원이었던데요?

◆ 노동자> 제가 지금 알기로는 용접공 일당이 20만 원이 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용접공 자격증이 없는 일반 잡부들한테 용접일도 시키고 다른 전기일도 시키고 미장일도 시키고 이런 일들도 있습니까? 공사현장에서?

◆ 노동자> 공사현장에서 크거나 대형 길이가 아니고 짧고 간단한 것은 그냥 용접으로 붙이면 되니까 어느 정도 자기가 눈으로 보고 할 수 있다면 조금 용접으로 때울 수는 있죠.

◇ 김현정> 아주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파트가 아니면 대충 어깨너머 배운 걸로 그냥 일반 잡부들, 일용직 노동자분들이 다 하세요?

◆ 노동자> 할 수도 있죠.

◇ 김현정> 그래요. 이번 지하철 공사장 사고 소식을 듣고는 어떠셨어요?

◆ 노동자> 꼭 사고가 터져야만이 뒷수습하는 회사가 나쁜 사람들이죠. 자기들은 돈을 위해서 하는 것이지, 일하는 사람을 사람으로 생각 안하는 게 아닙니까?

◇ 김현정> 이번 경우 같은 경우에도 회사에서 돈을 아끼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노동자> 저는 그렇게 생각하죠. 현장에 가도 상당히 일이 바빠서 불안합니다. 공정을 빨리 해야 되고 어쩔 수 없이 위험해도 감수를 하고 항상 그렇게 한다고 보면 됩니다. 결국 사고가 나야 문제점들이 나옵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선생님도 공사현장에서 얼마나 일하셨죠?

◆ 노동자> 지금 10년 가까이 일했죠.

◇ 김현정> 10년이요? 10년 동안 공사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시면서 '야, 참 이게 사고가 안 나는 게 신기하다, 다행이다.' 이런 적이 많으세요?

◆ 노동자> 제가 이번에 아파트 공사에 들어갔을 때 옥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떨어질 수 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설치를 안 하고 일을 한다고요.

◇ 김현정> 설치 안 하고 일을 해요? 그러면 안전화, 안전모를 주기는 줍니까? 안전 장치는?

◆ 노동자> 저는 개인적으로 사서 일하다가 회사에서 두 달 만에 받았습니다. 그것도 회사에다 이야기를 하고 하고 그래서 2개월 만에 받았습니다.

◇ 김현정> 아니, 안전화, 안전모는 아주 기본적인 장비인데 그것도 2개월 졸라가지고 받으셨어요?

◆ 노동자> 현장 일이 힘들다보니까 당일에 지급 받으면 다 버리고 가는 사람도 많이 있더라고요. 제 눈으로 보기는 봤는데. 그래도 일한 날이 10일이 넘으면 '이 사람이 일을 할 사람이다.' 현장에서 볼 수 있지 않습니까?

◇ 김현정> 일용직 중에도 며칠 하다 가는 분도 있는데 10일 넘게 그 현장에 쭉 나오는 사람 말씀하시는 거죠?

◆ 노동자> 그런데 인력사무소에서 나오는 일용직은 그것도 못 받습니다.

◇ 김현정> 안 준다고요? 두 달 만에 받으셨다면서요?

◆ 노동자> 우리는 직영으로 들어갔죠.

◇ 김현정> 직영이요? 직영하고 인력사무소는 뭐가 다릅니까?

◆ 노동자> 직영은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을 고용합니다. 회사에서 일을 시키는 일머리를 하니까요. 그런데 인력사무소에서 오는 사람은 당일 당일 오고 가는 사람이니까 사람이 바뀌고 그렇죠,

◇ 김현정> 그러니까 현장에서 일용직 노동자를 수급하는 방식이 2가지가 있군요? 회사에서 직접 일용직을 구해서 오는 경우, 그러니까 '공사 끝날 때까지 같이 가자'라고 계약을 하는 직영의 경우가 있고요. 또 한 가지는 인력사무소를 통해서 그날 그날 필요한 인원을 충당 받는 그런 식으로 사용하는 일용직이 있군요.

◆ 노동자> 네. 그래서 현장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계속 고정적으로 일을 해야 이 일이 순조롭게 돌아가고 이럴 텐데요. 한 열흘 일 했다가 다른 현장 갔다가 또 새로운 사람이 오고 하면 또 새로운 일을 해야 하니까 사고율이 자꾸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겁니다.

◇ 김현정> 그래요. 실제로 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선생님도 다치신 적 있죠?

◆ 노동자> 많죠.

◇ 김현정> 많이 있죠. 그렇게 되면 산재처리는 제대로 됩니까, 일용직 분들이요?

◆ 노동자> 큰 사건이 아니면, 크게 다치지 않으면 산재처리가 안 됩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과학수사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가스안전공사 등 관계기관 40여명은 2일 오후 1시 30분쯤부터 합동 감식을 벌였다. (사진=고무성 기자)

 

◇ 김현정> 크게 다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는 뭡니까? 어떻게 다쳐야 크게 다치는 거예요?

◆ 노동자> 예를 들어서 이번에 우리 동료도 팔꿈치에 금이 가서 전치 3주, 4주를 받았는데 산재처리가 안 되고 공상처리했거든요.

◇ 김현정> 공상처리라는 것은 일을 쉬게 하면서 그 쉬는 기간 동안 일당을 치료비 명목으로 계속 지급하는 형식, 이것을 공상이라고 하잖아요.

◆ 노동자> 산재가 되어서 지급을 하면 회사가 불이익 받지 않습니까? 불이익을 받으니까 산재처리 안 하고 공상처리를 하는 것이죠.

◇ 김현정> 그렇게 위험을 무릅쓰고 어려운 상황에서 일을 하면 보통 직장에서 위험수당이라는 게 있거든요. 그러니까 위험한 일을 하면 할수록 임금이 높아져야 정상인 건데 일당 보통 얼마나 받으세요. 요즘?

◆ 노동자> 우리가 지금은 12만 원 받습니다. 그리고 일용직 회사에서 만 원 정도 소개비를 가져가고요.

◇ 김현정> 인력소개소에서 수수료를 떼 가는군요.

◆ 노동자> 10%를 가져가니까 그러면 12만원 받으면 12000원 떼어가고. 그러면 실제로 돌아오는 게 10만 원에서 9만 원 상당 가지고 갑니다.

◇ 김현정> 인터뷰를 듣는 분들 중에서는 '그러면 하루에 12만 원, 16만 원 받으면 30일 일을 하면 한 달이면 400만 원, 480만 원? 꽤 많이 받네?' 이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요.

◆ 노동자> 그 정도 되는데 힘이 부쳐서 매일 일을 하지 못합니다.

◇ 김현정> 힘이 드니까 매일은 못하세요?

◆ 노동자> 또 비가 오면 현장에 가면 몸도 피곤하고 그 대신 몸이 안 따라주니까 사고날 확률이 더 많죠.

◇ 김현정> 그렇게 이게 안정적이지 않다 보니까 하루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일용직이다 보니까 사는 게 좀 지칠 때가 있으시겠어요.

◆ 노동자> 어떤 때는 죽고 싶은 생각도 있죠. '내가 왜 이리 했나?' 생각도 들고 어쩔 때는 공부를 좀 할 걸 그랬지 싶고 그렇죠.

◇ 김현정> 공부 하기 싫어서 안 하신 건 아니겠죠. 여건이 안 좋으셨으니까요. 알겠습니다.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의 사고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도대체 왜 현장이 이렇게 돌아가야 했을까 의아해 했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까 현장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요. 오늘 증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노동자>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힘내시고요. 건설현장의 일용직 노동자 한 분 만나봤습니다. 문환홍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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